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68

跋 : 저자의 변

跋 : 저자의 변 열 번째 저서를 내놓게 됐다. 이번이 가장 산고가 심했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괴롭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시간이 촉급하고 마음은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다 인쇄소 편집측에서 동일한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되자 하루라도 빨리 손을 떼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고가 컸던 만큼 우량아가 태어났느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지금껏 낸 저서들 중에 가장 완성도가 떨어진 그야말로 졸저다. 부끄럽다는 심정이 들 때 침묵은 유용한 자기보호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외마디라도 변명을 해두지 않으면 오래도록 참담한 감정에서 한 치라도 벗어 날 수 없을 듯하다. 과거를 조명하고 평가하는 일을 본령으로 하는 역사연구는 붓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내는 수필쓰기가 ..

달성 서씨 시조 서진 : 목민관의 귀감

달성 서씨 시조 서진 : 목민관의 귀감 서씨들은 고려시대 최고의 명문가였다. 고려를 창건한 왕씨 왕조에 가장 많은 인재가 배출됐다. 조선시대에서도 최고명문가 중의 한 가문이었다. 학문과 수양의 귀감 혹은 사표로 인식되던 대제학이 3대에 걸쳐 지냈을 뿐만 아니라 영의정도 3대에 걸쳐난 가문은 조선조 500년을 통털어 세 가문 뿐이었는데, 달성서가가 그 중 하나다. 달성서씨는 원래 이천서씨 제7대에서 갈라져나왔다. 즉 서진은 이천서씨에서 나온 중시조였다. 따라서 달성서씨들도 이천서씨의 시조인 서신일의 후손이다. 이천과 달성은 큰집과 작은집의 관계인, 하나의 조상을 가진 두 문중인 것이다. 2021. 6. 11. 12 : 3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m.youtube.com/watch?v=TQK..

북한산 가을소풍

북한산 가을소풍 이 우주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들을 수 없는 엄청나게 거대한 굉음이 비단절적으로 울리고 있다. 자연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토끼처럼 귀를 곧추 세우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미미한 풀벌레들의 소리도 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소리도 적당해야 들린다. 옛부터 뭣이든 적당한 게 좋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8월 말, 북한산의 풀벌레들은 소리로 우주의 굉음과 교신한다. 본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 초월적 굉음과 등잔불 아래에서나 들릴 초가을 소리는 이 끝과 저끝이다. 이 끝도 아니고 저 끝도 아닌 나는 술 한 잔으로 두 끝이 하나처럼 존재하는 우주와 교감하고자 하지만 그 소리는 영혼으로만 들린다. 카리브해나 몰디브에서나 볼 수 있는 컴포우즈 블루(compose blue)를 이곳..

북한산 play까페에서의 한때

북한산 play까페에서의 한때 점심을 먹고나니 아내가 북한산 근처 계곡에 아주 괜찮은 까페가 있다기에 산책 삼아 같이 가봤다. 아내의 말대로 까페가 일품이었다. 3층으로 된 건물도 아담했고, 안락의자들이 갖춰져 있어 실내 설비도 나무랄 데 없었다. 3층에서 눈을 들어 바깥을 내다보니 야외 정원도 넓고, 주변 경치도 볼만 했다. 싱그러운 신록 속에 흐르지 않고 조용히 머물고 있는 계곡물도 투명하기가 거울이다. 모처럼 등산을 하지 않고도 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북한산을 오르지 않고도 창공의 푸르름을 들이킨다. 연두빛에서 푸름이 더해가는 녹음에 마음의 때까지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양귀비 입술보다 더 붉은 연산홍! 실바람에 하늘 대는 여리디 여린 민들레씨! 어디로 날아가서 자기를 번식할까? 다른 한 ..

정치는 어떤 이가 해야 하는가? : 김황식 전 국회의원의 하남시장 출마변을 듣고

정치는 어떤 이가 해야 하는가? : 김황식 전 국회의원의 하남시장 출마변을 듣고 김황식 전 국회의원의 하남시장 재선 도전 출마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다녀왔다. 일시와 장소는 아래와 같다. 일시 : 2022. 3. 25. 13:30~15:00 장소 : 하남시 미사 강변서로30 풍산동 490번지 DY센터305호 나는 개소식 겸 기자회견 시작 약 30분 전 쯤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개소식은 사회자의 개시 멘트와 함께 대략 300여 명 정도 지지자들의 기대와 박수 속에 시작됐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같이 하면서 지켜봤다. 느낌과 예감이 좋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모여든 분들의 면면을 보니 모두 김황식 전 의원과 오래된 인연들이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김황식이라는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주최 심포지움 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주최 심포지움 참석 방금,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에서 주최한 심포지움에 다녀오는 길이다. 국제펜클럽이란 문학을 통해 세계 각국 국민들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각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신장하기 위한 세계 최대의 국제적인 문학가 단체다. 'PEN'은 시인, 극작가(poet, playwright)의 P, 수필가, 편집자(essayist, editor)의 E, 소설가(novelist)의 N을 가리키며, 전체로서는 PEN을 나타낸다. 펜클럽이라면 시인 모윤숙이 떠오를 것이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는 영국에 갔다가 펜클럽이란 게 있다는 걸 알고 돌아온 모윤숙이 중심이 돼 변영로, 주요섭, 이헌구, 김광섭, 이무영 등이 창립했다. 발기인대회와 총회를 거쳐 창립과 함께 초대 위원장에 변영로..

대학시절의 일본어 공부 흔적 Ⅰ

대학시절의 일본어 공부 흔적 Ⅰ 대학시절, 외국어 공부를 제법 한 셈이다. 나는 뭐든지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기 전까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일본어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지난 사진, 노트라든가 이런저런 옛날 흔적들을 뒤지다가 한때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쓴 기록들이 남아 있는 걸 발견하게 됐다. 그중에 일본어로 쓴 짧은 수필 한 편 올린다. 春 春である。木の枝の新芽から春は先に来た。下宿屋の壁ぎわに、まどろんでいる猫の髭に、宛然に笑む乙女の真っ白なふっくらとも春が感じられる。けれども魚市場のおばあさんは、まだ田少し空気が冷たいようだ。 とにかく、爽快なそして活気に満ちた3月は私たちに新しい意欲をもたらす。つまり、春は出発を意味する。今までも自分なりの努力をしなかったわけではないが、これからは本当に何か一つ一つを真面目に整..

홍봉용 교수님, 그립습니다!

홍봉용 교수님, 그립습니다! 홍봉용 교수님이 그립다. 가끔씩 모교 근방을 지나가거나 혹은 일본어 관련 일이 있을 때면 자주 인자하신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대학교 3학년 때인 1985년 가을학기 일본어학과의 일본어작문 과목을 수강했을 때 한 학기 동안 일본어 작문을 지도해주신 교수님이셨다. 홍봉용 선생님은 성성한 백발에다 주름진 이마와 작지 않으신 중키 이상에 누가 봐도 지적인 노신사 분위기를 풍기신 분이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겠지만 혹시 현재 살아계시면 100세가 훨씬 넘는다. 올해로 107세가 되셨을 것이다. 선생님은 일본학과의 전공 학생들보다 타학과에서 수강하러 온 나를 굉장히 이뻐해 주셨다. 나는 군대 갔다와서 다니던 지방 국립대학은 포기하고 다시 시험을 쳐서 서울로 대학을 옮긴 관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