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가을소풍
이 우주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들을 수 없는 엄청나게 거대한 굉음이 비단절적으로 울리고 있다. 자연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토끼처럼 귀를 곧추 세우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미미한 풀벌레들의 소리도 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소리도 적당해야 들린다. 옛부터 뭣이든 적당한 게 좋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8월 말, 북한산의 풀벌레들은 소리로 우주의 굉음과 교신한다. 본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 초월적 굉음과 등잔불 아래에서나 들릴 초가을 소리는 이 끝과 저끝이다. 이 끝도 아니고 저 끝도 아닌 나는 술 한 잔으로 두 끝이 하나처럼 존재하는 우주와 교감하고자 하지만 그 소리는 영혼으로만 들린다.
카리브해나 몰디브에서나 볼 수 있는 컴포우즈 블루(compose blue)를 이곳 북한산의 술잔이라는 우주에 담았다. 담으려고 해서 담은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담기더라. 자연이 원래 그런 건데 세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림 그리는 멀대 답지 않게 나는 이런 색은 꼭 카리브해나 몰디브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하늘은 파랗고, 나뭇잎은 푸르고, 이 멀대의 심장은 여전히 붉다. 아직도 고래가 바닷물 들이키듯이 술이 들어가는 이유일 거다. 2차로 옮겨 봤자 북한산 자락 내이고 꿈결의 우주속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한 길동무는 내 안 동무다. 나중엔 산모기들도 자리를 같이 했지만...
2022. 8. 27. 17:2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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