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87

마젤란이 괌의 최초 “발견”자라고?

마젤란이 괌의 최초 “발견”자라고? 서태평양의 아름다운 진주! 마리아나 군도 중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이 군도 중에 가장 큰 섬! 대소 15개 섬으로 구성된 발바닥 모양의 이 섬은 길이 48㎞, 폭 최단 6㎞에서 최장 14㎞ 밖에 되지 않고 총 면적 546㎢로서 우리나라의 거제도만한 크기다. 어떤 섬인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가? 한 때, 한국, 일본, 대만인들의 신혼여행지로 최고 각광을 받았던 섬이라고 하면 바로 알 것이다. 괌도(Guam island)다. 주도는 하갓냐(Hagåtña, 또는 Agana)이지만 가장 큰 도시는 데데도(Dededo)이다. 괌도는 산업이라는 면에선 특이한 게 없다. 한 마디로 주민들이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곳이다. 인구라고 해봤자 20만 명(July 2018년 7월 시점에..

침략전쟁 패잔병이 “전쟁영웅”? : 28년간 숨어산 괌의 일본군

침략전쟁 패잔병이 “전쟁영웅”? : 28년간 숨어산 괌의 일본군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각기 투하된 원자폭탄 한 방으로 중국, 동남아, 태평양으로까지 전장을 넓혀 15년간 끈질기게 끌었던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이 끝났다. 주저 없이 연합군의 포츠담선언을 수락한다는 일왕의 “종전 조서”가 공표됐던 것이다. 해외 도처에서 집요하게 침략전쟁을 수행하던 수백만 명의 일왕 및 일제의 침략도구 일본군들은 자결하지 않으면 포로가 되거나 아니면 살아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도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적지”였던 서태평양의 괌도(Guam island)에 30년 가까이 숨어 살았던 일본군이 있었다. 요코이 쇼우이치(橫井庄一, 1915~1997)라는 일본 육군 ‘군소’(..

성탄절

성탄절 한 해 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오늘은 생애 최고의 휴식과 위안이 되시길 축원 드립니다! tip!!! 구약에 의하면, 옛날 성탄절은 1월 6일이었다. 1월 1일에 천지창조된 후 6일째에 인간이 빚어졌다고 믿어졌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아르메니아 교회에선 1월 6일을 성탄절로 지낸다고 한다. 그 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날로 앞당겨졌다가 12월 25일 오늘을 성탄절로 정한 건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Councils of Nicaea)에서였다. 니케아 종교회의란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 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아리우스파(派)의 비난에 대응해서 당시 분열된 기독교 교리를 정리하기 위해 현재 튀르키예의 이즈니크로 이즈니크 호수가에 위치하고 있는 니케아에서 소집한 제1회 종교회의를 말한다. ..

생각과 마음

생각과 마음 생각은 모든 현상과 결과들의 일차적인 원인이다. 이 세상과 우주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접하거나 경험 혹은 행위하고, 생각 혹은 의식(六識)하는 일체(六處와 六境)는 생각의 결과다. 특히 행위는 그 생각의 연장인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엉겁결에, 얼떨결에, 혹은 부지불식간에 한 것처럼 보이는 언행조차도 모두 생각의 결과가 아닌 게 없다. 뇌의 어느 한 부위(현대 과학에선 생각과 마음이 어느 부위에서 작동하는지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단지 뇌의 전두엽에서 작동되고 있다는 정도로 추정하고 있음)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속도가 전광석화처럼 너무 빨라 감각적으로 미처 인식하거나 느끼지 못할 뿐이다. 생각은 그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에 해당되는, 인간의 감..

인연 Ⅲ

인연 Ⅲ 삶이란 때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때가 있다. 작년 여름, 전혀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대만 중화민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올해 초부터 대만에서 약 1년간 생활하게 됐으니 말이다. 인연 역시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한 여인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 혼자서 나를 마음속 연인으로 생각하다가 여운이 긴 편지 한 통 남겨 놓고 홀연히 사라진 게 마지막이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이란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과거 30대 초반 내가 일본어 강사로 있었던 보습반(학원)이 있던 타이베이역 건너편 충칭난루(重慶南路)에 갔다가 문득 떠오른 20대 중반의 한 “샤오졔”(小姐, 아가씨)였다. 그녀는 내가 약 2년 남짓 이곳 타이베이의 한 보습반에서 일본어 회화를 가르쳤을 때 나의 ..

인연 Ⅱ

인연 Ⅱ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만, 만나고 헤어짐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의 인연이다. 애틋하게 만나고 싶어도 한 번 보고는 평생 동안 못 보고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는데도 자주 얼굴을 맞닥뜨리게 되는 이도 있다. 그야말로 애별리고(愛別離苦)요, 원증회고(怨憎會苦)이다. 생각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의 이 가을날 오후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오늘은 약 30년 전 30대 초반의 타이완 유학 시절 타이베이 시내 한국 사찰의 법회에서 인연이 된 한 스님이 몹시 생각난다. 그분은 道山이라는 법명을 가진 젊은 한국인 선승이었다.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생긴 비구승으로 파르스름한 깎은 승발이 퍽 인상적이셨던 분이었다. 스님은 출가 전 세속에서 대..

인연 Ⅰ

인연 Ⅰ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맑고 푸른 하늘, 곱게 물든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초겨울, 문득 고등학교 때 배운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이 떠오른다. 피천득 선생이 젊은 시절 일본 체류 때 하숙집 주인 딸과의 만남을 얘기한 수필이다. 내용 중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대목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가즈미(和美)와 두 번 만났다. 그리고 십여 년 넘게 소식이 끊겼다가 세 번째는 만나지 못하고 아니 들었어야 좋았을 소식만 들었다. 가즈미는 나와 결혼 인연이 될 뻔했던 일본 오사카(大阪)의 재일교포 3세였다. 당시 그는 아름다운 자태의 방령 24세였고, 나는 그보다 세 살이 많은 27세의 더벅머리 청년이었..

중국 향산(香山) 혁명기념관 관람평

중국 향산(香山) 혁명기념관 관람평 역사는 과거 사실의 재구성이지만 재구성 과정에선 반드시 현재 상황이 반영된다. 현실이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정치적 자유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중국 전역은 지금 시진핑을, 모택동을 능가하거나 혹은 최소한 그와 동급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의 실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제 오전에 들른 북경 서북쪽 교외 香山에 자리 잡은 ‘향산혁명기념관’도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고 있는 현장의 한 곳이었다. 향산혁명기념관은 마치 현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을 위해 건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전시내용이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20세기 중국공산당의 혁명과정 그리고 그들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정 및 중국의 굴기를 자랑하고 선양..

오키나와 슈리성이 불탄 걸 보고 좋아할(?) 사람들

오키나와 슈리성이 불탄 걸 보고 좋아할(?) 사람들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키나와 슈리(首里)성의 正殿, 南殿, 北殿 등 주요 건물들이 화재로 전소되었다. 화재 발생은 오늘 새벽 2시 30분경이었다. 슈리성은 몇 년 전에 집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다. 굉장히 아름답고 독특한 성이었는데, 오키나와 역사를 상징하는 이 아름다운 성이 불에 타서 흉물이 되었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현장에서 화재를 보았거나 뉴스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도 대부분 안타깝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슈리성이 불타는 것을 보고 속으로 기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키나와 독립을 희구하는 사람들 중의 일부와 류큐의 쇼씨(尙氏)왕조에게 침략, 약탈, 지배를 수백 년 동안 당하면..

인도 타고르 기념관에서 타고르 다시 보기

인도 타고르 기념관에서 타고르 다시 보기 영국의 인도 식민통치 시대 본거지였던 동부의 최대 도시이자 벵갈문화의 중심지 꼴까따를 찾았다. 원래 답사하고자 한 1962년 중국-인도 전쟁의 주요 전투지역이었던 인도 동북부 지역의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행을 다음으로 미루고 현지 사정에 맞춰서 발길 닿는 대로 가보자는 기분으로 왔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지 않는가? 개인의 특별한 여행목적을 포기하고 인도를 이해하는 여행을 한다고 하면 도처에 “꿩”들이 널려 있는 게 인도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대신 맨 처음 찾아간 곳이 인도의 詩聖으로 평가되는 라빈드라나쓰 타고르(Labindranath Tagore, 1861~1941)가 살았던 ‘타고르하우스’(Tagore’s House), 즉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