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여행기 혹은 수필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배울 점들

雲靜, 仰天 2017. 11. 8. 17:24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배울 점들

 

이탈리아는 긴 장화 모양의 반도국가다. 국토의 크기는 남북한 크기를 합친 넓이의 약 1.5배에 달하며, 기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 나라는 그리스 로마 문명의 한 축을 이루는 곳이기 때문에 곳곳에 콜롯세움, 바티칸 성당, 피렌체 성당과 피사의 사탑 등등 고대와 중세 1,000년 이상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적들이 즐비해 나라 전체가 인류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로마문명과 현대의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콜롯세움의 위용

 

이탈리아는 곳곳에서 설치는 좀도둑들만 아니라면 이런 인류문화유산의 고적들뿐만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정치풍토가 여행객들로 하여금 다시 찾고 싶을 만큼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게 하는 나라다.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인지 찾아보면, 먼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대부분 대대로 해오는 가업을 이어가며 살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노하우가 자손들에게 그대로 전수된다고 한다. 이는 일본과 비슷한 경우다. 이탈리아는 가죽제품, 유리공예, 올리브 가공, 바느질 등 각 지방의 가문마다 가업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 분야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전통을 중시하고 옛 것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사고가 명품을 탄생하게 만든 배경이다.
 
페라리, 람보르기니에서부터 구찌, 프라다, 페레가모, 알마니, 베네통 등등 갖가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브랜드가 많은 이유다. 패션도 이젠 프랑스 파리보다 이탈리아 밀라노가 선두 주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호화요트 제작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한다. 각종 명품브랜드 탄생은 이를 기초로 해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와 정말 다를 뿐만 아니라 본 받을만한 게 또 있다. 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기 고향을 거의 떠나지 않고, 국민들의 85%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이사를 거의 하지 않기에 부동산 투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현지 한국인 여행가이드가 포장이삿짐 센터를 운영해볼까 하다가 포기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또한 여타 북유럽 국가들처럼 국민들의 세수가 높아 복지가 잘 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들은 수입의 40% 가까이를 미래를 위해 세금과 의료비로 내고 있다고 한다.
 
높은 정치의식을 견인하는 광장문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인들의 기질이 다혈질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각 도시 중심부마다 광장이 있어 사람들이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이 생활화 되다보니 어느 정도 쌓이고 억눌린 감정들을 해소하는 기능이 있어 다소 느긋하고 낙천적이다. 또한 그 광장문화는 정치권이 국민들의 소리에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고 정책결정에 반영되어 온 것 같다. 이 점은 우리가 지금 기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고위 관료의 이른바 ‘엘리트형 카르텔’로 더 이상 국민의 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국민소환 등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이 점고되고 있는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탈리아인들은 굉장히 다혈질이라는 것이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또 한 가지 이탈리아는 농기구와 농업도 발달했지만, 어디를 가도 비닐하우스가 보이지 않는 게 매우 특이하다. 이는 이곳 사람들의 생태학적인 관념 및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자연적 재배로 제철에 나오는 식물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식물을 비닐하우스로 재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질이 급한 한국인과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제철이 오기도 전에 채소나 과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인식의 수준이 비교되는 것이다. 제철 채소나 과일을 속성으로 생산하기 위해 농약을 무분별하게 뿌려대며, 또 상품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과일 색깔을 약품으로 변색시키는 게 다반사다. 가장 중요한 먹거리 문화부터 근시안적 사고가 터를 단단하게 잡고 있다. 우리는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전기는 프랑스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기가 풍부하지 못한 이유다. 이로 인해 전국민이 에너지 절약이 몸이 배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나라를 찾는 한국여행객들이 왕왕 투숙한 호텔이 춥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이탈리아인의 절약은 평소 전기든, 물이든 마구 펑펑 써대는 우리와 정말 다른 부분이다. 먼 미래와 후손들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정책을 집행하는 이탈리아국민의 정치풍토는 가히 본받을 만한 것이다. 우리는 그점을 배워야 한다.
 
2017. 10. 9. 19:49
포항발 서울행 열차 안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