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훌륭한 부부 한 쌍이 탄생했다. 내가 아끼는 고향 후배이자 대학 후배가 어엿하고 늠름하게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해서 화촉을 밝힌 것이다. 많은 하객들이 함께 한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는 자리에서 멀대가 인생 선배로서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시 한 수를 바쳤다. 아래 축시 내용처럼 두 부부가 동고동락을 같이 하면서 새롭게 행복한 삶의 여정을 시작하기를 축원하였다.
고기환 정혜은 부부에게
천지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펴 있고
사랑의 뜨락에 축원들이 쏟아지는 날
천지신명 앞에 해와 달이 마주 선 가운데
화촉으로 온누리가 빛나는 성스런 날
견우 직녀가 만나듯 자신을 겸허히 비워
자신의 분신을 맞아들이는 생애 최고의 날
갠지스강변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
두 남녀가 부부로 만난다는 건
겨자씨와 반석겁 같은 억겁의 인연이라
칠흑의 캄캄한 망망대해에서 조난자가
눈 먼 거북등에 업히기 만큼 어렵다네.
혼인은 두 사람의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지만
항해란 새 보금자리를 갖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새로운 눈이 되어주는 것이니
새 눈으로 사람과 세상과 가정을 보고
청아한 눈빛으로 배우자를 대하리라.
전쟁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지만
결혼시엔 세 번 기도하는 루스끼처럼 진중하고
원앙처럼 언제 어디서든 도반에게 온유하고
평생 일부일처인 늑대처럼 서로 믿어야 한다.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오는 게 인생일지니
상처도 받고 시련도 있고 부침도 있을 터
혹여 있을 수 있는 부부싸움은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몸에 밴 습이 달라 생기는 거여서
다름을 인정하면 불화가 움틀 리 없지.
역지사지가 체화된 슬기로운 부부는
자존감 없이 무턱대고 의지하려 하지 않고
상대 일을 우리 일로 자기 일처럼 하면서
독립된 두 인격체를 서로 보듬어주게 한다네
그게 부부생활의 지혜이자 요체이지요.
아내는 실 남편은 바늘일세
실이 있어야 바늘이 제기능을 하고
바늘 가는데 늘 실도 함께 한다네.
신랑은 바람 신부는 모래일세
바람이 불면 모래도 따라가고
바람이 흩어지면 모래도 흩어진다네.
세월이 가면 모두 곁을 떠나게 되지만
황혼녘 인생 최후의 일각까지 함께 할 사람
"보석 같은" 여보(如寶),
"내몸 같은" 당신(當身)들이시여
그윽한 눈빛으로 두 손을 마주 잡고
무엇을 얻을까를 염두에 두기보다
무엇을 버릴까를 마음에 두고 살 일일세.
2024. 6. 23.
일산 엠시티 예식장에서
雲靜 獻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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