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91

코지 코드를 떠나면서

코지 코드를 떠나면서여행을 하다 보면 좀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 있는가 하면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 지금까지 인도를 세 번 여행하면서 수도 뉴델리는 물론이고 인도 서북부와 동부지역의 몇몇 주요 도시들을 다녀본 바 전자로는 인도 서남부의 해안도시 코치(Kochi, 옛날 전통시대엔 코친이라고 불렸음)라는 곳이고, 후자로는 그곳으로부터 170km 가량 북쪽에 떨어져 있는 코지코드(Kozhicode, 옛날 이름으로는 캘리컷)라는 곳이다. 코치는 일찍부터 아랍 세계의 문화적, 상업적 파도가 밀려온 데 이어 15세기엔 유럽세력이 최초로 인도를 발견한 곳이라 해서 일찍부터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 보다 코지코드에 빨리 가서 그곳에서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생각했었다. 코치코드는 대서양을 ..

스리랑카 불교 유적지에서 바람처럼 지나가는 덧없는 생각들!

스리랑카 불교유적지에서 바람처럼 지나가는 덧없는 생각들!여행지에서 밤새도록 퍼붓는 폭우가 아침이 돼도 그칠 줄 모르고 식사도 불가능해지고... 머나면 이국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무심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일뿐이다. 어제 비속에 찾아 가본 황금불상의 잔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고 위대한 불교의 문화와 역사의 현장에 서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동시에 난마처럼 얽힌다. 정리하는 거 없이 생각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자동기술법으로 써내려간다. 사람들은 불교가 종교라고 하니까 신을 믿는 종교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또 부처님을 신이나 혹은 잡신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이나 타종교인들도 있다. 모두 틀린 말이다. 불교는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과학적 진리와 명징한 합리성 그리고 이성과 자기 자신(인..

일본의 우체통과 공중전화 : 새삼 국가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본다!

일본의 우체통과 공중전화 : 새삼 국가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본다!일본은 우주개척 경쟁에까지 뛰어들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G3라고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아날로그로 작동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 진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때 고도성장이 시작된 196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의 발전이 그대로 지속되면 가장 먼저 디지털 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1955년 “55체제” 출범 이래 자민당 일당독재이다시피한, 그래서 변혁과 변화를 추동하지 못하는 정치계 그리고 행정구역상 “토도우후껜”(都道府県, Prefectures)의 최상층 토(都)에서부터 최하위 말단의 오오아자(大字)나 고아자(小字)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1718개(일본정부가 자국..

이노우에 코와시(井上毅) 탄생기념비에서 그의 일본제국 이념 정초활동을 다시 보다!

이노우에 코와시(井上毅) 탄생기념비에서 그의 일본제국 이념 정초활동을 다시 보다!11월 14일, 3박 4일 간의 짧은 일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아침. 쿠마모또(熊本)의 이노우에 코와시(井上毅, 1844~1895)의 탄생 기념비가 있는 곳을 가보기로 하고 호텔을 일치감치 체크아웃 하고 나왔다. 기념비가 있다는 곳은 마침 내가 머문 호텔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이수였다. 목적지 부근에 거의 다 와서 이곳 동네 노인 몇 명에게 이노우에 코와시 기념비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봤다. 다들 이노우에 코와시라는 사람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한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는 걸로 봐선 이 동네 주민이고 나이도 7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노인인데 이노우에 코와시를 모른다니 조금 의아했다...

아소산(阿蘇山), 큐우슈우인의 심령적 聖地, 그 고아한 자태를 품다!

아소산(阿蘇山), 큐우슈우인의 심령적 聖地, 그 고아한 자태를 품다!아소산(阿蘇山)을 오늘 드디어 올랐다. 일본 큐우슈우(九州) 지역에선 최고의 명산이다. 아니 큐우슈우인들에겐 단순한 명산이 아니라 성산이다. 중국의 불교 4대 명산이 그렇듯이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고 불교 및 샤머니즘과 관련된 민간신앙의 넉넉한 품이기도 하다. 공자가 태산에 올라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구나(登泰山而小天下)”(孟子 盡心上)라고 읊었듯이 나도 아소산에 올라 “아소산에 오르니 일본이 작구나(登阿蘇山而小日本)”이라고 외쳐보고 싶었다. 해서, 적어도 일본 큐우슈우에선 오래 전부터 꼭 한 번은 올라와보고 싶어 했던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던 곳이다. 그런데 아소산의 정상 타까다께(高岳) 등정에는 실패했다. 왜, 무엇 때문에? ..

대만 전통시장 풍경

대만 전통시장 풍경 대만 전통시장의 풍경은 어떨까? 주로 어떤 물건들이 사고 팔릴까? 나는 어릴 때 시장에서 자라서 그런지 국내외 어디를 가든 시장을 가면 정겨움을 느끼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시장은 국내에서도 자주 가는 편이지만 해외여행시는 박물관, 대학, 서점과 함께 빼놓지 않고 꼭 들르는 곳이다. 이번에 잠시 와 있는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장을 돌아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머문 호텔 바로 뒤편에 전통시장이 있었다. 대만의 볼거리로 알려진 야시장은 아니고 타이뻬이 시내 민츄앤시루(民權西路)에 있는 작은 시장이다. 매일 아침 새벽마다 장이 섰다가 대략 오후 1~2시에 파장하는 곳이다. 이 시장에도 여타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의류, 철물과 생활 잡화를 파는 가게가 있었지만 그런 것은 한국의 시장..

“초보자도 석달이면 색스폰을 불 수 있어요!” : 대만 시스뚸(喜市多) 악단과의 번개팅

“초보자도 석달이면 색스폰을 불 수 있어요!” : 대만 시스뚸(喜市多) 악단과의 번개팅 타이뻬이 위성 도시인 新北시 新莊區에 있는 비직업적인 아마츄어지만 연주 실력들이 짱짱하고 단원들 간에 정이 넘치는 색스폰 악단을 소개한다. 시스뚸(喜市多)라는 악단이다. 벌써 "기쁜 저잣거리" 혹은 "행복한 마을"의 악단이라고도 의역할 수 있는 악단 명칭이 이 악단의 성격을 대략 가늠케 한다. 이번엔 대만 일정이 많이 바쁘다 보니 와보지 못할 뻔 했는데 다행히 일이 빨리 끝나서 귀국 전 마지막 날 밤에 가봤더니 마침 오늘은 주 2회(화, 금) 단원들이 모여서 연습하는 날이라고 했다. 다들 나를 반갑게 맞아준 단원들의 소개에 따르면, 시스뚸 악단은 2019년에 창단돼 올해 5년 차로 역사는 길지 않다고 한다. 이 악단을..

타이뻬이의 대만 토속 음식 거리와 대도정 자성궁(大稻埕 慈聖宮 )

타이뻬이의 대만 토속 음식 거리와 대도정 자성궁(大稻埕 慈聖宮) 지난 4월에 이어 어제 또 다시 대만에 오게 됐다. 내가 묵게 된 호텔 근방에서 대만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호텔 부근의 대만 토속 음식거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먹자골목 같은 곳인데, 이 먹자 골목의 위치는 타이뻬이 시내 민취앤시루(民權西路)에서 산총(三重)시로 넘어 가는 딴수이(淡水)강을 넘기 직전에 있는 大稻埕 지역의 慈聖宮 앞 길이다. 이와 동시에 이 거리에 같이 있으면서 이 거리가 생겨나게 된 배경으로서 대만의 3대 도교(道敎, Daoisms) 사원 중의 하나인 따따오청 츠셩꿍(大稻埕 慈聖宮)도 같이 소개하겠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 하니 우선 이곳 음식을 먹어보고 난 후에 궁을 유유자..

항도 초등학교 제9회 동기들과 함께한 가을 나들이

항도 초등학교 제9회 동기들과 함께한 가을 나들이 정말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기회 친구들과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같이 간 친구는 회장과 총무를 위시해서 열 네 명이었고, 행선지는 포항에서 멀지 않은 울산의 대왕암! 조금만 더 늦게 갔으면 단풍이 많이 떨어졌을 것 같고, 겨울로 가는 길목의 해풍도 더 거칠 것인데 그러기 전에 가서 시기도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가 돌아오고 난 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우리가 간 울산 그 지역이 해안 강풍이 엄청나게 불어닥친다고 한다. 누가 이 날을 택했는지 선견지명이 있어 가히 미아리고개에 대나무 깃대를 꼽아도 되겄다! 나는 처음에 대왕암이라 해서 감포에 있는 문무왕의 수중 왕릉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보니 문무왕의 왕비가 잠든 곳이었다. 같은 해역은 아니지만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