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87

새로 불붙는 우주탐사 경쟁 유감

새로 불붙는 우주탐사 경쟁 유감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우주선이 달에 착륙해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 1930~2012)이라는 꽃미남 얼굴의 우주인이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장면을 본 게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수나무 절구로 방아를 찧는 옥토끼가 수천 년 간 인류에게 선사한 신비감이 벗겨지던 순간이었다. 가히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1969년이었으니 아폴로 11호가 우리의 뇌리에서 오랫동안 사라진 게 어언 반세기가 다 돼 가고 있다. 그 뒤 오랫동안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미국이 벌인 사기극이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리곤 달은 우리에게 또 다시 머나먼 미지의 존재로, 우주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남게 됐다. 이 사이 반세..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배울 점들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배울 점들 이탈리아는 긴 장화 모양의 반도국가다. 국토의 크기는 남북한 크기를 합친 넓이의 약 1.5배에 달하며, 기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 나라는 그리스 로마 문명의 한 축을 이루는 곳이기 때문에 곳곳에 콜롯세움, 바티칸 성당, 피렌체 성당과 피사의 사탑 등등 고대와 중세 1,000년 이상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적들이 즐비해 나라 전체가 인류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곳곳에서 설치는 좀도둑들만 아니라면 이런 인류문화유산의 고적들뿐만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정치풍토가 여행객들로 하여금 다시 찾고 싶을 만큼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게 하는 나라다.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인지 찾아보면, 먼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탈..

가을에 읽는 將進酒

가을에 읽는 將進酒 한가위가 지났습니다. 절기로는 오늘밤이 가장 밝은 달이 뜨게 돼 있지만, 여긴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달을 보기엔 무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상으로라도 둥기둥~ 보름달이 뜨는 걸 보면 술이 생각나고, 술하면 대작할 벗이 있어야겠죠. 중국 시문학사에서 이 모든 요소를 안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속칭 “주태백”이라고 불리는 당나라 시대의 詩仙 李太白입니다. 太白은 자이고, 李白이 성명입니다. 이백의 대표적 시작 가운데 하나인 권주가를 소개합니다. 술을 권하는 詩歌 장진주(將進酒)입니다. 將은 “청컨대”, “청하노니” 등의 의미가 있고, 進酒는 “술을 드십시요”라는 말로서 將進酒는 “청하노니 술 한 잔 드시죠”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進酒라는 단어는 구어체로도 중화권 지역에선 오늘날..

중양절의 유래와 세시풍속

중양절의 유래와 세시풍속 음력으로 9월 9일인 10월 28일 오늘은 중양절이다. 중양은 양 수가 겹쳤다고 해서 붙인 명칭인데, 9가 겹쳤다 해서 重九라고 부르거나 구구절이라고도 부른다. 9월 중 유일한 속절(俗節)인데, 중양(重陽) 또는 중광(重光)이라고도 한다. 중양과 중광은 양(陽)이 겹친다는 뜻이다. 陰陽思想에 따르면 홀수(奇數)를 ‘陽의 수’ 라 하고, 짝수(隅數)를 ‘陰의 수’라 하여 ‘양의 수’를 吉數로 여겼다. 중양절은 설(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 칠석(7월 7일)과 함께 전통사회의 節日이다. 이 속절들은 ‘陽數’를 吉數로 여기는 奇數民俗들이다. 기수민속은 양의 수가 중첩된다는 의미에서 다 중양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중양이라고 하면 중구를 가리킨다. 중구를 비롯..

고전기행 : 杜牧의 山行

고전기행 : 杜牧의 山行 청명한 가을, 산이나 들엔 단풍이 한창 물이 오를 때입니다. 울긋불긋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 가을 정취에 어울리는 한시 한 수 올립니다. 이 시 역시 자고로 중국인들에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명시의 반열에 드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역시 옛날 중학교 시절에 교과서에 등재된 걸 배웠는데, 이 시를 암기한답시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읊은 기억이 나니깐요. 즉 고전이라는 소리죠. 山行/杜牧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산행/두목 멀리 늦가을 산을 오르니 돌길이 경사져 있고, 흰 구름 이는 곳에는 인가가 있구나 가마 세워 노을 지는 단풍 숲을 즐기는데 서리 맞은 단풍이 2월 ..

고자와 맹자의 인간본성 논쟁과 바람직한 인간상

고자와 맹자의 인간본성 논쟁과 바람직한 인간상 서상문(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얼마 전 갑자기 의문이 떠올라 남성의 성불구자를 가리키는 고자(鼓子)의 어원을 조사해 글을 써본 일이 있다. 그러고 나니 바로 다음날 아침 돌연 고자라고 불린 사람이 뇌리에 떠올랐다. 중국의 제자백가 중의 한 사람인 고자(告子, ?~?)다. 이 사람은 생몰연대가 정확하지 않지만 전국시대 東周 사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은 고씨였고, 원래 이름은 ‘不害’로서 맹자(B.C 372~289)와 동시대를 산 인물이었다. 뜻하지 않게 고자라는 사람이 떠오른 김에 그가 언급한 인간의 본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맹자와의 논쟁을 살펴보고 싶어졌다. 그들에겐 사람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존재의 양태는 어떠했을까? 고자는 고대 서양의 에피쿠로스 학파(..

남성 성 불구자를 왜 하필이면 ‘鼓子’라고 썼을까?

남성 성 불구자를 왜 하필이면 ‘鼓子’라고 썼을까?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사람을 두고 쓰는 말들 중에는 선천성 질환이나 불구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적지 않다. 병신, 등신, 귀머거리, 봉사, 벙어리, 절름발이, 앉은뱅이, 석녀(石女), 고자 등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신체적으로 정상인이 아님을 비아냥거리거나 조롱하고 무시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경상도 사투리에는 당사자를 놀리는 말로 ‘찐따’, ‘절뚝배이’, ‘버버리’, ‘째보’, ‘빙신’ 등 비속어도 꽤 있다. 나도 어릴 적엔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턱대고 그렇게 불렀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인권침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벌써 오래 전부터 법으로 이런 용어들의 사용을 엄하게 금..

안팎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윤봉길 의사 암장지와 순국비

안팎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윤봉길 의사 암장지와 순국비 서상문(고려대학교 연구교수) 1932년 4월 29일, 세계를 놀라게 한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上海) 의거’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일왕 탄생일(天長節)을 기념하기 위해 상하이 홍커우(虹口) 공원에서 거행된 관병식에 참석한 일본군과 정부의 고관들에게 폭탄을 투척해 침략의 원흉들을 폭살한 그 사건 말이다. 이 의거는 이 사건의 배후 주모자가 백범 김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국의 최고 지도자 장졔스(蔣介石)가 상하이 소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화민국정부 차원으로 격상시킨 계기가 됐다. 호쾌한 대장부 기질을 타고난 윤 의사의 평화, 애민사상과 사람 됨됨이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또 윤 의사 시신의 발굴과 귀환과정에 대해서도 ..

삶의 美醜와 균형감각 : 인간행위의 사회성 측면에서 생각해보기

삶의 美醜와 균형감각 : 인간행위의 사회성 측면에서 생각해보기 서상문(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아름다움과 추함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어떤 양태로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인식할까? 한글과 한자에는 물론, 외국어에도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이 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나타내는 한자 美醜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처럼 한자를 사용하는 곳에는 모두 통용된다. 단지 문화적으로 나라와 민족 마다 아름다움과 추함이 약간씩 다르게 인식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언어가 다르면 사물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작지 않은 차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통적인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꽃이나 노을 등 풍광이 수려한..

사랑, 삶과 예술의 원천

사랑, 삶과 예술의 원천 서상문(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 사랑, 인간과 예술의 영원한 테마! 삶의 꺼지지 않는 불꽃! 20대의 청년을 숨 막히게 하기도 하고, 4~50대 중년의 눈빛을 그윽하게 하며, 칠순, 팔순의 노인에게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신묘약! 진시황으로 하여금 불로초를 찾게 만든 것도 사랑의 자기장이었으며, 세기적 광기의 히틀러가 한 때만은 연인 에바 브라운을 순정으로 대했던 것도 사랑이라는 환각제를 먹은 탓이렸다. 19세기 중후반 말라르메, 보들레르와 함께 당대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한 중년의 시인 폴 베를레느가 몸져누워 있는 부인을 위해 약을 사러 나왔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프랑스 문단에 혜성 같이 나타나 악마적 천재시인으로 알려진 아르튀르 랭보를 보자 그길로 두 사람이 밀월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