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2

이팝꽃나무 아래에선

이팝꽃나무 아래에선 눈부시게 핀 이팝꽃나무 아래에선 더러운 세상 얘긴 나누지 마라 주렁주렁 달린 문어알이 신음한다. 흐드러지게 핀 이팝꽃 앞에선 잡스런 인간 얘긴 끄집어내지 마라 흥건한 향내 삿된 기에 오염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꽃사태 속에선 그만 내버려 두고 같이 휩쓸려서 우주에서 떨어지는 별똥을 주울 일이다. 눈물이 아니고선 들리지 않는 꽃말 미라가 된 사랑에 숨을 불어넣을 일이다 그러니 제발, 이팝꽃나무 아래에선... 2024. 4. 26. 09:59 포항 용흥동 구철길 이팝꽃나무 숲 아래에서 雲静 착상 초고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Ⅲ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Ⅲ 외과를 기피하니 수술할 의사가 없다 수술하지 않고 돈 많이 버는 과로만 몰린다 출세가 좋은지 로스쿨로 몰리는 청년들 물가상승을 기회로 음식값 한껏 올리는 식당주인들 한 사람이 집을 천 채 가져도 문제가 없는 사회 부동산 투기꾼도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 다운계약서를 써고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나라 가짜 학위로도 당대표까지 해먹는 정치계 뻑하면 비대위원장을 밖에서 모셔오는 정당들 그럴려면 애시당초 당은 왜 만드는가? 나라 안에 외국 스파이들이 득시글 거려도 간첩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정치지도자 요즘 세상에 무슨 부정선거가 있냐는 정치인들 최소한의 이성도 작동되지 않는 인간들 온통 미친듯이 돌아가는 세상에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기도 미쳐야 산다 미치려 해도 미치지 못해서 정말 미치겠다. 2..

미친 세상 살아가기Ⅱ

미친 세상 살아가기Ⅱ 친딸을 상습으로 성폭행 해온 애비가 없나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는 후레 자식이 없나 제자를 속여 푼돈 챙기는 스승은 양반이지 어디서든 정치와 종교얘기만 나오면 친한 사이에도 서로 죽일 듯 싸우는 경박함 친구 간에도 터놓고 얘기를 못하는 세상 부도 내어 남들 피눈물나게 해놓고 이민 가선 말끝 마다 "슈퍼리치"라 돈자랑하면서도 사겠다 해놓고 친구 작품을 거저 먹으려는 자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면서 자기허물 놔두고 "너도 그렇잖아"라는 꾼들 내로남불 경연장이 된 지 오래된 인간들 세상은 원래 서로 속이고 속는 야바위판인 걸 인간을 도구로 보는 음흉한 눈빛들 말로만 남을 추켜세우는 뱀 같은 세치 혀들 같이 미쳐야 명대로 살 수 있는 미친 사회 죄다 미쳐 돌아가는 인간들 속에서 미치..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Ⅰ

미친 세상 살아가기Ⅰ 가짜 국가유공자, 학위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돈으로 사고파는 상들이 넘쳐나는 거짓 사회 그룹오너들 수백억 상속세 포탈해도 모르쇠 정부 기업이 산업폐기물 투기해도 광고주라 눈 감는 언론 기소하고 안하고는 자기 마음인 검사들 언론에 유죄라고 흘리면서 권력 눈치보는 검찰 정권이 바뀌니 이번엔 무죄라는 또 다른 검찰 어느 검찰 말이 진실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세상 판결 잘못 내려 억울한 피해자들 넘쳐나고 법을 농단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판사들 피해자 보다 피의자 인권을 더 중시하는 법원 피해자에게 피해사실 입증하라며 뒷짐지는 경찰 국정조사만 하면 진실은 실종되고 걸레 되는 사건들 이젠 이 당 저 당 오가도 철새가 아닌 정치판 위증해도 그만인 대통령 후보와 고위 공직자들 저도나도 거짓말을..

한시 初雪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온통 천지가 백설로 덮여 있다.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서설이길 바라면서 오랫만에 한시 한 수 읊어봤다. 初雪 昨夜初雪覆山野 雪花紛紛鳥不飛 不坐於頭降於心 又長一歲心依舊 年盡而應來音無 朚亦因雪阻不来 雖天地連適上天 吾欲在地誦心經 첫눈 간밤에 내린 첫눈에 산야가 뒤덮였네 눈꽃은 휘날리고 새들은 날지 않구나 머리에 앉지 말고 마음에 내릴 것이지 한 살을 더 먹어도 마음은 여전하다네. 한 해가 저물어도 와야 할 소식이 없구나 내일도 눈길에 막혀 못 오시려나? 하늘과 땅이 붙어서 천상에 오르기 좋아도 나는 이 지상에서 반야경을 읊으련다. 2022. 12. 21. 08:58 북한산 淸勝齋에서 눈 덮힌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며 雲靜 초고

장마철 하이꾸 작시

夏の空 夏空に ちらっちらっと 母の顔 여름 하늘 여름하늘에 언뜻언뜻 보이는 엄마 얼굴 2023. 6. 26. 10:0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父の聲 わもあるよ 梅雨晴れで聞く 父の聲 아버지 목소리 나도 있어 장마철 갠 하늘에서 듣는 아버지 목소리 2023. 6. 26. 10:2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うれしい梅雨 ふたおやへ 目を転じるや 泣き出し梅雨 반가운 장마 부모님에게로 눈을 돌리자 울기 시작하는 장마 2023. 6. 26. 10:4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아 우크라이나 여인이여!

아 우크라이나 여인이여! 침략해온 군인들에게 집단으로 강간당하고 군홧발에 사정없이 걷어차이는 젊은 여성 온몸에 선혈이 낭자해도 겁에 질려 신음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살해될까 두려움에 떠는 눈망울 두 망막에 각인돼 잠시라도 잊혀지겠는가? 아 우크라이나 여인이여! 나는 사람의 탈을 쓴 마귀들을 봤다. 살점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인간의 악마성에 절규한다. 내가 같은 인간이란 게 한없이 죄스럽다. 사람이 이토록 저주스런 적이 없었다. 지금 내가 왜 달려가지 않고 이곳에 있는가? 가엾은 우크라이나 여인이여! 공포와 수치심이 그대 영혼을 갉아 먹어도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지구가 쪼개지고 하늘이 두 쪽 나도 악귀들은 끝까지 전범자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때까지는 결연히 싸워야 한다. 비명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