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장 외로운 날엔’을 읽고
가장 외로운 날엔
용혜원
모두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굴 만나야 할까
살아갈수록 서툴기만한 세상살이
맨몸, 맨손으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시레 눈물이 나고 고달파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두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만나면 하고픈 얘기가 많은데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 세상
가슴을 열고 욕심 없이 사심 없이
같이 울고 같이 웃어줄 누가 있을까
인파속을 헤치며 슬픔에 젖은 몸으로
홀로 낄낄대며 웃어도 보아도
꺼이꺼이 울며 생각해 보았지만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아침 출근 길에 어느 지인이 카톡으로 내게 위 시를 보내왔습니다. 고맙게 잘 감상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다만 한 두 가지는 불편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가 용혜원이라고 하는데, 면식이 없는 시인이라 뭐라고 코멘트 하기가 미안합니다만, 한 가지 저자에게나 혹은 이 시를 읽는 이들에게 같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게 있습니다. 말꼬리 잡는 게 아닙니다. 평심한 마음으로 제가 느낀 소감을 아래에 간단하게 적어 봤습니다.
위 글은 언어의 조탁이나 수사적 기교를 부리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은 단순명료한 시입니다. 이 시인은 자기 성찰과 인간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위 시를 썼다는 느낌입니다. 이 시를 보면 시인은 새삼스레 자기만 순수한 거처럼 솔직함으로 포장한 게 아닌가 하는 기분입니다. 외로울 땐 굳이 누굴 꼭 만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자기 혼자 있어도 족하지 않을까요?
남들은 어떤지 몰라도 오히려 雲靜은 외로울 땐 혼자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합니다. 자주 함께 어울리는데 그 순간도 혼자 있지 않는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언제가 될까요? 외로울 때 남을 만나든 혼자 있든 그건 온전히 자신의 자유에 속합니다. 남이야 만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별 싱거운 놈 다본다고 할 진 몰라도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평소 늘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한국인들의 대인관계의 패턴이자 일종의 문화인데, 외로울 때까지도 사람들을 만나다니요? 과거 한 30년 전 쯤 대학시절에 읽은 책 중에 '군중 속의 고독'을 갈파한 리즈먼이 떠오르는군요. 인간은 여럿이 같이 웃고 떠들고 해봤자 절대 고독은 피해 갈 수 없고, 혼자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외로움은 숙명 같은 존재 양식입니다. 어차피 인간이란 필요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일반적 형식이듯이 그렇고 그런 존재인데, 남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어루만져 주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외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먼저 다가설 순 없을까요?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어찌 허구한 날 즐겁고 좋은 일만 있겠어요? 즐겁고 기분 좋을 때가 있으면, 슬플 때도 있고, 쓸쓸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는 것이죠.
누구나 아는 얘길 더 이상 주절거릴 필요 없이 설명은 생략하고 결론만 얘기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즐기는 게 좋습니다. 즐거움과 기쁨은 물론, 고통도, 외로움도, 슬픔도 모두 순간이니까요. 그런 상황도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든 여럿과 함께든 간에 그런 상황을 즐기다보면 그런 것들에도 나름대로 깊은 맛과 멋이 배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잘 알지 못해서 그렇지요. 옛 선인들이 말한 삶을 깊이 천착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거 같습니다. 단 그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맛과 멋이 아니라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이거나 마음고생 혹은 하나의 시련일 수 있습니다.
2015. 10. 28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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