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87

일본의 우체통과 공중전화 : 새삼 국가의 기능을 생각해본다!

일본의 우체통과 공중전화 : 새삼 국가의 기능을 생각해본다!일본은 우주개척 경쟁에까지 뛰어들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G3라고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아날로그로 작동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 진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때 고도성장이 시작된 196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의 발전이 그대로 지속되면 가장 먼저 디지털 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55체제” 출범 이래 자민당 일당독재이다시피한, 그래서 변혁과 변화를 추동하지 못하는 정치계 그리고 행정구역상 “토도우후껜”(都道府県, Prefectures)의 최상층 토(都)에서부터 최하위 말단의 오오아자(大字)나 고아자(小字)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1718개(일본정부가 자국령이라고 주장하는..

대만 전통시장 풍경

대만 전통시장 풍경 대만 전통시장의 풍경은 어떨까? 주로 어떤 물건들이 사고 팔릴까? 나는 어릴 때 시장에서 자라서 그런지 국내외 어디를 가든 시장을 가면 정겨움을 느끼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시장은 국내에서도 자주 가는 편이지만 해외여행시는 박물관, 대학, 서점과 함께 빼놓지 않고 꼭 들르는 곳이다. 이번에 잠시 와 있는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장을 돌아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머문 호텔 바로 뒤편에 전통시장이 있었다. 대만의 볼거리로 알려진 야시장은 아니고 타이뻬이 시내 민츄앤시루(民權西路)에 있는 작은 시장이다. 매일 아침 새벽마다 장이 섰다가 대략 오후 1~2시에 파장하는 곳이다. 이 시장에도 여타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의류, 철물과 생활 잡화를 파는 가게가 있었지만 그런 것은 한국의 시장..

“초보자도 석달이면 색스폰을 불 수 있어요!” : 대만 시스뚸(喜市多) 악단과의 번개팅

“초보자도 석달이면 색스폰을 불 수 있어요!” : 대만 시스뚸(喜市多) 악단과의 번개팅 타이뻬이 위성 도시인 新北시 新莊區에 있는 비직업적인 아마츄어지만 연주 실력들이 짱짱하고 단원들 간에 정이 넘치는 색스폰 악단을 소개한다. 시스뚸(喜市多)라는 악단이다. 벌써 "기쁜 저잣거리" 혹은 "행복한 마을"의 악단이라고도 의역할 수 있는 악단 명칭이 이 악단의 성격을 대략 가늠케 한다. 이번엔 대만 일정이 많이 바쁘다 보니 와보지 못할 뻔 했는데 다행히 일이 빨리 끝나서 귀국 전 마지막 날 밤에 가봤더니 마침 오늘은 주 2회(화, 금) 단원들이 모여서 연습하는 날이라고 했다. 다들 나를 반갑게 맞아준 단원들의 소개에 따르면, 시스뚸 악단은 2019년에 창단돼 올해 5년 차로 역사는 길지 않다고 한다. 이 악단을..

타이뻬이의 대만 토속 음식 거리와 대도정 자성궁(大稻埕 慈聖宮 )

타이뻬이의 대만 토속 음식 거리와 대도정 자성궁(大稻埕 慈聖宮) 지난 4월에 이어 어제 또 다시 대만에 오게 됐다. 내가 묵게 된 호텔 근방에서 대만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호텔 부근의 대만 토속 음식거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먹자골목 같은 곳인데, 이 먹자 골목의 위치는 타이뻬이 시내 민취앤시루(民權西路)에서 산총(三重)시로 넘어 가는 딴수이(淡水)강을 넘기 직전에 있는 大稻埕 지역의 慈聖宮 앞 길이다. 이와 동시에 이 거리에 같이 있으면서 이 거리가 생겨나게 된 배경으로서 대만의 3대 도교(道敎, Daoisms) 사원 중의 하나인 따따오청 츠셩꿍(大稻埕 慈聖宮)도 같이 소개하겠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 하니 우선 이곳 음식을 먹어보고 난 후에 궁을 유유자..

항도 초등학교 제9회 동기들과 함께한 가을 나들이

항도 초등학교 제9회 동기들과 함께한 가을 나들이 정말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기회 친구들과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같이 간 친구는 회장과 총무를 위시해서 열 네 명이었고, 행선지는 포항에서 멀지 않은 울산의 대왕암! 조금만 더 늦게 갔으면 단풍이 많이 떨어졌을 것 같고, 겨울로 가는 길목의 해풍도 더 거칠 것인데 그러기 전에 가서 시기도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가 돌아오고 난 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우리가 간 울산 그 지역이 해안 강풍이 엄청나게 불어닥친다고 한다. 누가 이 날을 택했는지 선견지명이 있어 가히 미아리고개에 대나무 깃대를 꼽아도 되겄다! 나는 처음에 대왕암이라 해서 감포에 있는 문무왕의 수중 왕릉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보니 문무왕의 왕비가 잠든 곳이었다. 같은 해역은 아니지만 부부..

고향의 氣와 나

고향의 氣와 나 氣란 보통 자전적 의미로는 “활동하는 힘”, “숨 쉴 때 나오는 기운”을 말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기의 개념은 약간 다르다. 16세기 말부터 전래된 서양의 종교와 과학의 영향으로 큰 변화를 겪었지만, 기는 보이는 물질세계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신작용과도 관련돼 있다. 동양철학에서는 보통 원리, 근원, 본질로 인식되는 理에 반해 그것이 드러나는 현상, 작용, 물질 등으로 정의된다. 기라는 건 서양인들에게는 없던 개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기”라는 단어도, 관련된 말도 없었다. 그들에겐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쓰고 있는 “기를 받는다”, “기가 막히다”라거나 “기가 약하다” 따위의 표현들을 서양인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번역을 해줘도 바..

서상문의 가출

가출 Ⅰ 소싯적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추억이 많고 적을 뿐이고, 기억이 옅고 강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또 어릴 적에 집을 나간 가출 추억도 있을 수 있다. 나에게도 유년시절 여러 차례 결행(?)한 가출 추억이 있다. 추억들 중에 잊어지지 않는다. 흔치 않은 사건들은 유달리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니고 너댓 번이나 가출한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나는 약 6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가출들을 낡은 흑백사진처럼 선연히 기억하고 있다. 4~6살 사이에 3번을 가출했고, 나머지 한 번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첫 번째 가출은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다. 미필적 고의로 일어난 일이었다. 어떤 일로 부모님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나서 그 길로 가깝지 않은 포항 기차역으로 걸어가서 기차를 타고 할..

아버지의 삶과 아들

아버지의 삶과 아들 행동은 자신의 성격과 생각의 반영이다. 크게는 한 사회, 한 민족의 문화적 습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자기 운명을 결정한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패배적인 생각에 젖어 사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또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도 싫어한다. 어떤 일이든 신중하게 결정하지만, 일단 결정이 되면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한때 모험과 도전의식이 충만한 시절,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그 좋다는 언론사 기자직도 근무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30대 초반에 미련 없이 던져 버렸다. 그리곤 단돈 50만 원만 달랑 들고 유학길에 나선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의 선친은 내가 싫어하는 성격 여러 개를 한 몸에 모아놓은 분이셨다. 나는 아버..

을사늑약 체결의 역사 현장 중명전 참관

을사늑약 체결의 역사 현장 중명전 참관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압적으로 조약을 체결한 을사늑약(제2차 한일협약)을 들어보지 못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을사늑약에 황제의 국새를 찍어준 이완용(1858~1926)을 위시한 다섯 명의 이른바 ‘을사오적’이라는 친일파 매국노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을사늑약이 어느 곳에서 체결되었는지 아는 이는 드물어 보인다. 서울 중구 덕수궁 뒤편의 중명전(重明殿, 사적 제124호)이 바로 을사늑약이 조인된 역사의 현장이다. 오늘 오후, 국제펜한국본부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문학기행에 참여해서 중명전을 찾게 됐다. 코스는 덕수궁, 퇴계의 옛 집터, 김장생 생가터,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터, 배재학당박물관, 아펜젤러가 세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