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음악 가요 21

남미의 아리랑 엘 콘도 파사

남미의 아리랑 엘 콘도 파사 남미인들에게 엘 콘도 파사는 눈물이다. 그리스인에게 엘레지가 있다면, 배달민족에게 아리랑이 있다면, 인디오의 후손들에겐 엘 콘도 파사가 있다. 창공을 나는 검독수리 백옥의 뭉게구름 몽실몽실 뱀처럼 흐르는 아마존 강 대지에 걸린 색동 무지개 하늘로 이어지는 끝없는 산길 아즈텍 신전에 매달린 옥수수 다발 푸른 호수에 비친 붉은 홍시 하나 나팔꽃잎에 반짝이는 영롱한 이슬 늙은 인디오의 깊게 패인 주름살 아낙네 얼굴에 비치는 따사한 은빛 햇살 암갈색 소년의 먹물 눈망울 나의 혼과 백이 영생하는 곳 잘 있지 잉카여! 언제 가보나 마야여! 남미의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철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2018. 11. 8. 10:07 雲靜

가요 '홍콩 아가씨'와 함께 하는 홍콩역사 簡介

가요 '홍콩아가씨'와 함께하는 홍콩역사 簡介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가시면 그리운 영란꽃 아 꽃잎같이 다정스런 그 사람이면 그 가슴 품에 안겨 가고 싶어요. 이 꽃을 사가세요. 홍콩의 밤거리 그 사람 기다리며 꽃 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가시면 애달픈 영란꽃 아 당신께서 사가시면 첫사랑 인연 오늘도 꿈을 꾸는 홍콩아가씨 여가수 금사향이 1954년에 노래한 '홍콩 아가씨'라는 가요의 가사다.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의 이 노래는 홍콩의 밤거리에서 꽃을 파는 아가씨를 상상한 노래다. 먼저 이 노래를 한 번 듣고나서 얘기를 이어가자. https://tv.naver.com/v/19310571 타임머신 타고 1950년으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돋보적인 보..

임자 만난 목소리로 다시 듣는 낙화유수

임자 만난 목소리로 다시 듣는 낙화유수 오늘 오전, 친구하고 노래 부른 것을 녹음해서 서로 주고받은 것을 몇몇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그 중에 한 분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해서 보내왔다. 이 분은 전직 대학 교수로서 독문학을 전공하신 분이다. 본인이 실명과 전직 소속을 밝히시길 고사해서 이 글에선 무명으로 쓴다. 아무튼 나와는 오래 전에 인연이 되어 벌써 10년 이상 교류해오고 있는 분이다. 우리는 자주 서로 안부를 묻거나 때로 직접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다. 게다가 참으로 인정이 많고 국가관과 사회에 대한 정의감도 투철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시면서 많은 견문을 쌓아오신 분이다. 지금도 예전처럼 학구열이 대단해 현역 시절 못지 않게 지적이고 젠틀한 삶을 가꾸는데 적..

음치의 대거리

음치의 대거리 오늘 아침, 멀리 해뜨는 동녘에서 친구가 육성으로 노래를 불러 보내왔다. 봄기운이 가득한 봄꽃도 사진을 찍어서 함께 보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펴들었다. 친구가 한 소절만 불러서 아쉽지만, 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낙화유수'다. 일제 말기, 고복수와 함께 당대 최고의 미성 가수 남인수가 불러 공전의 히트가 된 이 곡은 선친께서 젊은 시절에 자주 부르셔서 추억과 회한이 봄날 아지랭이처럼 묻어나는 노래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이 노래를 음미하거나 부르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 심사 속엔 내가 걸어온 인생사의 일단에 대한 회한과도 매치가 되어서 歌我一體가 되곤 한다. 물아일체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노래보다 아버지와 어머니 살아 계실 적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멀리..

'뽕짝'은 '클래식'이 될 수 없나? : '동백꽃 피는 항구'

'뽕짝'은 '클래식'이 될 수 없나? : '동백꽃 피는 항구' '클래식'(classic)이라는 말, 들으면 고상하고 품위 있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다. 한글 사전엔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으로서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쓴다"고 풀이돼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이 말이 그런 의미로 고착된 지 오래다. 그래서 음악의 장르만 넘어서면 클래식을 그저 "고전"이라고 옮기기엔 아귀가 맞지 않는 현실이 있다. 음악에선 클래식이라면 그것이 가리키는 것이 고정돼 있지만 문학에선 고전문학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이는 드물 듯이 말이다. 서양에서도 클래식은 팝송 같은 대중음악이 아닌 고전음악을 가리킨다. 악기나 연주기법이 확연히 다른 음악의 장르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근대 이..

어느 겨울날의 심사

어느 겨울날의 심사 벌써 일찍부터 대선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노라니 우리민족은 지도자복이 이다지도 없는가 싶었는데, 최근은 점입가경이라 맥이 풀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소시오 패스도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고 한껏 활개치며 나부대고 있다. 위로만 그런 게 아니라 그 아래에도 "무지한" 대중을 농락하는 거짓 선지자들이 판을 치는 게 이 시대라고 다를 게 없다. 시대사적 전환기에 처한 내우외환의 大局은 보지 않고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이 차고도 넘친다. https://suhbeing.tistory.com/m/1136 자루자루 차지 않으면 스스론 못 서는 자루 아득바득 다 채우려고도 않고 차도 서 있을 만큼만 일으킨다 가득 차면 딴 이를 채우게도 한다. 채워도 채워도 만..

중국 가요 루멍링(如夢令)

중국 가요 루멍링(如夢令) 귀갓길도 분간 못할 정도로 취하게 만든 게 있다면 그게 뭘까? 그래서 귀갓길 마저 잃은 채 헤매고 다니게 한 게 있다면 대체 그게 뭘까? 십중팔구는 술이었을 것이라고 말하기 쉽상이다. 그런데 취하게 만든 게 술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치였다면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아름다웠기에, 또한 그것이 얼마나 마음 속 깊이 착상 되었기에 그랬을까?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서 부른 시와 같은 詞를 노래한 중국 노래 한 곡을 소개한다. 송대의 저명한 여성 작가 李清照(1084~1155) 원작사에, 張宏光이 작곡한 곡을 대만의 여가수 차이친(蔡琴, 1957~)이 부른 가요다. 차이친은 대만 남부 高雄 출신의 이름난 가수다. 가사는 원래 북송(960~1127) 시기 이름난 李淸照의 詞《如夢令》이다. 현 ..

어떤 대화

어떤 대화 A : 좋은 아침! 출근했능교? 오늘 불금인데 잘 지내시소~ 아침에 퍼뜩 머리를 스쳐 가는 게 있었는데 호를 하나 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東浪"이 섬광처럼 떠오릅디다. "기모"는 주민등록증 위에만 놔두고 "동랑"을 호로 삼으면 어떨까 싶심다. 어울리는지 생각 좀 해보이소! https://suhbeing.tistory.com/m/370 B : 원풍경을 잊고 살았네요. 고향의 원풍경을 가끔 그려보긴 했는데.....이런 깊은 생각도 해보진 못했고.....뿌리 없는 나무 없듯 원풍경 없는 인간 없을텐데....생각해보니 잊고 살아온 것 같아요. 가끔 생각 나기도 했지만 정리되지 않은 채로 어쩌다 한두 번 머리속으로만 그려보며 살아왔네요.ㅎ 지한테 호까지 필요 있겠심니꺼....ㅋㅋ 그냥 기모라 불러주..

고재성의 창작 판소리 : 1980년 광주에 온 흥보가족

고재성의 창작 판소리 : 1980년 광주에 온 흥보가족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 소리꾼과 듣는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죽을지라도 흥부가는 한민족이 존속하는 한 영원히 살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지닌다는 것 외에 장르는 달라도 모방과 창조행위라는 게 예술의 또 다른 특징이다. 요컨대 미적 법칙에 따라 질서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만, 미메시스(mimesis)가 모방의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하지만 미적 형식을 통해 예술가가 추구하고자 한 내적 질서와 의미를 담지 못하고 단순한 모방과 모사에 그친다면 예술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그저께 고재성이라는 남도의 한 소리꾼이 나에게 자신의 판소리 한 자락을 보내왔다. 그 소릴 들은 바 고재성은 인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