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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두 삶, 이범진과 박병두

영욕의 두 삶, 이범진과 박병두 서상문(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1911년 1월 26일 정오, 제정러시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뻬스쩰가 5번지의 한 저택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자결이었든, 아니면 러시아 주재 일본 무관들이 꾸민 자살을 가장한 암살이었든 초대 주 러시아 한국공사 이범진의 삶은 그렇게 마감됐다. 1956년 한국인 친일 전범 박병두(일본명 靑山三藏)는 일본정부의 탄원에 응한 소련정부의 조치로 일본으로 이송되면서 자결하지 않았다. 또 살해되지도 않았다. 2011년 10월 이범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북방묘지'에 안장돼 있었고, 박병두는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군사문서보관소의 전범심문기록으로 남아있었다. 한 사람은 조국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애국자로서 영생자의 자태..

시진핑의 3연임의 의미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관전평

시진핑의 3연임의 의미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관전평 지난 주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도 겸직) 3연임을 공식화한 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소식을 요점만 단신으로 전해드린 바 있다. 그간 작동돼오던 중공의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시진핑의 3연임은 향후 중국 국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국제정세는 물론, 미중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중국 내 더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매크로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중공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발점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가 시진핑의 3연임과 독주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그래서 격월간지 [코리안드림] 11월호에 커버스토리 특집으..

중산층의 기준이 바뀌면 나라가 성숙해진다

중산층의 기준이 바뀌면 나라가 성숙해진다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우리 기준으론 나는 하층민이지만 구미 기준을 적용하면 신분이 중산층(middle class)으로 상승한다. 조건은 동일한데 신분이 달라지는 이유는 중산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물질과 재산을 기준으로 삼는데 반해 구미는 정신, 문화와 삶의 질을 기준으로 삼는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계층구분 기준이 물질 보다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먼저 보고, 후진국으로 갈수록 물질을 중시한다. 자본주의화, 산업화와 더불어 생성, 발전해온 중산층은 경제적 수준과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가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의식하는 사회계층을 말한다. 여기엔 교육수준, 직업상의 지위 등 비경제적 요소까지 포함된다. 경제협력개발기..

안중근 의사를 능멸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

안중근 의사를 능멸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 서상문(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위원 겸 김구재단 김구포럼 학술기획위원) ‘나라 위해 헌신하는 것은 군인의 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금언이 심한 모욕을 당했다. 이 말은 동양평화를 유린하고 대한제국의 식민화를 획책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안 의사께서 1910년 3월 26일 사형집행 2시간 전 일본헌병 간수 치바도시치(千葉十七)에게 써준 유묵의 글귀다. 뤼순(旅順) 감옥 수감 중 검찰을 오간 안 의사를 호송하면서 그의 평화애호사상과 고결한 인품에 감복해 안 의사를 기릴 상징물을 부탁한 것이다. 안 의사를 숭앙한 치바는 죽을 때까지 매일 그의 명복을 빌면서 살았다. 이 유묵은 뜻이 간단해 보이지만 언중에 담긴 의미는 결코 공당의 원내대..

호랑이해 365일이 매일 새해 첫날처럼 되려면

호랑이해 365일이 매일 새해 첫날처럼 되려면 검붉은 해가 솟구쳐 올랐다. 19세기 말 갑오년 동학농민전쟁과 20세기 중반 한국전쟁 때 만큼 어지러웠던 2021 신축년이 역사의 장으로 넘어가고 임인년의 새해가 밝았다. 중국발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세계사적으로 기록될 공포스런 한 해가 지속되었다. 신축년에서 임인년으로 바뀌는 데는 단 1초 차이(사실은 더 짧은 시간)였다. 그러나 우리가 감각기관으로 감지하는 경험적 시간(experiential time)으로 새해를 실감하려면 자정을 넘겨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을 봐야 한다. 경험적 시간은 사건들의 순서와 그 사건들의 지속시간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을 말한다. 어제 본 해와 오늘 새해 아침에 떠오른 해는 ‘감각적’으로는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우..

김구, 김신 부자와 장개석, 장경국 부자의 2대에 걸친 우의

김구, 김신 부자와 장개석, 장경국 부자의 2대에 걸친 우의 서상문(경희대학교 중국학연구소 연구원) 현대 세계사에서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 우의가 돈독한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급 인물이 2대에 걸쳐 우의가 지속된 경우는 흔치 않다. 白凡 김구-김신, 中正 장개석-장경국 부자가 흔하지 않은 좋은 예다.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됐으며, 그 의의는 무엇일까? 공동의 운명, 김구와 장개석의 만남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시대에 조선과 청국은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이 본격화 되자 한 나라는 식민지가 되었고, 다른 한 나라는 반식민지의 나락에 떨어졌다. 침략과 착취를 당하고 질곡과 압박에 시달린 것은 공동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두 나라는 결코 좌절하지 않..

공정성과 정의의 회복이 없다면 한국사회는 미래가 없다! ③

공정성과 정의의 회복이 없다면 한국사회는 미래가 없다! ③ 서상문(공정사회신문 주간 겸 공정사회운동중앙회 부회장) 윗물이 맑지 못하니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다. 불공정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비리와 부정은 정치권 외에 일반 조직사회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사회 전체가 흐려서 눈이 따가울 지경이다. 최근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70%가 우리 사회가 불공정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기도 K시 공무원노조가 2,700여 명의 전 직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87명의 62%가 조직평가나 승진이 불공정하다고 답변했다. 또 ‘민선 6기 K시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요인’을 묻는 질문엔 72%가 ‘학연, 지연, 혈연 인사’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도..

星雲대사의 ‘人間佛敎’의 한국포교

星雲대사의 ‘人間佛敎’의 한국포교 서상문(경희대학교 중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승불교권에 속해 있는 대만불교는 최근 30여년 사이에 양적, 질적으로 괄목하게 성장했다. 배경은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급속한 경제성장 및 대만사회의 다원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경제의 고도성장은 불교단체들이 사회복지사업을 일으키고 불사를 사업화, 기업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대만불교의 두드러진 특징은 승려나 재가신도를 막론하고 대만불교인들이 신행에서 계율을 중시하고 비교적 잘 지킨다는 점 그리고 입세지향적이라는 점인데, 사찰불교 중심에서 재가불교로의 이행이 상당히 진전돼 있다. 즉 탈전통, 탈근대에서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고적한 산중에서 나와 번잡한 인간세속으로 들어가 있다. 과거..

공정성과 정의의 회복이 없다면 한국사회는 미래가 없다! ①

공정성과 정의의 회복이 없다면 한국사회는 미래가 없다! ① 서상문(공정사회신문 주간 겸 공정사회운동중앙회 부회장) 국가의 근간이 허물어지고 있다. 법이 농단되고 있어도 누구도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성역이 돼 있다. 민심이 흉흉하다. 나라를 바로 잡거나 제대로 운영하라고 사법권력을 손에 쥐어준 법관이, 공무원이, 정치인이, 심지어 대통령마저 큰 도둑들이었다. 70년 동안 머슴이 주인을 속이고 나라를 마음대로 굴려왔으니 온전할 리가 없다. 과연 한국사회 이대로 좋은가? 한국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없어 보인다.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원을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공정성과 사회정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 나라,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결핍돼 있는 것은 공정성이다. 공정성은 정의 실천의 외화..

비민주, 소모적 사회갈등, 불공정의 척결이 시대정신이다②

비민주, 소모적 사회갈등, 불공정의 척결이 시대정신이다② 서상문(공정사회신문 주간 겸 공정사회운동중앙회 부회장)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자구대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올바른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영어로는 fairness와 Justice가 다 들어가 있어 공정이란 정의를 내포하기도 한다. 정의는 서구사회에서 고대 그리스시대를 거쳐 기득권층과 부유층인 귀족들이 부패해 나라가 망한 로마제국(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서 부유해진 북유럽 국가들과 대비됨) 때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 인간생활의 가치판단 기준으로 사용된 정치철학 개념이었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된 근대 이후부터는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에서 분배의 정의를 다루는 용어로 사용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