감은사지 석탑 감은사지 석탑 좌우 대칭의 3층 석탑이여 뼈만 앙상하게 드러난 상륜부 제 살로 번뇌를 태웠구나! 천년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가을 들녘에 선 허수아비마냥 야윌대로 야윈 불심만 남았네. 허물 벗어 들숨날숨 삼매에 빠져 육신의 거죽 태워 빛나는 샛별처럼 은하의 기를 온몸으로 받아서 찬연히 빛날 무구광정대다라니여, 효심이 발원한 대왕의 호국 感恩이여 이 땅을 영원히 고르게 비출지어다. 2022. 7. 8. 23:4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왜 사는가?/자작시 2022.07.09
영원한 황홀 영원한 황홀 날것들이 암수 한 몸이 된 채 내가 술 마시고 있는 창가로 날아든다 문득, 그 머시고 거시기 태평양바다에서 신랑 등에 올라탄 신혼여행 신부가 날아온다. 아 言外의 황홀 영원한 찰나 그대로 떨어지지 말지어다 엉겨 붙은 러브버그여 탄트라의 세계여! 2022. 7. 1. 15:2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왜 사는가?/자작시 2022.07.02
다중 속의 고독 다중 속의 고독 인정이란 비정한 마취제다 리즈 먼이 갈파했듯이 그게 인간사인걸 한국인은 특히나 배고픈 건 참아도 남 잘 돼서 배 아픈 건 참지 못한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잘났다 싶으면 눈 뜨고 못 보는 이가 대부분인 세상사 끼리끼리 험담하면서 자기위안으로 삼지 성격이 좋아서 웃거나 말 없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자존감이 없거나 순정치 못한 탓일 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니 그런가벼 자주 뒷통수 맞아도 살아내야 하다 보니 동기나 동향인들에게라도 정 붙여볼까 했었지 배가 고픈지 아픈지 알 수 없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 어디서든 안길 데 없는 날 저문 밤의 해처럼 몸 눕혀 마음 붙일 곳 없는 낮달처럼 갈대들은 함께해도 늘 적막강산에 혼자인걸 홀로 피어 야멸찬 비를 맞는 백합이여, 아파하지 마라 한 떨기 .. 왜 사는가?/자작시 2022.06.29
덧없는 사죄 덧없는 사죄 “엄마, 그만 자라 쫌! 앉기만 앉으면 조노?” “아이 참, 버스 안이다 뻐스 안!” 세월이 흘러 타박하던 아들은 막노동 같은 것 하는 거 없이 편히 지낸다 그런데 오후만 되면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어디서든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다. 어무이 나이가 돼보니 이제야 알겠네요 356일 매일 서너 시간 밖에 못 주무시고 평생 시장판 중노동에 얼마나 곤하셨을까? 그때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파김치가 되도록 일만 하시다 중풍 맞아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장사를 하셨다 그러다 또 풍이 와서 자식도 몰라본 채 가셨다 이승에서 남기신 마지막 한 마디 “곱다!” 쉰 다 돼 장가 든 아들 며느리 손 잡고 하신 말씀 조시던 모습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따갑다 죄스럽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 이젠 계시는 그.. 왜 사는가?/자작시 2022.04.30
茶山의 유배시 '獨坐'에 답하다 茶山의 유배시 '獨坐'에 답하다 獨坐 旅館蕭寥獨坐時 竹陰不動日遲遲 鄕愁欲起須仍壓 詩句將圓可遂推 乍去復來鶯有信 方言忽噤燕何思 只饒一事堪追悔 枉學東坡不學棋 裊娜煙絲寂歷中 春眠起後野濛濛 山雲遠出强如月 林葉自搖非有風 眼向綠陰芳草注 心將槁木死灰同 縱然放我還家去 只作如斯一老翁 홀로 앉아서 쓸쓸한 빈 여관에 홀로 앉아 있는데 대나무 그늘은 꼼짝 않고 해는 더디네 향수가 도지려는 걸 억지로 눌러놓고 지어놓은 싯구들을 다듬는다. 잠시 갔다 다시 오니 꾀꼬리는 소식이 있는데 제비는 무슨 생각인지 입을 다물어버리는구나 두고 두고 후회가 되는 한 가지는 소동파를 배우느라 바둑을 못 배운 거라네. 늘어진 버들가지는 적막 속에 있는데 봄잠에서 깨고보니 들빛이 어둑 어둑하고 먼 산에 구름이 걷혀서 달이 뜬 듯 환하구나 나뭇잎이 절.. 왜 사는가?/자작시 2022.04.10
不垢不淨 不垢不淨초겨울 도꾜 세 평 남짓한 노래방 만취한 직장 동료가 갑자기 토한다.안락의자에 기대누운 채 자신도 모르게쿨럭 쿨럭, 쿨럭 쿨럭가슴팍으로 용암처럼 꾸역꾸역 나오는 토사물한기 도는 실내에 김이 모락모락 난다.같이 간 일본 친구들은 못 본체 노래만 부른다.나는 바로 윗도리를 벗어 두 손으로 쓸어 담았다토해낸 음식물이 더럽고 역하지 않냐고?더러워할 것도 없고, 깨끗하달 것도 없지불과 두 시간 전 함께 맛있게 먹은 음식이었는 걸찰나에도 생각은 오만 가지라 실체가 없잖아물이 없나 비누가 없나기름진 손은 씻으면 그만이지2022. 3. 27. 10:11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靜 초고 왜 사는가?/자작시 2022.03.27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오늘은 새벽부터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떠오른다. 그 중의 한 사람.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순간 눈물이 팍 쏟아진다. 바깥은 봄비에 초목과 산야가 촉촉히 젖어 있고... 강진에서 멀리 흑산도 쪽으로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본 다산 정약용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다. 그 섬은 유배 간 형 약전이 사는 절해의 고도였다. 그땐 바닷길에 막혀 못 갔지만, 지금은 역병에 막혀 있다. 오늘 이 땅엔 오늘 하루만 해도 35만 명이나 확진됐다. 내가 나고 자란 포항엔 형이 살고 있다. 외롭게 사는 형이 자주 처연하게 부르는 노래 '동백꽃 피는 항구', 나는 오전 내내 이 노래만 하염 없이 듣고 또 듣는다. 2022. 3. 13. 10:2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위 생각을 아래와 같이 시.. 왜 사는가?/자작시 2022.03.13
사랑 사랑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맞아요?”이따금씩 은근슬쩍 투정 부리는 아내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난 'I love you'를 입에 달고 사는 양키가 아니거든!”“꼭 사랑한다고 말해야만 사랑하는 줄 아나?”“사랑은 사랑한다는 말이 다가 아녀!” 연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엄동설한베란다에 널린 아내의 옷들이 으스스 떨고 있다돌연 떠오르는 얼굴몽땅 거둬서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넣는다밖에서 일하는 그가 한파에 몸이 얼면 안 되지몸이 얼면 마음도 얼어버릴건데······. 2022. 2. 8. 09:32구파발 우거 거실에서 착상국회의사당역행 전철 안에서 雲靜 초고 왜 사는가?/자작시 2022.02.08
꿈결의 신라 천년 꿈결의 신라 천년 해돋는 토함산자락에 데칸고원의 정적이 들면 남산 석벽엔 불심의 눈물이 지고 고고한 반월성터에 신라낭도의 함성이 일면 계림숲에 은빛 백마가 비상한다. 고향을 그리다 꾼 꿈 새벽녘 눈 떠보니 포석정 천년 영화는 홀연듯 간 곳 없고 말없이 흐르는 서천만이 도도하구나. 1994. 1. 1 새벽 타이완 타이페이 政治大學 기숙사에서 雲靜 습작 *시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에 수록된 시의 원본이다. 왜 사는가?/자작시 2022.02.01
습작 영시 No title No title Even if you think of me as a traveler who will stay by your side for a while, Even if you think of me as a mirage of love that will sparkle for a moment and then disappear, Even if one day I disappear into a faded photo in your old album, Even if I am buried in your memory as a former lover on the other side of oblivion,Even if I disappear into your helpless laughter, Even if I really .. 왜 사는가?/자작시 202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