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웅혼한 博物誌, 그랜드 캐니언을 마음에 심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을 마음에 담게 됐다. 이곳까지 힘 안 들이고 찾아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이민 온 지 40년이 넘는 소싯적 동네친구 덕분이다. 친구 부부는 일부러 나를 위해 온전히 오늘 하루를 시간 내서 승용차로 이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아침 일찍부터 라스베이거스의 집을 나선 우리는 후버(Hoover) 댐을 지나 킹맨(Kingman)에서 40번 국도로 갈아타고 약 3시간을 더 달려 윌리엄스(Williams)라는 곳에서 다시 좌측 64번 지방도로로 꺾어서 상상 속의 天界 그랜드 캐니언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평상시 때는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는 국도가 관광버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번에는 공원 입구로 들어서는 긴 도로에도 관광버스는 몇 대 보이지 않았다.
초입에서 그랜드 캐니언까지 들어가는 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마침 관광객들도 많지 않아서 대자연도 휴식을 취하고 있어 심적 부담감이 반감돼서 좋았다. 멀리 시야로 들어오는 고원지대의 평평한 산정들이 옛날 서부영화에서 본 정경이어서 초행길에도 크게 낯설진 않다는 느낌이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행정상으로 애리조나 주에 있는 코코니노와 모하브 카운티(Counties of Coconino and Mohave in the State of Arizona)에 있지만, 그 일대가 너무나 광활해서 이웃 서북쪽의 네바다(Nevada) 주와 북쪽의 유타(Utah) 주에까지 산세의 일부가 걸쳐 있다. 따라서 이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도 트래킹으로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자동차 도로로 가게 되면 크게 북쪽과 남쪽이 있다.
우리는 네바다 주, 즉 북서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서 좌로 꺾어 들어갔다. 유타 주에서 가게 되면 아래 지도상에 나와 있듯이 89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제이컵 레이크(Jacob Lake)라는 곳에서 우측으로 꺾어 67번 지방도로로 들어가는 노스 림의 입구가 있다. 이 공원의 좌표상 위치는 N36 6 3, W112 5 26에 있고, 면적이 자그마치 493,077㏊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이러한 경이로움은 이곳을 떠날 때까지 스무고개 하듯이 멈추지 않고 연속이었다.
그랜드 캐니언 공원은 협곡을 기준으로 북쪽 편(North Rim)과 남쪽 편(South Rim) 두 지대로 나뉘며, 이 두 지역을 잇는 협곡의 너비는 작게는 500m에서 최장 30㎞(0.3~18.6마일)나 되는데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깎여져 있다고 한다. 고원 지대에 형성된 광활한 평원에서 보니 꼭 지질학자가 아니라도 그랜드 캐니언이 고원, 평원, 사막, 삼림, 분석구, 용암류, 개울, 폭포, 협곡의 급류가 있고, 이 거대한 지역에 서식하는 온갖 새들과 동식물들로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음이 감지된다.
웅장함에 압도돼 깊게 팬 협곡의 해발, 즉 높이이자 깊이는 얼마나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질학자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지질학, 동식물학적인 전문 설명 없이 스스로는 알 수 없으니 기존에 소개돼 있는 설명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지력에 한계를 또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해발 고도 2.5㎞로 융기된 지각 위에서 협곡이 형성된 시기는 600만 년 전이고, 그 긴 영겁의 세월 동안 지질학적 활동과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형성된 결과 현재 약 1,500m(0.9마일)나 되는 깊이로 자그마치 445.8㎞(276.5마일)나 길게 굽이지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위에서 1차로 언급했듯이 협곡의 너비도 좁은 곳이 500m, 넓은 곳은 무려 30㎞나 된다고 하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가히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웅장한 대협곡이라는 사람들의 칭송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협곡에 노출돼 있는 그랜드 캐니언의 수평 단층은 600만 년은 혀도 나지 않을 20억 년 전의 지질이라고 하니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래 사진 설명에서도 나와 있지만 물론 이 속에는 7억 4,000만 년에서 12억 년 전 사이에 생성된 다양한 시차를 지닌 암석들도 갖가지 형태로 형성돼 있다. 20억 년 전이라는 역동적인 지각 활동의 역사를 간직한 수평 단층들은 크게 고등학생 때 지리나 지질시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先캄브리아대’ 초기와 말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4개의 지질학적 시대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모든 지질학적 시대에 걸친 지구 진화의 역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선캄브리아대와 고생대 부분은 그랜드 캐니언 협곡 벽에 잘 나타나 있고, 그 기억과 역사가 담긴 화석들이 풍부하다고 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수많은 동굴들은,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암튼 ‘플라이스토세’에 이르는 화석들과 동물 잔해들을 보호해준다고 한다.
이곳에 오니 평소와 달리 내가 크게 왜소해짐을 느낀다. 사방 천지에 온통 모르는 것뿐이니 말이다. 이 또한 뭐를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도 힌두교 신의 이름인 ‘비슈누 편암’(Vishnu Schist) 형태라고 알려진 초기 선캄브리아시대 편암은 화석이 전혀 없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화석이 고고학적 증거가 돼 처음 나타난 것은 후기 선캄브리아대 ‘베이스 석회석’(Bass Limestone)으로서, 초기의 식물형태가 남아 있다고 한다. 비슈누니 베이스니 하는 용어도 어떤 물체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선캄브리아대 다음의 단층은 고생대에 만들어진 것인데 해양과 육지 화석들이 발견된다고 하고, 이 땅 전체가 가라앉고 융기했을 당시의 먼 옛날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한다. 중생대는 이 공원 안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초기 파충류에 의해 만들어진 자취가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Navajo Indian reservation) 내의 동쪽에서 발견된 바 있다고 한다. 이것들은 초기 신생대 포유동물의 몇 안 되는 화석 유물이란다.
그랜드 캐니언은 웅대함, 웅장함, 장엄함에서 오는 장엄미만 느끼게 하는 건 아니다. 조물주가 빚어놓은 온갖 천변만화, 기기묘묘, 형형색색, 세세밀밀, 오밀조밀한 아름다움도 같이 느끼게 한다. 웅장함 속에 바위에 앉아 있는 듯한 오리 형상을 한 바위, 천의무봉의 기암, 인간의 얼굴이나 동물 형상을 한 괴석들이 숱하게 널려 있다.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의 액션 페인팅 작품처럼 광활한 대지에 점, 선, 면의 조형언어들로 흩뿌려진 무질서 속의 질서, 질서 속의 카오스(chaos)를 연상시킨다.
우리는 전망 좋은 여러 곳에다 설치해 놓은 ‘뷰포인트’(view point)마다 승용차를 세우고 은은한 향나무 향기 속에서 천하를 감상하면서 우주를 카메라에 담았다. 뷰포인트 마다 향나무가 유달리 많았다.
일망무제로 보이는 저 광활함은 인간의 인식영역을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신의 손이 아니고선 누가 이렇게 빚을 수가 있을까? 다행히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된지 오래 된 터라 믿거나 말거나다. 오늘날도 진행되고 있는 지구의 지질학적 장관을 관찰할 수 있는 그랜드 캐니언의 광대함은 필설로 다하지 못하겠다. 그냥 소박하게 지구가 생성된 내력, 즉 지질역사를 알게 해주는 수많은 증거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 안에는 갖가지 형태의 둔덕, 탁자 모양의 대지를 뜻하는 메사(mesa), 砂原들이 형성돼 있다. 이를 가장자리에서 굽어보면 흡사 하나의 거대한 산맥으로 보이고, 그 아래 협곡으로 쪽빛 물결의 소용돌이가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사행천인 이상 급곡부(Hance rapid)의 급류도 형성돼 있다. 저 멀리 협곡 아래로 보이는 쪽빛을 띄면서 거대한 협곡 사이로 뱀이 기는 듯이 흐르는 사행천의 급류는 여기서도 보인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미국에서 가장 큰 급류가 흐른다는 콜로라도 강의 상류인 듯하다.
이곳 고원에선 보일 리 만무하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강물의 침식 작용이 계속되면서 긴 협곡과 그 지류를 따라 곳곳에 수백 만 년, 수천 만 년 동안이나 마모돼 매끄럽게 번들해진 바위로 환상적인 폭포와 급류를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한다. 과연 저 아래 협곡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친구 부부의 설명으로는 사람들이 대부분 단체 관광으로 오거나 혹은 승용차로 와서 고원으로 형성돼 있는 넓디넓은 광활한 산정에서 그랜드 캐니언 전경만 보고 가는 것이 전부지만 그랜드캐니언 협곡 아래로 내려가서 직접 카약으로 급류를 타거나, 낚시를 즐기거나, 산을 타는 관광코스가 있고, 이를 안내하는 전문 관광가이드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 코스는 전면 폐쇄돼 있고 그 가이드들도 쉬고 있단다. 그 중에는 내 친구 부부가 알고 지내는 한국인 출신 전문 여성 가이드도 있다고 한다. 암튼 나중에 코로나가 가라앉으면 산타기를 좋아하는 내 친구들과 같이 또 한 번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랜드 캐니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셀 수 없는 수많은 동식물들을 넉넉히 품고 있다. 식물만 해도 1,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자체로 대자연이자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Grand”라는 수식어가 그냥 붙어 있는 게 아니다.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 중 고도가 높은 지역은 사막으로부터 산악에 이르는 다양한 상태의 기후와 서식지가 발달돼 있으며, 광대한 5개의 다른 동식물 지역이 펼쳐져 있는 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안내문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여러 가지 들짐승과 날짐승들도 소개돼 있다. 그 중엔 퓨마(mountain lion)도 보이는데, 퓨마가 이 생태계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일까? 또 각종 새들이 철마다 남과 북의 양편에서 약 13km나 되는 협곡을 가로 질러 날아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1,000여 종의 이 많은 식물들 가운데 15종은 이미 멸종이 우려되는 식물을 위한 법률로 보호되고 있다고 하니 지구환경오염이 여기에까지 밀어닥쳤나 싶어 씁쓸해진다. 공원 내 11종의 식물들도 법률에 근거해 위기종으로 등록돼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절멸이 우려되는 동물군으로 76종의 포유동물, 299종의 조류, 41종의 파충류와 양서류가 공원 내에서 확인되었고, 콜로라도 강 본류와 지류에 서식하고 있는 어종도 16종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에도 고대로부터 필시 인디언들이 살았을 것임은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물이 흐르고 동식물이 풍요로운 곳에 인간이 스며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미개한 자들임에 틀림없다.
그랜드 캐니언은 이처럼 동식물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살았던 인간의 역사까지 전해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최초 인간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북아메리카 고대 문화(Archaic cultures)를 입증시켜 주는 2,600개 이상의 선사시대 유적들이 산재돼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물론 협곡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코호니나 인디언’(Cohonina Indian)들은 협곡의 남쪽 편을 따라 거주했고, ‘아나사지 인디언’(Anasazi Indian)들은 협곡의 남쪽 편, 북쪽 편과 계곡 일대에 흩어져 살았다고 한다. (“인디언”이라는 말은 옳은 용어가 아니지만 여기선 관용적으로 그냥 쓰기로 한다.) 고대부터 원주민 부족들이 강변 저지대에 마을을 이루며 사냥, 수렵, 어로 등으로 생존해오다가 대략 1,000년 전부터는 강가에 형성된 삼각주(Unkar Delta)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등 농사(Delta farmers)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언젠가 ‘후알라파이’(Hualapai)와 ‘하바수파이’(Havasupai) 인디언들이 이 협곡 안으로 이주해왔다. 후알라파이와 하바수파이는 모두 아마도 인디언 말 같아 보이는데 그랜드 캐니언 인근에 지정돼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의 지명이다. 이 부족들은 1860년 서부개척 시대에 유럽발 앵글로 색슨족이 이곳으로 밀려오기 전까지는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평화롭게 잘 살았었다. 물론 저들끼리는 서로 다투고 살았겠지만 적어도 외부의 이방인은 장구한 세월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의 백인들이 나타나고서부터 인디언 세계가 여지없이 파괴됐다. 그들은 무뢰한의 침범자였다.
이곳에 자손 대대로 뼈를 묻고 살아왔던 그 많은 인디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현재 미국 사회의 주류 계층인 앵글로색슨 계통의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 인디언들이 무려 500만 명이나 됐다는 게 미국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우리가 가끔씩 듣던 인디언 보호구역, 즉 “인디언 레저베이션”(이 곡명으로 불린 팝송도 자주 들었음)은 백인들의 씻을 수 없는 죄악과 야만행위의 표상이었다. 왜 자신들의 터를 다 내준 인디언들이 침범자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미국은, 특히 백인들은 필히 그 역사의 업보를 받을 것이다. 여기선 설명을 생략하지만 지금도 일부는 받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미국이 선진국인 또 다른 이유를 다시 한 번 보게 됐다. 자연유산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리의 치밀성과 지속성도 본받을 만하다. 이곳의 숲을 보전하는 보호조치가 처음 시작된 것은 1세기가 더 지난 일이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그랜드 캐니언 내에서 1893년 채광, 벌목, 사냥이 허락되면서부터였다는 것이다. 서부 개척시대 이곳의 탄광이나 관광 관련 대략적인 소개 글은 아래 사진의 설명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 뒤 1906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사냥감 보존이 강화됐고, 1908년 국립기념물로 다시 설계된 뒤 1919년 2월 26일 미국 의회법에 근거해 국립공원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은 1979년 10월 24일이었던 것으로 소개돼 있다. 이것도 벌써 40여년 전의 일이다.
이번 미국 여행 중 내가 들른 곳들 중 인공축조물에서 뿜어 내는 인공미와 웅장함은 워싱턴이 최고였고, 자연 상태에서 오는 자연미와 그 웅장함은 이곳 그랜드 캐니언이 단연 압권이다. 이 보다 더 한 최고의 압권은 그랜드 캐니언 고원에서 친구 내외가 손수 끊여준 라면이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나를 압도했지만 이 라면은 나를 반겨주니 이 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싶어서 하는 객쩍은 소리다. 집에서 싸간 김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라면이 꿀맛이다.
그랜드 캐니언이 웅장하고 광대한 만큼 그 소개 글도 길게 쓰게 됐다. 이곳에 소개돼 있는 말 그대로 그랜드 캐니언은 참으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시간과 공간의 결정체다. 그 자체로 대지예술(Land Art)이다. 하지만 “자연의 위대한 설계자의 가장 멋진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 장엄함, 방대함, 웅장함을 완전히 묘사할 수 있는 언어란 없고, 완전히 그려낼 수 있는 화가도 없을 것”이다.(No language can fully describe, no artist paint the beauty, grandeur, immensity and the sublimity of this most wonderful production of Nature's great architect)
一卽多, 多卽一의 그 연기의 세계, 화엄의 세계를 목도하고 간다. 이곳의 풀 한 포기에도 협곡 내 모든 뭇 생명들이 숨 쉬고 있고, 협곡은 모든 생명체를 보듬고 있는 웅혼한 파노라마다. 『燈會元』(1252년 宋代 普濟編)에 나오는 말마따나 가히 “一粒栗中藏世界”(좁쌀 한 알 속에 세계가 갈무리돼 있고), “半升當丙煮乾坤”(반 되들이 솥에다 천하를 삶는다)의 경계다.
그랜드 캐니언은 지구의 종말과 함께 할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이곳을 드나들 수많은 인간들 그리고 이곳을 서식처로 둔 恒河沙의 모래처럼 셀 수 없이 많은 동식물들도 영겁의 윤회를 반복할 것이다. 언제 다시 밟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온다면 협곡 아래로 내려가 강으로 통하는 코스를 직접 밟아보고 싶다. 그래서 선캄브리아대에서 신생대에 이르는 수백 만년, 수천만 년간의 지층 속으로 들어가 지구가, 인간이 걸어온 대서사시를 읊고 싶다.
그나저나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걱정이다. 이 대자연의 기에 눌려 기를 제대로 펴고 살아갈지 말이다. 펜을 놓기 전에 한 마디, 내 친구 해용아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코로나 균이 창궐하는 이 비상시국에 이 위대한 작품을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는가?
2020. 11. 1
그랜드 캐니언 고원에서 心印
2020. 11. 16
북한산 清勝齋에서 초고
雲靜
추기 : 혹시 이곳을 트랙킹 하고 싶은 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 아래에 이곳의 안내문을 붙여놓는다. 준비사항, 유의사항, 코스 등등 자세하게 안내돼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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