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친구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30여 년 전 가랑비 추적추적 내리는 늦가을의 어느 날 오후, 젊은 두 사내가 포항 남빈동 선창가 뒷골목의 한적한 선술집에서 대폿잔을 기울였다. 한 친구가 앞에 앉은 다른 친구에게 그윽한 눈빛으로 말없이 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둘은 서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한 친구는 술을 잘 마셨지만, 다른 한 친구는 술을 즐기지 않았기에 잔만 받아 보조를 맞췄다. 주기가 거하게 돌면 “인생이 어떻고, 저떻고”가 ‘싯가’ 요리 보다 더 맛있는 안주였다. 고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비오는 양산도’ 가락으로 실내는 벌써 사람들 보다 더 취했다. 그 시절,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그냥 만나기만 해도 좋았다. 이것이 스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