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시 45

이것도 인생이야

이것도 인생이야출세는 하지 못했어.그래도 루저로는 보지 마.이것도 인생이야.한때는 건달로 살았지만이젠 사람으로 봐줘.이것도 인생이야.나도 사느라고 열심히 살았어.위선 가득한 이 험한 세상에서못 살아도 남 해코지 않고이만큼 산 것도 용하지 않나?나도 사람이야 사람!2016. 8. 27 오전베트남 수도 하노이 동남방의 景勝地 번롱에서雲靜※여행을 같이 간 일행 중, 어느 노신사가 얘기 끝에 자신이 젊은 시절 몸담았던 건달생활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이 말에 좌중엔 한 바탕 폭소가 터졌다. 그 말을 듣고 쓰다.

친구의 소 기억

친구의 소 기억소를 볼 때마다 애잔해하는 東浪 선생,고희를 눈앞에 두고서도 변함없다.오늘은 마음 짠한 기억을 토해낸다.“눈물 머금은 소 눈망울은 왜 그리 슬퍼 보이는지···.어릴 적 산으로 들로 다니며 꼴 먹이던 소가 팔려 갈 때먼 발치에서 정든 소와 이별이 힘들어서뒤돌아 서서 정지문 붙잡고 엉엉 울었네.키우던 송아지가 소장수 트럭에 실려 가면 어미소는 이튿날까지 말없이 슬피 운다. 놀라서 더 커진 두 눈에 고이던 눈물어미소의 슬픔에 부모님도 밤잠을 설치셨지.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자신에게 만족할 줄 알고 묵묵히 소처럼 살면 좋으련만···.”그 부모에 그 아들이다.이런 심성들이야말로 소의 마음이다.소들 곁에서 逸士로 사는 내 친구는無垢한 소가 환생한 존재일지도 모른다.친구 말처럼, 정말 그..

미친 세상 살아가기 1

미친 세상 살아가기 1가짜 국가유공자, 학위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돈으로 사고파는 상들이 넘쳐나는 거짓 사회그룹오너들 수백억 증여세 포탈해도 모르쇠 정부기업이 산업폐기물 투기해도 광고주라 눈 감는 언론기소하고 안하고는 자기 마음인 검사들언론에 유죄라고 흘리면서 권력 눈치 보는 검찰 정권이 바뀌니 이번엔 무죄라는 또 다른 검찰어느 검찰 말이 진실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세상판결 잘못 내려 억울한 피해자들 넘쳐나고법을 농단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판사들피해자보다 피의자 인권을 더 중시하는 법원피해자에게 피해사실 입증하라며 뒷짐 지는 경찰국정조사만 하면 진실은 실종되고 걸레가 되는 사건들이 당 저 당 오가는 철새 도래지가 된 정치판위증해도 그만인 대통령 후보와 고위 공직자들 저도나도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데 그쯤..

어느 가을날의 외출

어느 가을날의 외출가을 햇살이 뽀얗게 쏟아지는 날문득 이 지상엔 없는 이를 생각합니다.그와의 한 때를 곱게 떠올립니다.그래도 빈 데가 채워지지 않아서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봅니다.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지만시린 가슴은 여전합니다.그가 있어야 온기가 돌까요?속절없이 가던 길을 다시 갑니다.혼자만 고생 없이 살아서 죄스런 마음인데늦은 밤 귀갓길 전철 안으로허리 굽어 몸이 ㄱ자가 된 쇠잔한 노파가봇짐들을 질질 끌고 힘겹게 오르네요.이런 삶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까?도대체 그는 어디에 있나요?늘상 굽어보고만 있는 겁니까?청신한 이 가을날 하루 종일 우울한 외출이었습니다.2023. 11. 5. 14:03.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靜

떠도는 바람

떠도는 바람바람이 멎어설 데는 없다.곤고한 몸 눕힐 한 뼘의 땅도 없다.익명 사회의 광장에서도,시비 없고 언걸 없는 철 지난 해변에서도,인정 도타울 고향에서마저도···.뿌리 내릴 수 없는 부평초의 숙명인가?막다른 골목 안에 이는 회오리바람처럼어제도 실성한 듯 저절로 돌았고막차 끊어진 역사에 홀로 남은 이 밤도,오늘같이 익숙한 내일도, 모레도, 또 혼자서 돌고 돌아야 한다.세상에 다소곳이 안기지 못해 거친 들판을 서성이는 기의 응어리어디서든 머물 곳 없는 나는, 그는 명왕성의 지표를 떠도는 바람이다.이젠 잡아도 자신이 거하고 싶잖은 바람겨울 눈꽃이 피면 가을바람은 잊는 것이다.2023. 11. 2. 00:22.전철 3호선 지축역에서雲静● 위 졸시는『월간문학』, 제673호(2025년 3월)에 실린 작품이다...

행복감

행복감서산에 지는 황금빛 노을에초겨울 산그림자 짙어가고남향 거실 차탁 위엔물 끓는 소리 보골보골솜옷 입고 안개속을 걸으면 안개가 시나브로 옷속으로 스며들 듯잠시 시름이 제몸을 눕힌 사이茶香과 書香이 다붓하게 배어든다.남녘 하늘가로 말갛게 피어오르는 얼굴그윽히 울리는 화엄사 범종 소릴 듣고참 오랫만에 마음이 개인다는 친구 소식너나들이하는 사이에는남극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둘만 아는 염화미소가 눈앞에서 함박꽃이다.2023. 11. 5. 18:47.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靜

요즘 시대 넝마주이

요즘 시대 넝마주이지난 시절 한 때 고물 줍는 게 직업이던 넝마주이거리마다 골목마다 다니면서동네 곳곳을 정화시키고 폐기물 재활용도 했었지.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SNS상에 떠다니는 부유물들이온 지구를 뒤덮을 만큼 떠돌아다녀도자기 목소린 없고 캡처한 남들 얘기뿐저쪽에서 주워 이쪽에 올리는 넝마주이들공부해서 자기 생각을 밝히기는커녕떠도는 설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思量도 않고스스로 넝마가 되어 버린다.2023. 10. 24. 06:28.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静

이 가을에

이 가을에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라지만나는 거둬들일 게 하나도 없습니다.말을 놓아버린 이가 할 수 있는 건성자의 가난한 마음으로 침묵을 그리다가잔물져가는 황금빛 대자연의 경건함에 우두커니 노을을 바라보는 일뿐입니다.그대에겐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네요.세파에 지친 당신에게 단지바람 넋에 흥글노래 한 가락 실어보낼 뿐,참한 양떼구름 한가득 날려보낼 뿐입니다.이슬도 너그럽게 익어가는 이 가을에청빈한 가을걷이가 되면 좋겠습니다.고즈넉이 지는 해 바라보면서자신의 어제를 되돌아보다가지금 한 줄의 시를 쓸 수 있음에 기꺼워우리의 내일을 고이 마음속에 접어 넣습니다.2023. 10. 22. 14:57.북한산 清勝齋에서雲静 초고

어떤 모자

어떤 모자“엄마, 눈 각막 기증했는데 시신도 기부할까?”“아이고 야야 그게 어예 니몸이고? 내 죽거들랑 해라.”아들이 스물여섯 살 때였다.“야야 나는 불에 끄실리기 싫데이!내가 죽으면 불에 태우지 말고 땅에 묻아라.”“언요! 좁고 답답한 땅속엔 말라꼬요.어무이 성격에도 맞지 않심다.못 가본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시게 넓은 바다에 모실랍니다.”아들은 한 줌 뼛가루를 영일만에 뿌렸다.쉰한 살의 시월, 가을 햇살이 설핏한 날이었다.생전에 그토록 가보고 싶어 하셨던 둘째 아들 공부하던 곳엔 가보셨을까?동해를 빠져나가 맨 먼저 대만에 들렀을 거다.그리곤 인도양 지나 대서양, 태평양을 돌아서 지금쯤은 또다시 서해로 오고 계실 거다.불효자는 지금 인천 옆 서울에 살고 있다.2023. 10. 12. 07:00.북한산 ..

중년과 노년의 차이

중년과 노년의 차이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세상에는 남자 마음에 꼭 드는 여자도 여자 마음에 꼭 드는 남자도 없다는 걸노인이 되어서야 겨우 깨닫게 된다.이 여자가 아니면 갈 데가 없었다는 걸이 남자가 아니면 봐줄 이가 없었다는 걸중년과 노년은 마음의 입자가 달라서가라앉기에만 시간 차가 있을 뿐이다.2023. 10. 15. 07:14.고향 집에서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