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상의 아름다운 목걸이! 꿈속을 걷는 듯한 몽롱한 느낌을 주는 환상의 섬, 영롱한 한 점 귀걸이 같기도 한 섬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오래 전 꿈이 이제사 이뤄진 것이다. 20여년 전, 1990년대 초반 대만 체류 시절에 대만 북동쪽의 항구도시인 基隆항에서 배를 타고 오키나와를 가보기로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진 그런 인연은 없는 모양이다. 대신, 인천에서 비행기로 나하(那覇)까지 바로 날아갔다. 물론 처음 가보는 미답지였고, 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호젓해서 좋지만 둘이 가는 여행은 말동무가 있어서 좋다.
비행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3박 4일 일정이었다. 항공기 왕복티켓에다 아침식사가 딸린 3박 4일의 호텔숙박비까지 다 합쳐서 30만 원 초반대의 가격이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다보면 간혹 이처럼 행운의 티켓을 손에 거머쥘 때도 있다.
우리는 오키나와의 하늘 관문 나하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마친 뒤 공항 근처 렌터카 회사를 찾아 가서 우선 승용차부터 렌트했다. 일본의 여느 도시처럼 오끼나와도 전반적으로 시가지가 깨끗했다. 호텔에 들어가 보니 호텔도 굉장히 깨끗하고 전망이 좋은 바닷가 옆에 있었다. 4일 동안 제공된 식사도 나무랄 데 없는 일품이었다. 일기도 간간히 바람이 부는 걸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골랐다. 한국은 1월이라 한겨울이지만 이곳은 상하의 계절이어서 날씨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이 아름다운 섬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훑어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4일 간을 돌아다녀보니 오키나와는 3박 4일이면 볼 만한 데는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물론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걸 전제한 이야기이고, 여타 관광객들의 관심 분야에 따른 특별한 테마여행지는 별도로 시간이 더 걸린다. 우리는 주요 관광지들을 돌아다닌 뒤에도 시간 여유가 있어 아는 오키나와 현지 지인들을 만나서 하룻밤을 온전히 오끼나와 특산 소주 "아와모리"(泡盛)로 건배와 축배를 들 여유도 있었다. 섬의 크기가 우리의 제주도만하니 그럴만도 하다.
이 땅에 사는 인구는 125만 명으로 제주도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다만, 승용차가 없으면 불가능하니 자동차 렌트는 필수! 승용차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이 알려진 관광코스를 거의 다 가보고도 그 밖에 시장이나 맛집 그리고 헌책방 등도 찾아서 많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헌책방에서는 오키나와 연구에 필요한 오래된 책도 몇 권 구할 수 있어 수확이 작지 않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다! 음식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으뜸가는 에너지원이다. 우선, 오키나와 음식부터 조금 얘기하면 오키나와는 정말 먹을 만한 게 별로 없다. 음식이 다양하지 않다. 1972년 전 도민이 참여한 투표로 일본에 귀속되기 전 과거 이 척박한 섬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상황이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이곳의 전통요리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오키나와의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전통 요리를 먹으면서 전통 춤과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에 가서 먹어보니 정말 볼 품 없었다. 무슨 요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굽은 생선 몇 마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딱 두 가지 예외가 있기는 하다! 뎃빤야키(철판구이)와 스시집에 가면 철판구이는 그런 대로 먹을 만하고, 스시는 정말로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스시는 한국 보다 값이 훨씬 저렴하다. 두 사람이 실컷 먹어도 우리돈 4만원이 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짧은 지면에 우리가 다녔던 곳,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다 늘어놓은 순 없다. 대충 아래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하겠다. 오래된 고성터, 일본군 참호, 방어진지 등은 사진에서 빼놓았다. 오키나와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별도로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쯤에서 삽화 정도로 마친다. 형편이 된다면 직접 오키나와를 한번 다녀 오는 것도 권할 만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