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3

친구와의 대화와 한시 少長之差

친구와의 대화와 한시 少長之差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카톡방에 친구들이 보낸 글들이 여러 개 들어 와 있었다. 평소 내게 온 글에 대해선 답은 일일이 다 해주는데 오늘은 조금 색다른 글이 있다. 친구가 간밤에 술을 마시면서 생각나는 여러 가지 감회를 적은 것이었다. 아래에 옮겨 놨다. 그리고 아침에 나도 그 친구에게 답글을 보냈다. 답글도 그 아래에 옮겨 놨다. 송영길ㆍ이인영ㆍ임종석ㆍ우상호ㆍ정청래 등등ᆢ 얘들이 한국 정치사의 진정한 역적들이고 부끄러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장식할 것임이 확실한데ᆢ 아직도 현 정권의 지지율이 40% 좌우함이 여론 조작이 분명하지 않나요? 우리 바로 밑의 후배들 386(현 586)들의 국정 농단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들의 횡포를 어..

쟁암리의 겨울밤

쟁암리의 겨울밤 초겨울 허기진 골바람 소리에 산골 마을 빼곡한 시름들도 잠든다 이슥한 밤 달빛은 창문틀에서 졸고 별들도 하품하고 있는데 비워둔 고향집 찾아 몸 눕힌 친구 누구 말대로 다정도 병인양하여 밤새껏 우는 문풍지 떨듯 잠 못 들어 한다 정적 속 집주인의 마른 기침소리에 언뜻 스쳐가는 외할배 얼굴 初老의 서울 외손주도 잠을 잃었지만 울산 외손주는 꿈나라에 가 있을 테지 2021. 12. 13. 04:2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뒤늦은 소망

뒤늦은 소망 성인이 되면 키는 더 자라지 않는다 마음이라도 쑥쑥 더 자라면 좋겠네 중년이 되면 친구는 더 생기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나 많아지면 좋겠네 노인이 되면 쓸데없는 말만 많아진다 매사에 고맙다는 말만 더 하면 좋겠네 늙어 갈수록 살 날은 팍팍팍 줄어든다 세상에 빚졌다는 맘이 훌훌 일면 좋겠네 2021. 11. 4. 05:5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세월아 먼저 가시게

세월아 먼저 가시게 걸음은 느려만 지는데 세월은 나이 드는 사람 놀리듯 마구마구 내달리는구나 시위 떠난 화살 처럼 코로나는 빨라서 생긴 병 기어코 가겠다는 세월 빨리 빨리 보내버리고 제 걸음에 맞춰 사세 팔 없이 느적느적 발 없이 엉금엉금 슬 로 우 하 하 하 슬 로 우 허 허 허 지구가 제정신이 든다 시간이 체하면 보폭도 줄어든다. 2021. 10. 23. 10:24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일생

일생 육체가 끌리는 대로 살다가 조금 철들면 본능을 이겨보려고 마음 내본다 에고와 도덕심 사이 번민과 갈등 속에 남중하는 장년의 해가 서산을 향한다. 나이 들어 갈마드는 후회와 반성 세월이 더 흘러 한 움큼 더 깨쳐도 이미 기력 쇠한 몸 躬行이 안 되어 단념과 무념 속에 안고 가는 회한들 그렇게만 살아도 장한 삶이지 이순이 되어도 고희가 넘어도 망팔, 망구가 되었는데도 習이 된 탐욕을 알아채지 못한다. 아 사바세계의 無明이여! 아아 탐진치 떨쳐내지 못하는 숙업이여! 덩그러니 혼자 놓인 불혹의 豫知 맵짜고 투미한 일생 오늘도 신나는 인생 2021. 10. 22. 06:2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위선사회

위선사회 피차가 다 해오는 거라서 서로 빤히 안다 그런데도 한쪽이 보은성인사라고 비난하면 다른 한쪽에선 아니라고 잡아뗀다. 지들도 해놓고선 코드인사라고 공격하면 상대는 코드인사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음번엔 공격과 방어만 바뀔 뿐 가식과 위선 넘치는 카르텔쇼는 계속된다. 이 보다 더 한 게 있다 대학교수나 국가기관장이란 거의 다 미리 내정해놓은 자를 뽑는다 "공정한 경쟁"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헛소리다. 나도 교수, 기관장을 대여섯 번 응모해봤지만 한 번도 내정해놓지 않은 적이 없더라 지난 날 굶어가며 뼈 빠지게 공부한 게 애석하고 비전을 썩히기 아깝다는 구실로 나중엔 두어 번 사람을 찾아가보곤 했었다 허나, 금밧줄 아닌 양심줄로는 어림없는 일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도 내게는 떳떳하다는 감정..

엔트로피 세상사

엔트로피 세상사 모래, 바람, 생각, 사람 만사가 흩어지고 해체되는 건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과 같다. 유리가 깨어지면 원상으로 되지 못하고 종이가 찢어지면 도로 붙기 불가능하고 마음이 금가면 초심으로 가지 못하듯이 일체는 질서에서 혼돈으로 때 되면 가고 흩어진다. 깨고 깨어지고 뜯고 뜯기고 누르고 눌리다가도 인연 닿으면 다시 보는 인간사다. 꽃이 져서 꽃이 되듯이 바람 불어 비가 되듯이 비가 얼음이 되듯이 만물이 형질 나투어 회통하듯이 一體皆空 속 오직 언어만이 太虛로 산다 우주 빅뱅이 올 때까지는 2021. 9. 2. 12:5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립 서비스

립 서비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단톡방에 줄창 이 말만 올리는 이가 있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누구든 존경하고 사랑한다니 성인의 경지다. 피 같은 자기 돈 떼먹고 도망간 자도 존경하는지 자기를 욕보이고 해친 자도 사랑할 수 있는지 당한 사람들에겐 뭔 홍두깨 소리일까? 성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먼저 할 일이 있다 아무나 무턱대고 존경하지 않는 일이다 누구를 함부로 사랑하지 않는 일이다. 번지수 틀린 설익은 존경과 사랑이 심한 모멸감에 몸을 떨고 있다 입이 있어 말은 할 수 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자기를 잃어 신음하면서 자기 속을 톺아보기도 벅찬 사바세계다. 2021. 9. 2. 12:44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