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한시 습작 11

한시 사위의 붉은 마음

사위의 붉은 마음 모처럼 처가에 갔더니 겹홍매가 반겨주는구나 한 30년을 처가에 다녔어도 활짝 핀 건 처음 보네 팔순의 어르신 기력 쇠하여 붓 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춘심은 옛날 옛적 그대로구나 고혹적인 홍매는 아름다운 이의 자태 같고 황매도 뒤질세라 노란 꽃봉오리 맺었네 서울은 이제 겨우 녹빛 기운이 감돌텐데 사위의 붉은 마음이 남천에 피었구나! 壻赤心 久尋岳家紅梅迎 卅年初次看滿開 八旬岳父輟筆永 但春心仍如舊常 紅梅恰似佳人樣 黃梅次於結黃朵 恐京今纔放綠意 壻赤心開在南天 2019. 3. 31. 12:11 雲靜於臺北捷運南港站 草稿 ※ 위 한글은 2019년 3월 말 내 친구 김대성이 경주 자신의 처가에 갔다가 뜰 안에 핀 홍매화와 나이 들어가시는 빙부님을 뵙고 느낀 소회를 적어 친구들 단톡방에 올린 글을 내가 ..

한시 義弟的問候便條

義弟的問候便條 桃結未忘義弟問 獨吃麵閱請兄鑑 沒問歉速蘇生見 俄吃麵吞淚不分 義弟의 문안쪽지 도원결의를 잊지 않고 사는데 義弟가 묻는다 혼자 국수를 먹으면서 본다 "형님 보세요" 오래 안부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빨리 회복해서 뵐게요 돌연 국수를 먹는지 눈물을 삼키는지 분간이 안 되는구나! 2021. 2. 23. 12:4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한시 为知己者死

为知己者死 志士为知己者死 美女为悦己者容 终于碰友久慕我 吾也为知余者斃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지사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미녀는 자신을 이쁘게 봐주는 이를 위해 가꾼다 마침내 오랫동안 나를 연모해온 친구를 만났네 나 역시 나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2021. 2. 21. 08:5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한시 本心何在(본심은 어디에 있는가?)

本心何在 醉登峰聞義 醒下山捐鍰 騙天且騙地 孰知何鬼胎 口口聲聲正 字字句句義 賤餌誘魚蝦 本心唯於錢 본심은 어디에 있는가? 술 취해 산에 올라 義를 듣고 술 깨고 내려와 돈을 내니 하늘도 속고 땅도 속는데 그 흉심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입만 벙긋하면 바름을 외치고 쓰는 글마다 義를 얘기하지만 천박한 자들이 쳐놓은 통발이라 본심은 오로지 돈에 있었구나 2019. 1. 28. 09:27 臺北에서 雲靜 한국사회의 명망 있는 모 시민단체가 집행부의 극소수 몇 명이 회원을 속이고 이중적으로 조직을 운영한 전횡소식을 듣고 나도 십수년간 그 단체에 회비를 낸 바 있어 속았다고 허탈해 하고 있던 차에 어느 분이 이 단체와 관련된 단톡방에 아래 茶山의 시 한수를 올리기에 그에 호응해서 쓰다. 醉登北山哭 哭聲於蒼穹 傍人不解..

한시 從弟失明

從弟失明 昨從弟勞中失明 骨折就再被膠接 失眼再也不能蘇 以一眼活過半生 吾雖病盡力執筆 刊書遲懲罰處分 吾自說我書不佳 讓辭被獪審評低 述眞率倒受屈辱 無比痛憤心至極 因不通孤心重多 大事積似如太山 精力費於些煩重 但想到從弟失明 此操碎心倒奢靡 雖不良而兩眼全 何時能看美天下 사촌 동생의 失明 어제 사촌 동생이 일과 중에 한 쪽 눈을 잃었다 뼈는 부러지면 다시 붙게 되지만 잃은 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반평생을 한쪽 눈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몸이 성치 않았음에도 저서집필에 열성을 다했지만 발간이 늦었다고 징계를 받았다 내 저서의 수준은 욕먹지 않을 정도라고 겸양을 말했더니 노회한 평심원들이 그말은 받아서 책을 낮게 평가해버린다 진솔함이 되려 흠이 돼 교활한 자들에게 굴욕당하니 분하다 근래 말이 통하지 않는 자가 많아져 ..

한시 追念胡志明而想起韓國女王(호치민을 추념하면서 한국의 여왕을 떠올리다)

追念胡志明並想起韓國女王 無時無處不戰火 國民受凍亦挨餓 一生襤褸宿茅屋 每餐不可超三饌 泣不成聲胡志明 罪唯在與國結婚 爲民盡忠終病死 己死而永在民心 庶民天天艱難過 女王日日華貴衣 山海珍味享不盡 自認皆爲當然事 功在與渾奢結婚 總爲榮華弄權勢 雖生似亡民心離 罪必推上斷頭臺 호치민을 추념하면서 한국의 여왕을 떠올리다 언제 어디서나 전쟁의 포화가 없는 곳이 없어도 집이 없어 한 데에서 헐벗고 굶주린 국민을 생각해서 안락한 公館을 두고 초가에 머물며 남루한 옷으로 지냈고 한 끼에 세 가지 이상 반찬을 올리지 말라 했네 눈물에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은 호치민이여 지은 죄라곤 조국과 결혼하고 나라와 국민에게 진충하느라 병들어 죽은 것뿐이네 죽어서도 민중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구나! 서민들은 하루하루 고되게 살아가는 데도 여왕은..

비 내리는 낙화암(雨中的落花巖)

雨中的落花巖 雨淅瀝下着在白馬江 江水涴涎流着似蛇般 夕沒而燈光於泗沘城 聽至霧中黃山野喊聲 離江登到扶蘇山而看 七百年百濟榮華不見 此地僅余落花巖聳立 像蘇定方釣龍的傳說 三千宮女故事亦爲捏 義慈王啊! 勿說己爲仁義慈愛王 隨羅唐軍之馬蹄剛勁 但臣叛國亡責歸否王? 經常不揚威不弄權勢 而包容老百姓不了嗎? 新羅拉外力統一半島 滿意於此地便是汝業 朝鮮打消進大陸念頭 自居小中華也是汝業? 是汝的寃孼呼? 是否知過客之胸中心 而蒙雨松無聲地下着 離哀怨的落花巖下去 人迹斷絶的皐蘭寺內 只有一燭火忽閃擺動 一只大蟾投身於懸崖 2015. 7. 11 傍晩 雲靜於與內子尋訪的扶餘落花巖 비 내리는 낙화암 부슬부슬 비 내리는 백마강 강물이 스르륵 스르륵 뱀 가듯이 흐르네 해거름이 자태를 감추고 사비성에 하나 둘 불이 밝혀지니 강 건너 은은한 안개 속으로 황산벌 함성이 들려..

한시 異域萬里再遇故友

잘 계시겠죠? 저도 무사히 도착해 본격적인 여행일정이 시작됐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를 거쳐 카리브해 몇몇 나라들과 텍사스를 여행하는 긴 여정입니다. 맨 먼저 찾아온 곳은 친한 친구가 20여년 전에 이민와서 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입니다. 친구 집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부터도 평소 자주 통화 하고 살아서 그런지 지층처럼 그리움이 쌓인 건 아니었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初老의 나이가 돼 만나니 그것도 묘한 맛이더군요. 여행에 친구와 술과 시가 따르지 않으면 운치가 있을까요? 아래는 미국에 온 첫인상과 친구를 만난 소회가 버무러진 졸시입니다. 오랫만에 써본 한시 습작입니다. 異域萬里再遇故友 東渡太平洋曾沒做夢 捻念美利堅近在遲尺 未知何終之雄厚自然 一布千一夜話的毛氈 丈夫胸..

한시 異國鄕愁

異國鄕愁 仲秋不變又重來 滿月掛着夜空亮 雖懷志而赴異國 思鄕念朋無厓處 雖欲回因學不了 沒返沒逅豈止孤 候鳥嘎嘎飛往北 惟凄蟲之聲斷腸 1994年9月5日零時50分 於臺北國立政治大學宿舍隅 이국 향수 한가위가 어김없이 찾아드니 보름달이 밤하늘에 동그마니 걸려 빛나네 뜻한 바 있어 찾아온 이국땅이지만 고향이 그립고 친구 생각이 끝이 없구나 돌아가고 싶어도 펼쳐야 할 학업이 구만리라네 못 가고 못 보니 그 어찌 외롭기만 하겠는가? 끼룩끼룩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 소리에 처량한 풀벌레 소리가 애를 끊게 하는구나! 1994. 9. 5. 00:50 臺北國立政治大學 기숙사에서 雲靜 초고 2017. 10. 24. 11:36 구파발 집에서 가필

한시 溫古知新

溫古知新 釋孔孟之說 未必合現實 時合時不合 適用隔於今 盲信固然愚 而不信亦驕 必要能分別 古新的慧眼 석가 공자 맹자의 말씀이라고 해서 다 현실에 들어맞는 건 아닐세 때로는 합당하지만 때로는 맞지 않고 지금에 적용하기엔 동떨어진 것도 있지 성현 말씀을 무턱대고 믿는 것도 어리석지만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교만이라네 말씀이 옳고 그른지 분별할 수 있는 온고지신의 지혜로운 눈이 필요할 뿐! 2013. 10. 10 雲靜 출근 길 전철 안에서 옛 성인들의 말씀과 가르침을 판에 박힌 듯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 친구에게 보낸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