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문학 미술 영화 평론 21

백거이의 시 對酒

백거이의 시 對酒對酒蝸牛角上爭何事石火光中寄此身隨富隨貧且歡樂不開口笑是痴人위 한시는 중국의 中唐 시대 저명한 문인이었던 白居易(772~846)의 작품이다. 시험 운이 좋지 않았지만 그는 과거급제 후 진사가 된 이래 8~9명의 황제에게 출사하다 보니 唐을 관통한 시대를 살았다. 아래에 소개해놓은 한글 뜻풀이를 보면 알겠지만, 위 시는 인생의 짧고 덧없음 그리고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고뇌하지 말고 인생을 헌걸차고 즐겁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백거이는 실제 관직은 3급 이상의 당상관인 刑部尚書(현 한국의 법무부장관에 상당)를 지냈고 황제가 그에게 하사한 작위가 卿 다음의 지위에 해당하는 大夫(左贊善大夫)에 지나지 않았지만(그도 이백이나 두보처럼 관운은 좋지 않았다), 역사의 평가나 명예로는 가히 ..

140년째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140년째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6월 10일 오늘은 6.10만세운동 발발 제96주년이다. 해마다 오는 6월 10일의 역사에서 6.10만세운동 만큼 의미가 있는 사건은 없었다. 6.10만세운동은 우리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6.10만세운동은 제쳐놓고 조금 생뚱맞게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저력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한 명 소개하기로 하겠다. 1926년 6월 10일 오늘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 1852~1626)가 그 주인공이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우리에게 "꿈꾸는 건축가"로 소개된 가우디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페인..

조각가 김동욱 목조작품 전시회 참관 小考

조각가 김동욱 목조작품 전시회 참관 小考 모든 예술품들은 작가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정신작용이나 사유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나오는 창작품은 하나도 없다. 예술의 발생론적 관점에서 볼 때 작품을 작가의 분신이나 편린이라고 하는 이유다. 60줄에 들어선 조각가 김동욱은 목조 조각을 예술행위임과 동시에 자기를 돌아보는 마음 성찰의 일환으로 작업해온 작가다. 그 이면에는 불교적 세계가 깔려 있다. 이번 작품전의 테마가 ‘冬安居’인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저께 금요일 오픈한 이번 김동욱 작가의 작품전은 벌써 여덟 번째를 맞는 개인전이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줄곧 지켜온 자기 예술의 둥지인 춘천에서 열렸다. 전시는 5월 22일에 작품을 내린다. 점, 선, 면과 색으로 2차원적 화면에서 평면적으로 3차원의 일루..

茶山의 惜志賦 공감

茶山의 惜志賦 공감 만약 어떤 이가 재주가 출중하고 학문이 깊은 데도 자신의 이상과 뜻하는 바가 사회에 환원되어질 기회가 박탈당했다면? 더군다나 그 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까지 덮어쓰고 오랫동안 유배생활을 했다면 귀양살이 하는 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여기 그런 삶을 산 이가 풀어놓은 자기 회한이 있다. 惜志賦 愍余生之不際兮 數迍邅以離尤 抱環瑋而徊徨兮 衆芥視而詒災 聿反躬而篤修兮 遝僝僽其靡休 閽旣閡而弗達兮 何銚鎒以治疇 始譻而微吹兮 迺詾擾而群啾 余內視其的皪兮 雖糾譑亦何傷 冶聆禽而速縲兮 尼訟枉而名揚 載信釋而中遯兮 晦師崇而息攻 悲嬥嬈之倖兮 紛㩢揳而胥折 口欲言而䛠譳兮 氣螴蜳而內結 義雖緇而不涅兮 謂吾涴其誰雪 彼怐愗其奚訕兮 蘉省淚以追來 龍蚴嫪以上騰兮 蝘委頓而低回 驥馺以騁康兮 蟾蜍蠢而自哀 執兩美而並遣兮 冀峻茂而栽培 旨..

茶山의 시 愁 감상

茶山의 시 愁 감상 愁 山葛靑靑棗葉生 長鬐城外卽裨瀛 愁將石壓猶還起 夢似煙迷每不明 晩食强加非口悅 春衣若到可身輕 極至想念都無賴 良苦皇天賦七情 근심 산 칡덩굴 푸르고 대춧잎 돋아나는데 장기성 바깥은 뭍 외의 바다다 근심은 바위로 눌러도 다시 일어나고 꿈은 연기에 빠진듯 매양 흐릿하기만 해서 저녘 밥을 굳이 더 먹는들 입이 즐겁지 않다 봄옷이 도착하면 몸이라도 가벼워질까? 생각을 깊이 해도 모두 쓸데 없는 것들뿐인데 하늘은 왜 일곱 가지 감정을 주셨을까? 산 칡덩굴 푸르고 대춧잎 돋아나는 봄이고 멀지 않은 곳에 동해바다도 있어 구경도 할 순 있다. 하지만 유배온 이래 마음속에 떠나지 않은 근심이 묵직하게 남아 있다. 두고 온 부인의 안위, 두 아들의 교육문제, 같이 유배와 있는 형을 비롯한 형제들에 대한 근심,..

숲을 안고 바람을 일으키는 화가, 박용운 교수의 작품을 보고

숲을 안고 바람을 일으키는 화가, 박용운 교수의 작품을 보고 도시인들이여! 회색빛 콘크리트를 떠나 숲을 거닐고 싶은가? 현대인들이여! 경쟁이 주는 비정함과 각박함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야외나 바다로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싶은가? 그렇다면 굳이 멀리 산으로, 바다로까지 갈 필요가 없다. 도심의 미술전시장으로 가보라. 그러면 숲을 만나고 바람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삭막한 도시의 전시장에 무슨 바람과 숲이 있냐고? 있다! 내가 다녀온 경험자다. 그저께 나는 잠시 짬을 내어 아내와 함께 강남의 코엑스에 마련된 미술전람회장을 다녀왔다. 숲으로 사람들을 덮어주고 바람을 일으켜 내면의 기를 일으켜 세우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작품들을 선보인 이는 중견 작가에서 원로급 작가의 반열에 설 수 있는 박용운 교수이다..

이상락 화백, 온 라인에 일상의 풍경을 수놓다!

이상락 화백, 온 라인에 일상의 풍경을 수놓다! 이상락 화백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해오던 작품 활동을 온라인으로 연장시켰다. 그는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를 주된 화제로 그리는 구상 계열의 작가다. 그는 취미로 그리던 아마츄어 화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선지 오래 되지 않은 직업 화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개인전도 몇 번 열었다. 온라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단체전 출품도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수상도 여러 번 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 정물이나 사람들이지만 모든 화가들이 그렇듯이 이상락 화백도 아무 것이나 다 화제로 삼지 않는다. 자신의 심미안을 거쳐야만 한다. 작가의 앵글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작가의 감성도 잠자코 있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시 ‘봄앓이’를 쓴 동기 : 시인이 시를 쓰는 마음

시 ‘봄앓이’를 쓴 동기 : 시인이 시를 쓰는 마음 시인은 왜 시를 쓸까? 시인이 되기 전, 아주 오래 전 젊은 시절, 궁금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곤 세월이 순식간에 많이 흘렀다. 이제 어줍잖지만 시인이 되고난 뒤 그 생각을 다시 끄집어내어 본다. 그렇다고 이 주제와 관련해서 무슨 거창하게 작가론이나 시론에 대해 미학적인 관점에서 쓰는 본격적인 글쓰기는 아니다. 그저 가볍게 머리를 풀어보는 워밍업 정도다. 시를 쓰는 동기나 목적은 시인마다 다르다. 또 어떤 시를 쓰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기도 할 것이다. 그저께 지인들에게 보낸 나의 졸시 ‘봄앓이’를 보고 지인들이 보내온 답글들을 통해 나는 왜 시를, 그것도 특히 슬픔, 비통, 애통, 통한 조의 시를 많이 쓰게 되는지 생각해봤다. 물론, 이 시 ‘봄앓..

‘쩐의 작가’ 변영환 화백의 초대전을 보고

‘쩐의 작가’ 변영환 화백의 초대전을 보고 '쩐의 작가' 변영환 화백이 이번에도 일을 냈다. 자신의 고향 천안에서 초대받은 초대전에서 또 한 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쩐’으로 '쩐'의 유희를 벌이고 있다. ‘쩐’이란 속어로 돈을 가리킨다는 걸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또 돈을 싫어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 인간들이다. 한 마디로 돈에 미친 세상이다. 그런데 작가 변영환에게는 오래 전부터 돈이 돈 이상의 무엇을 표현해내기 위한 오브제일 뿐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관찰을 제대로 했다면 변 화백이 돈을 오브제로 사용한 초기에는 주로 동전을 많이 사용하다가 점차 종이돈으로 확장된 느낌이다. 진짜 한국돈 지폐와 달러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것들을 복사해서 쓰기도 ..

성탄절에 다시 보는 뒤러의 예수

성탄절에 다시 보는 뒤러의 예수 지금까지 내로다 하는 화가들이 그려낸 예수상의 작품은 숱하게 많다. 나는 그 그림들 중에 중세 독일의 화가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가 그린 ‘고뇌하는 사람 예수’(Man of Sorrows)를 몇 손가락 안에 꼽는다. 아무리 점수를 낮게 줘도 열 한 손가락 안엔 드는 성화다. 이유가 없을 수 없다. 물론, 이와 다른 엄숙한 분위기가 나는 예수상의 성화들도 좋아한다. 다른 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1493년 뒤러가 만 22세 되던 해에 판넬에 유화로 그린 것인데, 현재 독일 동남부의 중소 도시 카를스루헤(Karlsruhe) 주립미술관(The Staatliche Kunsthalle State Art Gallery)에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