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4

고기환 정혜은 부부에게 보낸 축시

어제 훌륭한 부부 한 쌍이 탄생했다. 내가 아끼는 고향 후배이자 대학 후배가 어엿하고 늠름하게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해서 화촉을 밝힌 것이다. 많은 하객들이 함께 한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는 자리에서 멀대가 인생 선배로서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시 한 수를 바쳤다. 아래 축시 내용처럼 두 부부가 동고동락을 같이 하면서 새롭게 행복한 삶의 여정을 시작하기를 축원하였다. 고기환 정혜은 부부에게 천지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펴 있고 사랑의 뜨락에 축원들이 쏟아지는 날 천지신명 앞에 해와 달이 마주 선 가운데 화촉으로 온누리가 빛나는 성스런 날 견우 직녀가 만나듯 자신을 겸허히 비워 자신의 분신을 맞아들이는 생애 최고의 날 갠지스강변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 두 남녀가 부부로 만난다는 건 겨자씨와 반석겁 같은 억..

개구리들

개구리들 우는 게 아니라 여잘 꼬시려는 마초의 힘자랑 합창은 무슨 놈의 합창! 발정난 수컷들 개나 소나 다 하는 흐밍이지 나 여기 있노라고 암컷에 구애하는 놈들 우렁찬 소리로 여긴 자기 텃밭이니 날래 오란다 암컷들은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교태 부린다. 수컷 중에도 목청 큰 놈만 짝짓기 하는 경쟁터 꼭 인간들 야바위판과 흡사야 힘 없는 무지랭이는 아무리 소릴 질러도 흙수저들이야 죽든 말든 관심 없고 목소리 큰 놈이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판 말이야. 합동결혼식 같은 건 꿈도 꾸지마 암컷 유혹해서 욕정 채우려는 일념 뿐 욕구 센 숫놈은 닥치는 대로 암컷을 껴안고 봄이 떠내려 가도록 필사적으로 소리친다 그기 이쁜 애기씨 없스까이 개골 개골 개골! 요지경 인간세상에선 온갖 꾼들이 외친다 우리가 남이가 蛙 蛙 蛙! 2..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Ⅲ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Ⅲ 외과를 기피하니 수술할 의사가 없다 수술 않고도 돈 많이 버는 과로만 몰린다 뭘 하려는지 청년들로 미어터지는 로스쿨 한 사람이 집을 천 채 가져도 문제가 없는 국가 부동산 투기꾼도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 다운계약서 써고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나라 가짜 학위로도 당대표까지 해먹는 정치계 이등병도 못한 자도 국군통수권자 되는 사회 뻑하면 비대위원장을 밖에서 모셔오는 정당들 그럴려면 애시당초 당은 왜 만드는가? 나라 안에 외국 스파이들 득시글 거려도 간첩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정치지도자 요즘 세상에 무슨 부정선거가 있냐는 정치인 최소한의 이성도 작동되지 않는 인간들 물가상승을 기회로 옳커니 하고 음식값 한껏 올리는 식당 주인이나 막걸리를 맥주값으로 파는 술집이나 증여세 포탈하는 재벌 3세..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Ⅱ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Ⅱ 친딸을 상습으로 성폭행 해온 애비가 없나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는 후레 자식이 없나 제자를 속여 푼돈 챙기는 스승은 양반이지 어디서든 정치와 종교얘기만 나오면 친한 사이에도 서로 죽일 듯 싸우는 경박함 친구 간에도 터놓고 얘기를 못하는 세상 부도 내어 남들 피눈물나게 해놓고 이민 가선 말끝 마다 "슈퍼리치"라 돈자랑하면서도 사겠다 해놓고 친구 작품을 거저 먹으려는 자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면서 자기허물 놔두고 "너도 그렇잖아"라는 꾼들 내로남불 경연장이 된 지 오래된 인간들 세상은 원래 서로 속이고 속는 야바위판인 걸 인간을 도구로 보는 음흉한 눈빛들 말로만 남을 추켜세우는 뱀 같은 세치 혀들 같이 미쳐야 명대로 살 수 있는 미친 사회 죄다 미쳐 돌아가는 인간들 속에서 미..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Ⅰ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Ⅰ 가짜 국가유공자, 학위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돈으로 사고파는 상들이 넘쳐나는 거짓 사회 그룹오너들 수백억 증여세 포탈해도 모르쇠 정부 기업이 산업폐기물 투기해도 광고주라 눈 감는 언론 기소하고 안하고는 자기 마음인 검사들 언론에 유죄라고 흘리면서 권력 눈치보는 검찰 정권이 바뀌니 이번엔 무죄라는 또 다른 검찰 어느 검찰 말이 진실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세상 판결 잘못 내려 억울한 피해자들 넘쳐나고 법을 농단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판사들 피해자 보다 피의자 인권을 더 중시하는 법원 피해자에게 피해사실 입증하라며 뒷짐지는 경찰 국정조사만 하면 진실은 실종되고 걸레 되는 사건들 이젠 이 당 저 당 오가도 철새가 아닌 정치판 위증해도 그만인 대통령 후보와 고위 공직자들 저도나도 거짓말..

한시 初雪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온통 천지가 백설로 덮여 있다.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서설이길 바라면서 오랫만에 한시 한 수 읊어봤다. 初雪 昨夜初雪覆山野 雪花紛紛鳥不飛 不坐於頭降於心 又長一歲心依舊 年盡而應來音無 朚亦因雪阻不来 雖天地連適上天 吾欲在地誦心經 첫눈 간밤에 내린 첫눈에 산야가 뒤덮였네 눈꽃은 휘날리고 새들은 날지 않구나 머리에 앉지 말고 마음에 내릴 것이지 한 살을 더 먹어도 마음은 여전하다네. 한 해가 저물어도 와야 할 소식이 없구나 내일도 눈길에 막혀 못 오시려나? 하늘과 땅이 붙어서 천상에 오르기 좋아도 나는 이 지상에서 반야경을 읊으련다. 2022. 12. 21. 08:58 북한산 淸勝齋에서 눈 덮힌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며 雲靜 초고

장마철 하이꾸 작시

夏の空 夏空に ちらっちらっと 母の顔 여름 하늘 여름하늘에 언뜻언뜻 보이는 엄마 얼굴 2023. 6. 26. 10:0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父の聲 わもあるよ 梅雨晴れで聞く 父の聲 아버지 목소리 나도 있어 장마철 갠 하늘에서 듣는 아버지 목소리 2023. 6. 26. 10:2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うれしい梅雨 ふたおやへ 目を転じるや 泣き出し梅雨 반가운 장마 부모님에게로 눈을 돌리자 울기 시작하는 장마 2023. 6. 26. 10:4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