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69

길조일까?

길조일까?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오색이 영롱한 둥근 무지개가 보이는 게 아닌가? 11월 14일 아시아나 항공으로 일본에서 들어올 때였다. 내가 지금까지 국내선과 국제선을 막론하고 대략 500번도 더 비행기를 타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이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무지개를 본 적이 없었다. 모양도 통상 지상에서 비온 뒤에 보이는 원호 모양의 무지개도 아니고 완전히 구슬처럼 둥근 형태로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더욱 신기하게 느껴지는 건 비행기가 시속 7~800km로 달리는 데도 지나치지 않고 10분 이상이나 계속 없어지지 않고 비행기와 함께 움직이는 게 아닌가? 상서로운 기운을 느끼게 하는 무지개다. 좋은 일이 생기려고 하나 보다. 길사는 혼자만 누릴 게 아니라 다중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

박동우 전 미 백악관 위원께 저서 기증

박동우 전 미 백악관 위원께 저서 기증오늘은 한국챔피온 체육관의 최덕수 관장(태권도 공인 9단)이 주최한 전 미 백악관 국가장애원회 위원 박동우 선생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박동우 전 위원에게 나의 졸저들(한국전쟁 연구서 상하 2권, 자서전과 시집)을 증정했다. 박동우 선생은 열 두 살 때 도미하여 미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미 서부의 명문 남가주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을 졸업한 후 전신전화국, 은행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은행에서는 부장으로까지 진급해서 근무하다가 정년을 마쳤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오바마 제1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 백악관 직속 국가장애위원회 위원으로 봉직하게 됐다. 그는 무려 7개월이나 걸린 FBI의 엄격한 신원조회와 ..

“친형제도 이렇지는 않을 걸요!” : 46년 간 교류 지속해오는 한국과 대만의 태권도인들

“친형제도 이렇지는 않을 걸요!” : 46년 간 교류 지속해오는 한국과 대만의 태권도인들 46년 간 한결 같이 교류를 지속해오는 한국과 대만의 태권도인들이 있다. 한국의 '챔피언 체육관' 관장 최덕수 9단과 대만 태권도협회 회장을 역임한 신밍도장(新明道館) 관장 뤄신밍(羅新明, 현 대만 태권도9단협회 회장) 9단이 그 주인공들이다. 태권도 실력은 물론, 무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인품과 덕망을 두루 갖춘 두 태권도인은 벌써 20대 때 만나서 지금까지 46년이나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 원장이 대만을 가기도 하고 뤄 관장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忘年之交의 우정을 쌓아 왔다 . 두 태권도인은 올해도 만났다. 지난 7월 6일 최덕수 관장의 도장 개관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뤄 관장이 이를 축하하기 ..

어떤 젊은 중국인 여자의 능청스러움

어떤 젊은 중국인 여자의 능청스러움 오늘 저녁 7시 조금 넘은 시각 9호선 전동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금요일 저녁 식사시간대여서 그랬는지 승객들이 많지 않아 차안은 붐비지 않았다. 차를 타고 내가 차입구 쪽에 서서 보니 경노석에 젊은 여성이 한 사람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노인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성 서너 명이 그 앞에 서서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나이가 10대 후반이나 많아봤자 스무 한 두 살 쯤 된 듯했다. 중국말이 들려서 중국에서 온 관광객인 것 같은데 옷차림이 수수하지 않은 걸로 봐서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학생들 같아 보였다. 아뭏든 내가 그들에게 손가락으로 그 자리는 경로석임을 알려주는 그림이 붙어 있는 표지를 ..

跋 : 저자의 변

跋 : 저자의 변 열 번째 저서를 내놓게 됐다. 이번이 가장 산고가 심했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괴롭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시간이 촉급하고 마음은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다 인쇄소 편집측에서 동일한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되자 하루라도 빨리 손을 떼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고가 컸던 만큼 우량아가 태어났느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지금껏 낸 저서들 중에 가장 완성도가 떨어진 그야말로 졸저다. 부끄럽다는 심정이 들 때 침묵은 유용한 자기보호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외마디라도 변명을 해두지 않으면 오래도록 참담한 감정에서 한 치라도 벗어 날 수 없을 듯하다. 과거를 조명하고 평가하는 일을 본령으로 하는 역사연구는 붓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내는 수필쓰기가 ..

달성 서씨 시조 서진 : 목민관의 귀감

달성 서씨 시조 서진 : 목민관의 귀감 서씨들은 고려시대 최고의 명문가였다. 고려를 창건한 왕씨 왕조에 가장 많은 인재가 배출됐다. 조선시대에서도 최고명문가 중의 한 가문이었다. 학문과 수양의 귀감 혹은 사표로 인식되던 대제학이 3대에 걸쳐 지냈을 뿐만 아니라 영의정도 3대에 걸쳐난 가문은 조선조 500년을 통털어 세 가문 뿐이었는데, 달성서가가 그 중 하나다. 달성서씨는 원래 이천서씨 제7대에서 갈라져나왔다. 즉 서진은 이천서씨에서 나온 중시조였다. 따라서 달성서씨들도 이천서씨의 시조인 서신일의 후손이다. 이천과 달성은 큰집과 작은집의 관계인, 하나의 조상을 가진 두 문중인 것이다. 2021. 6. 11. 12 : 3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m.youtube.com/watch?v=TQK..

북한산 가을소풍

북한산 가을소풍 이 우주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들을 수 없는 엄청나게 거대한 굉음이 비단절적으로 울리고 있다. 자연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토끼처럼 귀를 곧추 세우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미미한 풀벌레들의 소리도 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소리도 적당해야 들린다. 옛부터 뭣이든 적당한 게 좋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8월 말, 북한산의 풀벌레들은 소리로 우주의 굉음과 교신한다. 본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 초월적 굉음과 등잔불 아래에서나 들릴 초가을 소리는 이 끝과 저끝이다. 이 끝도 아니고 저 끝도 아닌 나는 술 한 잔으로 두 끝이 하나처럼 존재하는 우주와 교감하고자 하지만 그 소리는 영혼으로만 들린다. 카리브해나 몰디브에서나 볼 수 있는 컴포우즈 블루(compose blue)를 이곳..

북한산 play까페에서의 한때

북한산 play까페에서의 한때 점심을 먹고나니 아내가 북한산 근처 계곡에 아주 괜찮은 까페가 있다기에 산책 삼아 같이 가봤다. 아내의 말대로 까페가 일품이었다. 3층으로 된 건물도 아담했고, 안락의자들이 갖춰져 있어 실내 설비도 나무랄 데 없었다. 3층에서 눈을 들어 바깥을 내다보니 야외 정원도 넓고, 주변 경치도 볼만 했다. 싱그러운 신록 속에 흐르지 않고 조용히 머물고 있는 계곡물도 투명하기가 거울이다. 모처럼 등산을 하지 않고도 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북한산을 오르지 않고도 창공의 푸르름을 들이킨다. 연두빛에서 푸름이 더해가는 녹음에 마음의 때까지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양귀비 입술보다 더 붉은 연산홍! 실바람에 하늘 대는 여리디 여린 민들레씨! 어디로 날아가서 자기를 번식할까? 다른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