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들
우는 게 아니라 여잘 꼬시려는 마초의 힘자랑
합창은 무슨 놈의 합창!
발정난 수컷들 개나 소나 다 하는 흐밍이지
나 여기 있노라고 암컷에 구애하는 놈들
우렁찬 소리로 여긴 자기 텃밭이니 날래 오란다
암컷들은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교태 부린다.
수컷 중에도 목청 큰 놈만 짝짓기 하는 경쟁터
꼭 인간들 야바위판과 흡사야
힘 없는 무지랭이는 아무리 소릴 질러도
흙수저들이야 죽든 말든 관심 없고
목소리 큰 놈이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판 말이야.
합동결혼식 같은 건 꿈도 꾸지마
암컷 유혹해서 욕정 채우려는 일념 뿐
욕구 센 숫놈은 닥치는 대로 암컷을 껴안고
봄이 떠내려 가도록 필사적으로 소리친다
그기 이쁜 애기씨 없스까이 개골 개골 개골!
요지경 인간세상에선 온갖 꾼들이 외친다
우리가 남이가 蛙 蛙 蛙!
2022. 8. 22. 09:1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개구리는 큰 소리로 우는 것처럼 들리는 건 모두 수컷이다. 우는 것도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목청 자랑하는 것이다. 암컷은 교태 부리다가 소리 큰 숫컷에게 안긴다. 암컷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작은데, 들릴락말락한 "상냥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숫놈에게 교태를 떠는 것이다. 인간들이 남녀 불문하고 목소리 큰 여자들을 싫어하고 작은 소리로 상냥하게 말하는 여자를 선호하는 것과 같다. 어느 생태계에서든 음양의 이치는 동일한 맥락에서 엇비슷하게 발현된다.
★애기씨는 아가씨를 뜻하는 호남 사투리다. 전북 지역에선 애씨라고도 부른다.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기환 정혜은 부부에게 보낸 축시 (0) | 2024.06.24 |
---|---|
하이꾸 봄날 밤(春夜) (0) | 2024.03.30 |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Ⅲ (0) | 2023.12.08 |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Ⅱ (0) | 2023.12.08 |
미친 세상 살아가기 Ⅰ (0) | 2023.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