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의 신라 천년 꿈결의 신라 천년 해돋는 토함산자락에 데칸고원의 정적이 들면 남산 석벽엔 불심의 눈물이 지고 고고한 반월성터에 신라낭도의 함성이 일면 계림숲에 은빛 백마가 비상한다. 고향을 그리다 꾼 꿈 새벽녘 눈 떠보니 포석정 천년 영화는 홀연듯 간 곳 없고 말없이 흐르는 서천만이 도도하구나. 1994. 1. 1 새벽 타이완 타이페이 政治大學 기숙사에서 雲靜 습작 *시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에 수록된 시의 원본이다. 왜 사는가?/자작시 2022.02.01
습작 영시 No title No title Even if you take me as a wanderer who will only stay at you for a moment. Even if you feel that I am a mirage of love which will spark for just a blink. Even if I will fade away into Your meaning-less laughter, One day, undesignedly, you will find a faded picture in your old album. Even if I may be buried in your oblivion as a past lover, It cannot be, I am responsible for all of the pa.. 왜 사는가?/자작시 2022.02.01
쟁암리의 겨울밤 쟁암리의 겨울밤 초겨울 허기진 골바람 소리에 산골 마을 빼곡한 시름들도 잠든다 이슥한 밤 달빛은 창문틀에서 졸고 별들도 하품하고 있는데 비워둔 고향집 찾아 몸 눕힌 친구 누구 말대로 다정도 병인양하여 밤새껏 우는 문풍지 떨듯 잠 못 들어 한다 정적 속 집주인의 마른 기침소리에 언뜻 스쳐가는 외할배 얼굴 初老의 서울 외손주도 잠을 잃었지만 울산 외손주는 꿈나라에 가 있을 테지 2021. 12. 13. 04:2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왜 사는가?/자작시 2021.12.13
담쟁이넝쿨잎 담쟁이넝쿨잎 녹빛 날 때부터 머리 숙여 생겨나 붉은 황혼녘 돌아갈 최후 일각까지 뾰족한 이파리들이 모두 아래로 향한다. 타고난 천성 소박한 겸손 위 없는 듯, 하늘 없는 듯 죄다 땅을 보고 "우로 봣!" 낮으면 편하다 낮으면 부딪힐 게 없다 낮아서 한껏 孤高한 담쟁이넝쿨잎 2021. 10. 3. 08:5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왜 사는가?/자작시 2021.10.03
친구 친구 친구가 많아서 좋은 듯해도 많은 만큼 먼저 가는 이도 적지 않다 일찍 가는 게 잦으니 가슴이 곱절 따갑다. 뇟보의 삶이어도 제명대로 사는 건 천복 친구는 즐거움과 거늑함의 화신이요 화와 통한의 씨앗이기도 하다네. 잗달지 않게 깔끔히 살다 가야지 기쁨은 주지 못하더라도 남겨진 친구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앙세게 살 만큼은 살아야겠다 벗에게 슬픔을 얹어주지 않기 위해. 2021. 8. 3. 08:28 북한산 淸勝齋에서 부고를 듣고 먼저 간 친구의 명복을 빌며 雲靜 왜 사는가?/자작시 2021.08.03
운명의 質 운명의 質 동기가 죽었다는 풍문을 뒤늦게 들었다 그는 울룩불룩 우람한 바디빌더였지만 남성 평균수명보다 20년이나 일찍 갔다 실핏줄이 막혔던 모양이다. 가늘고 작은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걸 지탱시킨다 작고 보이지 않는 게 질을 결정한다 운명은 제 하기 나름이다. 친구여 늦었지만 명복을 비네 천국에선 운명대로 사시지 말게. 2021. 7. 18. 12:4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https://m1.daumcdn.net/cfile283/image/990261415BAA518421C0EC 왜 사는가?/자작시 2021.07.18
사람농사 사람농사 반평생만 되어도 그 많던 친구들이 다 솎아진다 반의 반도 못 건진다 어망에서 피라미들이 다 빠져나가듯이 대어라고 불린다 한들 남들 그물에선 피라미이듯이 예전엔 몰랐어 거둘 게 없는 사람농사 쭉정이는 가고 알곡만 남는다는 걸 2021. 7. 18. 05:54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m1.daumcdn.net/cfile267/image/9932004B5B8A6917359010 왜 사는가?/자작시 2021.07.18
사양 사양 "술을 끊는 게 좋겠습니다!" "건강도 지키고 할 일도 많습니다." 어떤 원로 작가 분께서 말씀하셨다. "죄송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겠죠" 어떤 한학자 선배 분이 긴히 말씀하셨다 "지금이라도 술 먹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동양고전을 읽으면 세계 최고의 동양철학자로 우뚝 설텐데 한번 해 볼 생각 없어요?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도에 뜻을 두고자 했다면 이미 젊은 시절에 기회가 있었는데 이젠 늦었죠." 술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 사람이었겠나 양심상 술이 고마워서 멀리 할 수 없어 하루하루 서서히 죽어가게 그냥 놔두고 싶다 生於酒, 死於酒! 고맙습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선배님! 2021. 7. 13. 02:4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 왜 사는가?/자작시 2021.07.14
원망 원망 남을 속이거나 등을 치고도 양심에 가책이 없다 부모님 왜 제겐 그런 鐵心臟을 물려주시질 않았죠? 탐욕에 남 피눈물 나게 해놓고도 죄스런 줄 모른다 부모님 왜 제겐 그런 배짱을 물려주시질 않았죠? 남 해코지 해놓고도 사과는커녕 뻔뻔스레 웃는다 부모님 왜 제겐 그런 낯짝을 물려주시질 않았죠?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 제겐 몰양심을 추하게 보는 鐵心臟이 있네요 제겐 탐욕을 정말 하찮게 보는 배짱이 있네요 제겐 뻔뻔함을 천하게 여기는 낯짝이 있네요 아부지 어무이 정말 많이 보고 싶습니다. 2021. 7. 12. 14:02 구로구 오류동 분식집에서 냉국수를 기다리면서 雲靜 초고 https://m1.daumcdn.net/cfile241/image/990590365BA4C5D3049F45 왜 사는가?/자작시 2021.07.12
얌체의 경제학 얌체의 경제학 얌체 신문사의 칼럼은 공짜로 실린다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름 내려는 "명사"들이 너무 많아서다 사주는 거들먹거린다 "너 아니어도 글 쓸 사람들 줄 서 있다!" 악용되는 수요공급 법칙 사주는 개미들이 모아준 글값으로 목돈을 쥔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비웃는다 "영혼을 파는 등신 같은 작자들!" 나도 비웃는다 "명예욕에 백 명이 한 명을 못 당하는 자들!" "어리석어 제살 뜯어먹기 하는 자들!" "돈 몇 푼에 정신노동의 가치를 뭉개는 공범들!" 나는 사주가 직접 글을 청해도 사절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론자인 내가 언론사와 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2021. 7. 12. 10: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https://m1.daumcdn.net/cfile271/image/99D9.. 왜 사는가?/자작시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