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87

지금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친구

지금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친구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30여 년 전 가랑비 추적추적 내리는 늦가을의 어느 날 오후, 젊은 두 사내가 포항 남빈동 선창가 뒷골목의 한적한 선술집에서 대폿잔을 기울였다. 한 친구가 앞에 앉은 다른 친구에게 그윽한 눈빛으로 말없이 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둘은 서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한 친구는 술을 잘 마셨지만, 다른 한 친구는 술을 즐기지 않았기에 잔만 받아 보조를 맞췄다. 주기가 거하게 돌면 “인생이 어떻고, 저떻고”가 ‘싯가’ 요리 보다 더 맛있는 안주였다. 고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비오는 양산도’ 가락으로 실내는 벌써 사람들 보다 더 취했다. 그 시절,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그냥 만나기만 해도 좋았다. 이것이 스무 ..

상여

상여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상여(喪輿)가 사라졌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 만장(輓章)과 만가(輓歌)도 함께 사라졌다. 오래된 일이다. 까마득한 내 유년의 기억 속에 선명한 실루엣으로 남아 있을 뿐, 상여와 만장과 만가는 색깔과 소리와 형체가 보이지 않게 된지 줄잡아 한 세대가 지났다. 실체가 없어지니 당연히 그 의미도 증발되고 없다. 그리곤 또 세월이 흐르고 있다. 상여 나가는 광경은 내가 10대 때까지만 해도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 진귀한 장면이 아니었다. 일찍 돌아가신 나의 작은 할아버지와 큰 할아버지까지만 해도 꽃상여로 장사가 치러졌다. 당시로는 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든과 아흔을 훌쩍 넘겨 장수하신 덕택에 당신의 아우와 형님 보다 거의 한 세대나 더 사신 나의 ..

태평양상의 한 점 귀걸이 오끼나와

태평양상의 한 점 귀걸이 오끼나와 서태평양상의 아름다운 목걸이! 꿈속을 걷는 듯한 몽롱한 느낌을 주는 환상의 섬, 영롱한 한 점 귀걸이 같기도 한 섬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오래 전 꿈이 이제사 이뤄진 것이다. 20여년 전, 1990년대 초반 대만 체류 시절에 대만 북동쪽의 항구도시인 基隆항에서 배를 타고 오키나와를 가보기로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진 그런 인연은 없는 모양이다. 대신, 인천에서 비행기로 나하(那覇)까지 바로 날아갔다. 물론 처음 가보는 미답지였고, 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호젓해서 좋지만 둘이 가는 여행은 말동무가 있어서 좋다. 비행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3박 4일 일정이었다. 항공기 왕복티켓에다 아침식사가 딸린 3박 4일의..

인도의 실체를 보게 된 첫 번째 인도여행

인도의 실체를 보게된 첫 번째 인도여행 한번 갔다 온 사람은 별천지에라도 갔다 온듯이 늘 되뇌는 곳 인도에 왔다. 2012년 1월 20일~2월 2일까지의 일정이었다. 아내와 함께 간 여행이었다. 여행사 패키지로 7박 8일 다니고 그 뒤 우리가 개인 일정으로 4박 5일간 달라이 라마가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소재지인 다람살라까지 갔다왔다. 단체 관광을 운영했지만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서 서점으로 달려가서 내가 해오던 중국-인도 전쟁에 필요한 서적들도 구입할 수 있었다. 또 다람살라에 있는 몇몇 서점들에서는 중국의 학정을 피해 넘어온 달라이라마와 그 신민들의 역사를 밝힌 연구서도 많이 있다. ☆ 미완성 글입니다. 시간 나면 계속 써서 완성할게요!

최초의 베트남 여행 :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최초의 베트남 여행 :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식민통치 시절 프랑스인들이 "아시아의 진주"라 일컫던 상하의 나라 베트남! 1960년대 중후반 포항 기차역에서 해병 청룡부대 용사들의 파월 발대식을 봐오던 소싯적 때부터 말로만 듣던 베트남을 찾았다. 난생 처음이다. 2000년 10월 23일이었다. 호치민(Hồ Chí Min)시에 20여년 째 살고 있던 초등학교 친구를 볼겸해서, 또 베트남에 비지니스 일로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친구와 같이 갔다. 가을이 익어가는 10월 하순, 4박 5일의 짧은 일정이어서 우리는 수도인 북쪽의 하노이(Hà Nội)는 가지 못하고 경제 수도로 일컬어지는 남부의 호치민시에서만 지냈다. 도착한 첫날은 친구의 비지니스 볼일도 볼 겸해서 호치민 시내 번화가, 백화점, 프랑스인들이 지어..

사막문명권의 실루엣을 만지게 한 몽골여행

사막문명권의 실루엣을 만지게 한 몽골여행 1994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에 몽골을 일주일간(6. 5~6. 10) 여행한 적이 있다. 동행자는 후배 일명 "윤 트라볼타" 윤승권이었다. 당시 그는 중국 북경에서 또 다른 내 후배인 그의 친구와 함께 둘이서 여행사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연구에 필요한 자료수집차 중국을 자주 드나들 때였다. 일이 있거나 할 때는 한 달에 두 세 번 갈 때도 있었다. 나는 북경에 갈 때마다 중국의 다른 지방으로 가지 않는 한 대부분 그 후배들 집에서 묵었다. 6월 초 어느 날, 후배집에 갔더니 후배가 팔지 못하고 남은 한국산 브로치, 머리핀, 악세사리 등의 재고가 많다고 푸념을 늘어 놓고 있었다. 그 물건들은 그들이 모두 남대문시장에서 도매로 떼..

최초의 해외여행지 일본(1985. 7~8)

최초의 해외여행지 일본(1985. 7~8) 1985년 7월, 대학 3학년 때 같은 과의 친하게 지내는 두 형과 함께 생애 최초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당시는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지 않아서 아무나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시절이아니었다. 행선지는 당시 "가깝고도 먼 나라,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일컬어지던 일본이었다. 여행기간은 원래 한 달 계획으로 떠났지만 나는 중도에 조금 앞당겨서 귀국했다. 출발은 부산에서 카페리호로 떠났다. 귀국은 오사카에서 비행기로 했다. 우리가 거쳐 간 곳은 시모노세키, 히로시마, 히메지, 고베, 오사카, 나라, 교토, 나고야 등지였고, 나머지 두 형은 계속해서 도쿄까지 가서 내가 소개해준 내 친구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때의 일본여행은 나에게 일본을 이해하는 데 많은 공부가 된 기회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