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63

영시 작품 2수, 영시집 상재!

영시 작품 2수, 영시집 상재!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 가끔씩 영시랍시고 영어로 시를 쓴 적이 있다. 그 중에 지금까지 남겨진 시가 세 작품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중 두 수가 아래 영시집에 실렸다. 수록된 제목은 각기 The meaning of love(사랑의 의미)와 Frame of Love(사랑의 불꽃)이다. 이 영시집에는 총 60명의 시인들의 영시가 실렸다. 매 작품의 영시는 한글도 같이 실려 있는데 영시는 시인이 직접 쓴 것도 있고, 한글 시를 영어로 번역한 것도 있다. 나는 애초부터 영어로 쓴 것임을 밝힌다.월간 순수문학 출판부 편,『미래를 빛낼 시인들의 국영문 시선집 Anthology of Korean Poets for the Shining Future in Korean/English』(..

프라하의 밤

프라하의 밤시차 8시간의 체코 프라하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와서 먼저 가는 시간을 기다린다. 긴 긴 밤은 끝내 날이 새지 않을 듯 칠흑 속 오래된 환영들만 갈마든다.여기서 더 가면 더 과거가 되겠지계속 가면 대서양 너머 미국이 나올 테지또 더 가면 태평양 너무 영일만이 나올 테지어무이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그 바다 계속 계속 더 가면 2009년 이전이 나올까? 부모님 살아계시던 그때 그 시절 2020. 1. 13. 02:57.체코 프라하 시내 브루노 호텔방에서 雲静★ 위 졸시는 필자의 시집인 아래 시집에 실려 있습니다.서상문,『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서울 : 토방, 2023년).

식자우환

식자우환얼마 전 지방 순시 중그는 세상에 믿을 자 아무도 없다는 듯자신이 배신당한 외로운 지도자인 것처럼“人不負靑山, 靑山定不負人”*이라 읊었다.총리가 돌연사한 것처럼 그가 꾸민 걸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부끄러움이 말라붙은 세상그기나 여기나도덕과 양심 운운이 가소롭다.샤를 보들레르가 그랬었나?자신이 사악함을 안다는 건 그나마 장한 일이라고.여름 천둥소리에 또 다시 창문을 활짝 열어제쳐 본다.하늘을 올려다 봐도 뚫릴 기미가 없다.2025. 6. 21. 17:23.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静 초고* “인간들이 산을 배신하지 않으면, 산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원래 중국 전통문화에서 전래돼 내려오는 명언인데 시진핑이 이를 인용한 것이다.

정신병동

정신병동절망의 그림자는 발도 붙이지 못하는 양지갖가지 희망의 꽃들만 만발하는 화원도덕의식과 희망도 없지만 고민거리도 없다.본능만 있지 남의 잘잘못이 보이지 않고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지만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비교하지 못하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니홧병의 주범 스트레스라는 게 있을 리 없다.사는 것에도 걱정거리가 없고, 죽는 게 뭔지 모르니 두려움도 없다.바깥 연고자들은 자주 한 숨 쉬겠지만정신 바로 박힌 이가 드문 생지옥 사람들은, 우리 모두는 한 면만 보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나도 그냥 그렇게 살다 가고 싶다.2025. 6. 20. 06:34.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静 초고

“짜웅이라도 해볼까?”

“袖の下でもやろうか”“소매 아래라도 해볼까?” 직역한 것인데 직역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소매 아래서 뭘 하겠다는 소린가? 하고자 하거나 원하는 것을 이루거나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뇌물을 바치든가 구린 짓을 하는 것을 말하는 표현이다. 속어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한마디로 딱 옮기면 “모르게 짜웅이라도 해볼까?”나 “모르게 뭘 좀 갖다 바쳐볼까?” 쯤 된다. 노파심에서 다는 사족이긴 하지만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는 반드시 어떻게 번역해야 한다는 철칙은 없다. 직역이 원의를 나타내는데 적당하면 직역을 하면 되고, 의역을 하는 게 더 좋아 보이면 의역을 하면 된다. 직역과 의역을 섞어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 구문은 직역보다는 의역이 더 이 말의 원래 뜻을 잘 나타낸다. 袖の下でも..

일본어 조사 の의 특이한 어법 한 가지 소개

일본어 조사 の의 특이한 어법 한 가지 소개일본어에서 조사 の의 용법은 단순해 보인다. '~의'이라는 뜻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の는 관형격 외에 주격 조사 용법도 있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은 이것이다”라는 의미의 “僕の読んだ本はこれだ”에서 の는 “나의” 보다는 “내가”라고 옮기는 게 적절하듯이. 또한 の는 여성어나 유아어에서 종조사로서 文尾에서 감동이나 물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중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특이한 어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가령 “~느니”에 해당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약탈해간 문화재를 “돌려달라느니 돌려주지 못한다느니하면서 말다툼 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 の를 활용하면 된다. 아래와 같이 말하면 일본어다운 냄새가 난다.“返せの、返せないのと言い..

신토불이

신토불이거실 화분에 서있는 대나무 한 그루제 품을 떠난 지 어느덧 십년이 넘는다.천정에 받쳐 더 이상 자라지 못해도답답하다는 불평 한 마디 없이 서 있다.우리 집 왕고참 삼식이는아침이면 갑갑한지해 뜨는 동쪽 창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고저녁이면 몸 눕힐 고향이 그리운지노을 지는 서쪽 창을 내다본다.태생지를 떠나는 移植은 그 자체로 홧병이다.사막이 황량해도 미어캣이 병들지 않는 건그들에겐 그곳이 정겹고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남극이 추워도 펭귄이 감기 들지 않는 건그들에겐 그곳이 아늑한 곳이기 때문이다.식물원 온실 속 선인장의 갈증이 따갑다.동물원 우리 속 사자의 신음소리가 아프다.2020. 8. 10. 17:29.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静

1차원적 삶

1차원적 삶부는 서천에 뜬 구름이요,권세는 오가는 길손,명예는 가을날의 이슬이라무얼 바라고 무얼 취하랴.아등바등 살아서 뭣 하려고?의식주는 눈에 띄는 것만 취한다.일도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한다.보이지 않는 것은 염두에 두지 마라.내일은 무얼 할까 생각하지 않는다.근심거리가 생겨도 내버려둔다.계획도 없고 예정도 없다.분별없이 사는 대로 산다.지난 날 없이 살던 때를 잊지 않고빈손으로 왔다는 사실만 뼈에 새기면험한 꼴은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빚구럭에 빠질 일도 없지만사로잘 일도 없다.그리 살아도 살면 살아지는 게 삶이다.2019. 5. 17. 16:39.臺灣 中央硏究院 近代史硏究所 연구실에서雲靜

會者定離 다시 보기

會者定離 다시 보기물들지 않으면 단풍이 아니듯이떨어지지 않으면 낙엽이 못 되듯이회자정리란 만나면 필히 헤어져야 한단다.맞다, 반쯤 맞는 말씀이다.보내지 않으면 어찌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만나면 어찌 이별하지 않겠는가?헤어진다고 슬퍼할 건 없다는 말이지만···.이별이 상봉의 可能態라 해도그래도 만나면 헤어지지 않는 게 낫다.세상사 有爲轉變이라 인연 따라 살자고?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이지떠나려면 아예 오지나 말 것이지원치 않는 이별은 흰 살갗에 난 푸른 멍이란다.2017. 11. 16. 13:42.단풍잎이 샛노란 고려대학 교정에서雲靜

숫타니파타 붓다의 말씀처럼

숫타니파타 붓다의 말씀처럼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 71.같이 있어도 혼자이고, 앞으로도 혼자일 것이다. 섬광처럼 짧은 인생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2025. 6. 6. 09:40북한산 淸勝齋에서雲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