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87

몽골의 하루(One day of Mongolia)

몽골의 하루(One day of Mongolia) 오늘 토요일 오전, 평소 거의 안 보던 TV를 보게 됐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에서 몽골편이 방영되고 있었다. 다양한 모습들이 나오는 걸 보니 문득 27년 전 내가 여행한 몽골의 이런저런 광경들이 떠올랐다. 세월이 너무 흘러 지금 당장 여행기를 쓰기에는 기억이 퇴색돼 적절하지 않고 해서 나중에 기억을 되살려 별도로 언급하기로 한다. 오늘 이 공간에선 당시 내가 특별히 찾아 가서 아주 재미있게 감상한, 울란바타르 시내에 위치한 '자나바자르 미술관'(Zanabazar Museum of Fine Art)의 소장품 가운데 인상 깊었던 그림 한 점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몽골어로 '몽골링 내그 우두르'(Монголын нэг өдөр)라고 불리는데 "..

희비가 교차하는 환락의 성 라스베가스

희비가 교차하는 환락의 성 라스베가스 지난 해 10월, 미국 여행 중에 들른 라스베가스에서 환상의 쇼를 봤다. 나 혼자 보고 말기엔 너무 아깝다 싶어 그 때 촬영한 것을 공유한다. 당시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여서 도박장들이 축소 운영되고 공연도 많이 생략한 상태였지만 운 좋게도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의 안내 덕분에 감상하게 된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다. 백만불 짜리 쇼를 보게 해준 "내 친구 해용아 고맙심데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미국 서부 건설 혹은 개척의 대표적 전설 중에 하나인 라스베가스는 1년 365일 매일 밤 인간의 욕망과 좌절, 희비가 쌍곡선을 그리면서 명멸하는 곳이다. 환락과 쾌락과 일확천금의 꿈을 쫓는 호걸들이 모여드는 곳! 이곳의 부와 번영과 휘황찬란함은 인간의 4가지 도덕적..

"내 물고기야!" 다시 찾은 오어사(吾魚寺)

"내 물고기야!" 다시 찾은 오어사(吾魚寺) 처음 간 게 고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으니 벌써 44년 전의 일이다. 석양을 뒤로 한 억새풀이 고개를 떨구고 늦가을 호수가 물비늘로 반짝거릴 때였다. 그 때 같이 간 친구는 배용식이라는 같은 반 동기였다. 이 친구는 지금 오어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사업을 하면서 잘 살고 있다. 그 후 드문드문 들렀던 포항 오천의 오어사를 이번에 다시 찾았다. 2018년 8월, 내가 10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는 환동해미래연구원이 구룡포에서 연 국제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인 학자 일행들을 데리고 온 뒤 처음으로 찾았으니 약 3년 만이다. 雲梯山 맞은 편에 있는 오어사 경내로 들어서자 낯익은 법당과 전각들이 말 없이 나를 반긴다. 신록이 푸른 빛을 더해가고 ..

옛정취가 사라진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

옛정취가 사라진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 우리 일행은 안강 옥산서원을 보고 난 뒤 바로 동쪽 포항 방면으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양동마을로 갔다. 승용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여서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데다. 우리 차가 지나는 도로 왼편으로 속칭 "창말"이라 불린 선친의 고향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조부모님이 생전에 사셨고, 아버지가 태어나셨고, 나도 어릴 적에 자주 다녀 많은 기억들이 묻혀 있는 곳, 달성 서씨 일가들이 모여 산 서씨 집성촌이다. 이제 곧 5분 후면 양동마을에 도착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2010년 7월)된 양동마을은 조선시대의 전통문화와 자연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마을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데는 아마도 경주 손씨와 여주 이씨가 중심이 된 씨족..

선친의 젊은 날 낭만이 서린 옥산서원

선친의 젊은 날 낭만이 서린 옥산서원 우리는 경주 최부자 고택을 보고 김유신 장군묘에 잠시 들렀다가 곧 바로 안강 옥산서원(사적 제154호)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가 가는 길에 점심시간이 길게 걸터앉았다. 금강산구경도 식후경이렷다! 특히 장인 장모님은 평소 제시간에 식사를 하시기 때문에 점심이 늦지 않게 하는 게 좋다. 해서, 이미 늦었긴 해도 옥산서원 들어가는 입구 마을에 도착해서 우리는 우선 점심을 먹고 서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오늘 우리가 가보려는 양동마을, 오어사와 마찬가지로 이곳 옥산서원에도 지금까지 너댓번 이상은 와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그림을 그리러 와본 적도 있고, 그 뒤 추석 전 이곳에 있는 달성서씨 문중의 우리 선산에 벌초를 하러도 몇 번 왔었다. 또 이곳에 사시는..

멀대, 동대산 쟁암당에서 가는 봄을 막아 서다!

멀대, 동대산 쟁암당에서 가는 봄을 막아 서다! 봄 기운이 막 몰려 올 때다. 겨울이 혼자 가지 않듯이 봄도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해마다 같이 다니는 아지랑이, 꽃들, 풀과 나무들과 새들이 도반이다. 봄은 늘 그들과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하고 함께 온다. 나도 봄의 허리를 부여 잡고 산 그림자와 함께 바람처럼 찾아 왔다. 영덕 동대산 기슭 아래 쟁암리! 마을 명패에 爭岩里라 쓰여져 있으니 바위를 다투는 곳이다. 혹은 다투는 바위들이 있는 마을로도 해석이 된다. 이름의 유래가 없지 않을 듯 싶지만 그걸 톺아보는 건 풍류를 모르는 한미한 서생이나 할 짓이다. 지금은 일상을 잠시 던져두고 온전히 봄기운에 취하려고 왔지 않는가? 금강산 구경이 식후경이라면 동대산 구경은 酒情에 취하고, 인정에 취하고나서다. 찰..

대만의 국보급 가수 등려군(덩리쥔) 묘소를 찾아서

대만의 국보급 가수 등려군(덩리쥔) 묘소를 찾아서 1995년 5월 8일, 대만 국립 政治대학 한 켠, 늦은 점심 후 기숙사 언덕 뒤로 펼쳐진 울창한 아열대 밀림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릴 듣고 있을 때 날카롭게 귀에 꼽히는 비보! 대만이 자랑하는 국민가수 등려군(鄧麗君, 1953~1995)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TV뉴스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앵커는 공연 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에 지병인 천식이 재발해 변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등려군은 늘 가지고 다니던 천식약을 그날따라 잊고 가져가지 못해서 황급히 병원으로 가던 중 차가 너무 막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승용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충격적인 뉴스였다. 이방인인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은 긴 며칠 동안, 전 대만 열도..

제주여행⑤ 4.3사건 기념관 견학 : 모든 역사는 새로 쓰는 현재사다!

제주여행⑤ 4.3사건 기념관 견학 : 모든 역사는 새로 쓰는 현재사다! 이번 여행 중에 늦었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제주4.3평화공원과 기념관을 찾아가서 전시내용을 봤다. 수많은 전시물을 일일이 다 사진을 찍고 해설을 할 수가 없어 극히 일부만 찍어 소개하기로 하고 주요 사진들을 올려놨다.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1947년 3.1절 경찰의 발포로 개시된 1948년의 제주4.3사건을 꼽을 수 있다. 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사건들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제대로 갈 곳을 못 찾아가서 아직도 삼천리강토 상공의 구천을 배회하고 있는 듯하다. 4.3사건도 한국전쟁, 4.19의거, 광주 민주화운동, 천안함침몰사건, 연평도포격사건, 세월호침몰사건 등과 함께 사건의 진상과 ..

제주여행③ 빛의 벙커 : 빛으로 만난 고흐와 고갱

제주여행③ 빛의 벙커 : 빛으로 만난 고흐와 고갱 4박 5일의 이번 짧은 제주 여행 중에 최대의 호사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을 제주에서 빛으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세기적인 화가다. 19세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후기 인상파를 이끌고 결정지은 대표적인 작가들이란 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짧은 지면에서 현대 서양미술의 사조는커녕 두 화가가 남긴 수많은 걸작들만 거론하기에도 벅차다. 해서, 간단히 고흐와 고갱의 작품경향에서 보이는 특징만 언급하기로 한다. 고흐는 나선, 물결선과 원에 의한 형상과 강렬한 색채로, 그리고 고갱은 원색에 가까운 밝고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상징..

미얀마 역사의 발자취 : 양곤 국립박물관 소개②

지난 번 양곤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불상들의 소개에 이어 이번에는 불교 이외의 여러 가지 유물들, 특히 농업국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유물들과 각종 민속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농기구, 여러 가지 악기들, 불화, 버마인들이 사용했던 각종 민속품들이 섞여 있지만 순서 없이 올린다. 여기에 선 보인 사진들은 내가 찍은 사진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천천히 더 올려서 미니 양곤 박물관의 싸이버판이 되면 좋겠다. 유물에 대한 설명도 아는 범위 내에서 천천히 작성하려고 한다. --雲靜 미얀마 역사의 발자취 : 양곤 국립박물관 소개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