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87

미얀마 역사의 발자취 : 양곤 국립박물관 소개①

지난 주부터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사쿠데타를 기회로 미얀마 현대사를 6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 참에 미얀마의 역사와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을 2회로 나누어 소개하기로 한다. 양곤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과거 버마의 역사와 문화 관련 유물들이다. 내가 2019년 9월에 가서 직접 감상하면서 유물들을 사진에 담은 것들인데, 그 동안 미처 정리할 시간이 없어 한쪽에 팽개쳐놓은 것이다. 때 마침 미얀마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중이어서 내게는 시간이 없다는 걸 핑계로 한쪽 구석에 던져 놓은 사진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려고 한다.--雲靜 미얀마 역사의 발자취 : 양곤 국립박물관 소개① 이곳 양곤 시내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유물들을 보면 버마 역사의 두 가지 큰 특징이 눈..

남명 조식 선생의 생가를 찾아서 선생의 정신을 기리다!

남명 조식 선생의 생가를 찾아서 선생의 정신을 기리다! 어제는 조선중기의 성리학자로서 지행합일적 삶을 살다간 南冥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이 태어난 경남 합천의 ‘생가유지’(生家遺址)를 둘러보고 진주의 제1경 촉석루를 찾았다. 조식 선생의 생가는 초행이었고, 촉석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본 후 처음이니 45년만이다. 여기선 남명의 생가만 소개하고 촉석루, 논개, 왜장에 얽힌 것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선 길을 서둘렀다. 남명의 존재를 알게 된 30대 중반부터 꼭 그의 흔적을 찾아가보고 싶었었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들떴다. 처가인 마산을 출발해서 합천에 내리자마자 바로 그가 태어난 생가를 찾아 나섰다. 다행..

한국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나?③ : 문제점들과 대안

한국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나?③ : 문제점들과 대안 앞선 두 편의 졸고에서 박원순 시장(이하 직함 생략)과 백선엽 장군(이하 직함 생략) 두 고인의 행적을 개략적으로 고찰해봤다. 특히 두 사람 중 백선엽은 상대적으로 관련 자료에 먼지가 가라 앉아 있는 고로 그에 대해서는 과연 그가 본인 혼자서만 나라를 구한 “구국영웅”이 맞는지 일차적으로 검토해봤다. 그 결과 박원순이든, 백선엽이든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한 사실과 역사가 많은 부분이 실상과 거리가 먼 것들일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됐을 것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뭔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내용과는 다르다는 느낌만 있어도 이 글의 목적은 달성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이른바 사회적 명사나 역사적 인물들의 과거사라는 게 당사..

한국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나?②: 백선엽은 “구국영웅”인가?

한국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나?②: 백선엽은 “구국영웅”인가? 고 백선엽 장군(이하 직함 생략)은 과거 어떻게 해서 1945년 12월 말 아우 백인엽과 함께 월남해서 그 이듬해 군문에 들어간 1946년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단 4년 사이에 대령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할 수 있었을까? 또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날 밤, 육군 장교구락부 낙성기념 회식에 참석해서 한국군 고위 지휘관 및 보직자들, 주한 미 군사고문들과 어울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사실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몇몇 전사연구자와 언론인들이 백선엽에게 직접 물어봐도 그는 침묵만 지켰다. 이 같은 의문들은 이뿐만 아니지만 여기선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한국전쟁 시기 빠트릴 수 없는 전쟁 초기 38도선 방어전투와..

한국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나?①: 박원순과 백선엽의 죽음

한국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나?①: 박원순과 백선엽의 죽음 죽은 자에 대한 추모행위는 인간이 인간임을 드러내는 가장 인간다운 표상행위다. 거기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순기능은 인간성 회복이요, 역기능은 인간성 황폐화다. 추모가 비정치적일수록 망자가 살아나고, 정치적일수록 망자가 메말라버린다. 정치적인 비중이 높은 인물일수록 추모행위는 늘 현실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아니 그 자체로 정치행위이기도 하다. 인간이 원래 이기적인 존재이긴 해도 그런 인간들이 유달리 많은 한국사회엔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과하게 짙다. 지난 7월 9일과 10일 이틀 사이에 잇달아 사망한 고 박원순 시장(이하 직함 생략)과 고 백선엽 장군(이하 직함 생략)의 죽음도 정치적으로 활용됐다. 두 사람의 추모..

한 편의 웅혼한 博物誌, 그랜드 캐니언을 마음에 심다!

한 편의 웅혼한 博物誌, 그랜드 캐니언을 마음에 심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을 마음에 담게 됐다. 이곳까지 힘 안 들이고 찾아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이민 온 지 40년이 넘는 소싯적 동네친구 덕분이다. 친구 부부는 일부러 나를 위해 온전히 오늘 하루를 시간 내서 승용차로 이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아침 일찍부터 라스베이거스의 집을 나선 우리는 후버(Hoover) 댐을 지나 킹맨(Kingman)에서 40번 국도로 갈아타고 약 3시간을 더 달려 윌리엄스(Williams)라는 곳에서 다시 좌측 64번 지방도로로 꺾어서 상상 속의 天界 그랜드 캐니언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평상시 때는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는 국도가 관광버스로 밀리는 ..

蘭皐先生 김삿갓을 찾아서

蘭皐先生 김삿갓을 찾아서 방랑시인 김삿갓! 김씨 성에 본명이 炳淵(1807~1863)이란 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호가 蘭皐란 걸 아는 이는 드문데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오. 아무튼 내가 김삿갓이란 이름을 안지는 반세기 이상이나 흘렀구랴. 그런데 오늘에야 일부라도 직접 그 족적을 보게 되니 만시지탄감이 일지만 그렇다고 감흥이 돋지 않는 건 아니외다. 천하가 아는 雲水歌人 김삿갓이 아니오.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김삿갓!", "김삿갓!" 하지는 않겠죠. 풍류와 해학으로 당대를 풍미했다 하니 그 곡절과 정신이 뭔가 해서 한미한 이 소생이 먼 곳에서 蘭皐선생의 芳香에 끌려 선생을 찾아왔소이다. 山紫水明한 영월 땅에 秋色이 돌기 시작한 풍광부터 예사롭지가 않구나! 절세의 풍류객 蘭皐선생을 찬미한 여러 詩碑들..

영월 淸泠浦에서 단종을 생각하다

영월 淸泠浦에서 단종을 생각하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귀에 익은 것이리라. 한시냐고? 아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기억하고 있듯이 나도 중딩 때 역사시간에 이걸 외우면서 단종이라는 왕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얼마 뒤 고딩 시절엔 일제 시기 경향신문에 연재된 1928~29년의 당시로선 스테디셀러 격인 春園 이광수의 걸작 소설『端宗哀史』를 통해 다시 한 번 단종의 왕호를 각인시켰지. 근 반세기가 지나 단종애사를 지금 다시 보니 간혹 작중 인물들 중 누가 누구인지 불명확하게 묘사한 걸로 봐선 博覽强記형의 당대 조선 최고의 지식인이었다는 춘원의 명성은 조금 부풀려 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인다. 그런데 말이야 한국사 전공자도 아닌 내가 단..

영월 서부시장의 포항집

영월 서부시장의 포항집 세상이 전례 없이 어수선하지만, 늘 건강하시고 한가위 명절 잘 쇠시기 바랍니다. 쇤네는 발길 닿는 대로 강원도 여행을 왔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영월 읍내를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김삿갓의 “방랑시장”이 눈에 확 들어와서 망설임 없이 바로 들어갔습니다. 김삿갓은 단종과 함께 영월이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은 맞지만 김삿갓의 이 방랑 시장에는 별로 볼 것도 없고 요기꺼리도 없어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서부시장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랬더니 또 한 번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습니다. “포항집”이라는 좌판 가게가 아니겠습니까? 명절엔 고향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머나 먼 강원도 땅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게 고향사람을 만나다니! 바로 자리에 앉아서 포항 송도가 고향인데 이곳에 ..

정릉(貞陵)과 태조 이성계

정릉(貞陵)과 태조 이성계 어제는 정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기로 한 선배와 약속한 곳이 마침 그의 사무실이 있는 정릉이었다. 울적한 기분도 달랠 겸, 또 운동도 할 겸 해서 먼 길이지만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내려 걸어서 갔다. 정릉은 조선왕조를 개창한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神德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 능은 서울 경기 일원에 남아 있는 조선왕릉 40기 중의 하나로서 북한에 있는 2기의 조선왕릉과 함께 200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는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북한 땅에 있는 2개의 능은 태조의 첫 번째 부인 신의왕후의 능인 齊陵과 제2대 임금 정종 및 정안 왕비가 함께 묻힌 합장릉인 厚陵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정릉을 오가면서도 왕릉이 다 그런 거려니 하고 지나쳤던 貞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