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하이쿠 氷雨(겨울 진눈깨비), 冬の海(겨울 바다)

雲靜, 仰天 2016. 2. 14. 07:57

설 명절 잘 쇠셨습니까?
 
일과 쉼(作息)이 조화로운 심기일전은 열정을 태우는 불쏘시개가 되겠죠?
 
지난 달 진눈깨비 흩날리던 아침, 불현듯 떠오른 모습이 있어 그리움과 悔恨 사이에서 애써 담담한 척하면서 모습을 소묘해봤습니다. 한 폭으로는 펼쳐진 상념이 다 담기지 않아 부지불식간에 연작이 돼버렸습니다. 곁을 떠나신 지도 어느덧 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군요. 無常 속에 常이 있고, 常속에 無常이 있는 듯한 세월이었습니다.
 
 
氷雨

氷雨の間に
チラチラ見える
母の顔

겨울 진눈깨비

진눈깨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엄마 얼굴

2016. 1. 22. 06:26
구파발 寓居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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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の海
 

冬なぎに
抱れる氷雨
母も寢る
 
겨울바다
 
잠시 멎는 거친 겨울파도에
안기는 진눈깨비
엄마도 잠든다
 
2016. 1. 22. 07:22 착상
동년 2. 14. 08:07
구파발 寓居에서
雲靜

 
 

2010년에 돌아 가신 나의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 곳은 이런 바다다. 살아 계실 때 내게 "야야 나는 니가 박사 졸업할 때는 꼭 니가 사는 그게 가보고 싶다"고 하셨지만 이뤄지지 못한 채 하직하셨다. 그래서 그 자식은 모친에게 죽어서라도 멀리 바다를 건너 아들이 공부하느라 청춘을 보낸 그곳에 가보시라고 영일만 바다에다 모셨다. 또 생전에 통 크게 사신 모친이 좁은 무덤 속에 갇혀 계시면 답답해 하실 거라고 생각돼 더 넓은 오대양 육대주를 훨훨 나다니시라고 그렇게 했다.
모친은 아들이 육상대회에서나 미술대회에서나 큰 상을 받거나 하는 기쁜 날에도 장사하시느라 단 한 번도 시상식이나 체육대회 등의 행사장에 가보시지 못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입학식과 졸업식이 많이도 있었지만 그곳에도 한 번도 못 가보셨다. 그러니 아들이 박사 학위 받는 졸업식엔 꼭 가보고 싶어하셨던 것이다. 심지어 군영장을 받은 아들이 군대 간다고 휴학한 걸 말하지 않고 고향에 내려가 놀러다니다가 논산부대에 입소하기 위한 집결지(경북 의성)로 떠나야 하던 날 저녁 어스름 무렵에야, 장사하고 계시던 시장에 나타나 "엄마 나 군대 간다. 지금!"하고 이별을 고하고 기차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시장 인근 버스정류소로 향했다. 황급히 뒤따라 나오신 모친은 버스정류장까지 달려 나오셨지만 육상선수였던 아들의 빠른 걸음을 따라 잡지 못했다. 손을 잡아보거나 밥 한끼 직접 해주기는 고사하고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보낸 아들의 군 입대, 그리고 34개월 간의 전방 근무 동안 면회도 한 번 오시지 못했다. 그러니 모친은 얼마나 자식에게 미안하고 한 스러웠겠는가? 아들은 그런 모친의 마음과 처지를 십이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당연하고, 그 시절에도 단 한 번이라도 섭섭해 한 적이 없고 마음에 담아 둔 적이 없었다. 단지 저승에서라도 생전에 하시던 것처럼 민활하게 이웃들 하고 정을 나누며 잘 사시기만을 늘 축원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 따라 유달리 새벽녘 꿈에 자주 나타나신다. 진눈깨비 날리는 바다 위로 나는 저 새가 내 어머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