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문학 미술 영화 평론 19

고전기행 : 杜牧의 詩 淸明

고전기행 : 杜牧의 詩 淸明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오만에 찬 강대국들이 죄다 휘청거리고 있다. 발원지는 중국이긴 했지만,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다. 이번 사태는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개발 위주의 비생태적, 반자연적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인지 생태론적 관점에서 근원적으로 준엄하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 청명절, 중화권의 인터넷상에선 인류공동의 위기의식 보다는 사는 게 살맛이 나지 않는다는 중국인들의 상심과 푸념을 반영하는 시가 크게 공감을 얻고 있다. 올해는 전혀 예상치도 않게 “우한(武漢) 역병”으로 인해 청명절을 맞았어도 예년처럼 평소 같았으면 부산을 떨 조상에 대한 성묘와 상춘도 없고, 각종 행사들도 모두 사..

영화 ‘기생충’, 탁월한 구성미와 영화제작노동의 신기원

영화 ‘기생충’, 탁월한 구성미와 영화제작 노동의 신기원 지난주 토요일, 얼마 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봤다.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작품성이란 ‘황금종려상’ 수상작답게 구성이 탁월하게 돋보인 점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도 내용을 너끈하게 소화해서 영화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든 요소이니 이 점도 인정됐을 것임은 물론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하는 사업마다 실패해 실직한 가장 기택(송강호)의 일가족 4명이 기껏해야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의 나이에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동익(이선균)의 가정으로 한 명씩 차례로 일을 맡아 들어가서 기생..

문학의 존재의의 : 문학활동은 왜 하는가?

문학의 존재의의 : 문학활동은 왜 하는가? 내가 참여해오고 있는 어느 ‘수필문학회’의 한 원로 분께서 문학과 문학인은 문학의 주제로 사회문제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평소 선생께서 가지고 계신 문학관을 피력한 코멘트를 이 수필문학회 동호인 단톡방에 올리셨다. 나도 늘 같은 생각을 해오던 바이고 공감하는 부분이라 이에 호응하는 댓글을 달았다. 언제부터인가(아마도 민주화 이후 거악이 사라지고 나서부터---실상을 말하면 거악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기존 거악이 사라지고 새로운 거악이 그것을 대체한 것에 불과할 뿐이지만) 많은 문인들이 그다지 현실문제에 치열한 문제의식 없이 무덤덤하게, 보송보송하게 지내면서 감성팔이나 가벼운 신변잡기에 안주해오는 것을 보아오던 차에 모처럼의 문제제기라 싶어서 짧고 간단한 ..

가짜 마오타이주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진위 감별법

가짜 마오타이주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진위 감별법 마오타이주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그 명성을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마오타이주가 세계적인 명주로 알려지면서 중국을 찾는 애주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술을 찾는다. 그래서 중국 측은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량도 증가시켰다. 그러자 마오타이주의 명성에 걸맞게 값이 오르기 시작해 주가도 최고 수준이 된지 오래지만, 동시에 가짜도 많이 유통됐다. 지금도 ‘짜가’ 마오타이주는 중국 전역에 널려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에 가서 마오타이술을 살 때 대부분 속아서 사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중국 내 어디에서든지 가짜 마오타이주가 지천으로 깔려 거래되고 있어도 능히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이 ..

마오타이주는 왜 유명한 술이 됐을까? 오해와 진실

마오타이주는 왜 유명한 술이 됐을까? 오해와 진실 중국은 땅이 넓다. 인구도 많다. 물산도 풍부하다. 나는 지금까지 중국을 약 100여 차례 이상 돌아다녔는데, 특히 광동, 광서, 귀주, 운남, 사천, 청해, 신강 등지로 가보면 우리가 평생 보도 듣도 못한 진귀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연경을 방문한 조선의 천재형 선비 박지원이 조선에선 볼 수 없었던 별의별 신기한 물건들을 보고선 자신의 저서 『熱河日記』에서 찬사를 연발한 게 조금도 과장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옛날부터 중국을 가리켜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고 하는 이유다. 중국에는 술도 가지각색이다. 각 지방 마다 술을 생산하지 않는 곳이 없어 술 종류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겁나게 다양하다. 이 가운데에는 중국이 자랑하는 유명한 명주들이 많다. 한국..

영화 남한산성 감상

영화 남한산성 감상 긴 연휴 잘 보내셨겠죠? 날씨가 쌀쌀해진 가운데 어제 밤엔 영화 ‘남한산성’을 봤습니다. 벌써 보신 분들도 있거나 보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는지 작품 자체에 대해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를 매개로 병자호란 당시 상황을 반추해 역사공부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아가선 17세기 당시 동북아의 국제정세가 오늘날 남북한을 둘러싼 열강간의 각축, 갈등과 충돌상황과 많이 닮아 있어 우리의 입장에서 얻어야 할 교훈과 해법도 숨어있기 때문에 역사학의 기능 중에 하나인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과 혜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의 역사학도로서 당시 동북아 정세를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나로선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이를 보고난 ..

古典紀行 : 唐詩 回鄕偶書 감상, 변화와 무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古典紀行 : 唐詩 回鄕偶書 감상, 변화와 무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고전은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임은 부연설명이 필요치 않다. 문학작품이든, 음악, 미술류의 예술이든, 철학이든, 혹은 정치 및 군사사상이든, 그것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이라면 어떤 식이든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다.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성시, 절대시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또 고금의 장단을 떠나 우리가 섭렵해 정신적, 사상적 젓줄로 삼고 현창해야 할 지혜의 보고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현대 인류가, 특히 작금의 한국사회가 인간다움, 즉 휴머니티(humanity)를 상실한지 오래된, 삭막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까닭은 고전의 눈부심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고전의 지혜..

詩 ‘가장 외로운 날엔’을 읽고

詩 ‘가장 외로운 날엔’을 읽고 가장 외로운 날엔 용혜원 모두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굴 만나야 할까 살아갈수록 서툴기만한 세상살이 맨몸, 맨손으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시레 눈물이 나고 고달파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두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만나면 하고픈 얘기가 많은데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 세상 가슴을 열고 욕심 없이 사심 없이 같이 울고 같이 웃어줄 누가 있을까 인파속을 헤치며 슬픔에 젖은 몸으로 홀로 낄낄대며 웃어도 보아도 꺼이꺼이 울며 생각해 보았지만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아침 출근 길에 어느 지인이 카톡으로 내..

영조와 사도세자 : 영화 '사도' 감상평

영조와 사도세자 : 영화 '사도' 감상평 論語 爲政篇에 "學而不思則妄, 思而不學則殆(학문을 하고도 깊이 사색하지 못하면 혼매하여 사리에 밝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매사가 위태롭다)"는 어구가 있습니다. 배우면서 사색하고, 사색하면서 배우기를 반복할 것을 강조한 공자의 말씀입니다. 배우기만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죽은 학문이 되며, 반대로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이론 및 확실성과 구체성이 결여돼 생각은 쓸데없는 망상 혹은 공상이 되고 만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많이 배워 알고 있지만 사색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하면 오히려 배우지 않는 것 보다 더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예를 지난 연휴 때 본 영화 '사도'에서 접했습니다. '사도'는 조선조 제21대 왕 영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