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하이쿠 8

하이쿠 箕靑山

어제 처음으로 청하에 있는 자연식물원 기청산을 찾았습니다. 겨울과 봄 사이에 생명과 우주가 보였습니다. 식물원 이사장 이삼우 선생님이 가꾸신 필생의 노고가 감지됐습니다. 다음에는 동트는 새벽에 가서 조금 찬찬히 음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없는 생명체들에 대한 고마움과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경외감을 달리 표현할 길은 없고 해서 어줍잖지만 느낌을 하이쿠로 적어봤습니다. 箕靑山 箕靑山 宇宙抱き 人生きる 箕靑山 箕靑山 우주를 품고 사람이 산다 2017. 1. 31 淸河 箕靑山에서 雲靜

하이쿠 迷い鳥(길 잃은 새)

迷い鳥 迷い鳥 君がいなくて 物哀れ 길 잃은 새 길 잃은 새 님이 없어 처량하고 가엾구나! 2016. 1. 10. 21:27 구파발 寓居에서 雲靜 위의 짧은 세 구를 통해 雲靜이 느끼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암시 받거나 상상하게 하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우리의 시조처럼 기승전결 형식과 달리 대담하게 생략하고 단지 5. 7. 5자로만 써서 극도의 단순미, 고졸미를 최고로 치는 일본인들의 미감이 반영된 이런 류의 시에선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암시하고 상상하게 하는 게 없다면 실패작입니다. 위 하이쿠에서 雲靜이 말하고자 하는 게 어떤 건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까?

하이쿠 冬の鷗(겨울 갈매기)

丙申年 새해 아침, 대보 호미곶에서 떠날 줄 모르고 홀로 있는 갈매기... 새해 아침 추운 겨울 바닷가에 홀로 앉아 있는 갈매기를 보니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네요. 그런데 가슴 속의 얘기를 다 할 순 없고, 또 하고 싶지도 않군요. 그 대신 눈에 보이는 대상만 간결하게 묘사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일본의 단가인 하이쿠(排句) 한 수를 써봤습니다. 하이쿠란 5.7.5.7.7, 즉 총 31음(소리)의 글자 이내로 짓는 짧은 單歌형식의 와카(和歌)에서 앞 發句인 5.7.5의 소리(7.7의 付句는 생략)에다 매듭말인 키레지(切字) 몇 음을 보태 짓는 시로서 일본인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 있는 대중적인 문학의 한 장르입니다. 발구로만 적을 때 반드시 5.7.5 총 17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