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개구리들

雲靜, 仰天 2023. 12. 8. 08:32

개구리들



우는 게 아니라 여잘 꼬시려는 마초의 힘자랑
합창은 무슨 놈의 합창!
발정난 수컷들 개나 소나 다 하는 흐밍이지
나 여기 있노라고 암컷에 구애하는 놈들
우렁찬 소리로 여긴 자기 텃밭이니 날래 오란다
암컷들은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교태 부린다.

수컷 중에도 목청 큰 놈만 짝짓기 하는 경쟁터
꼭 인간들 야바위판과 흡사야
힘 없는 무지랭이는 아무리 소릴 질러도
흙수저들이야 죽든 말든 관심 없고
목소리 큰 놈이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판 말이야.

합동결혼식 같은 건 꿈도 꾸지마
암컷 유혹해서 욕정 채우려는 일념 뿐
욕구 센 숫놈은 닥치는 대로 암컷을 껴안고
봄이 떠내려 가도록 필사적으로 소리친다
그기 이쁜 애기씨 없스까이 개골 개골 개골!
요지경 인간세상에선 온갖 꾼들이 외친다
우리가 남이가 蛙 蛙 蛙!

2022. 8. 22. 09:1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개구리는 큰 소리로 우는 것처럼 들리는 건 모두 수컷이다. 우는 것도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목청 자랑하는 것이다. 암컷은 교태 부리다가 소리 큰 숫컷에게 안긴다. 암컷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작은데, 들릴락말락한 "상냥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숫놈에게 교태를 떠는 것이다. 인간들이 남녀 불문하고 목소리 큰 여자들을 싫어하고 작은 소리로 상냥하게 말하는 여자를 선호하는 것과 같다. 어느 생태계에서든 음양의 이치는 동일한 맥락에서 엇비슷하게 발현된다.

★애기씨는 아가씨를 뜻하는 호남 사투리다. 전북 지역에선 애씨라고도 부른다.

구룡포 광남서원의 개구리상. 사진은 필자가 지난 2024년 7월 하순 이 서원을 답사하면서 찍은 것이다.
광남서원은 조선시대 초기 단종 유폐 전 세조 일당들에게 척살당하고 목이 잘려 눈이 감기지 않았다는 세종과 문종의 고명대신 황보 인의 후손들이 살아 남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이다. 황보 인 얘기는 춘원 이광수가 쓴 소설 단종애사에 조금 나와 있다. 그런데 여기 광남서원은 황보 인의 3족이 멸해질 때 유일하게 살아 남은 그의 손자를 물독에 넣어 머리에 이고 대보까지 피신시켜준 황보 인 여종의 고사가 얽혀 있는 곳이다. 소설 글감으로 괜찮을 거 같아서 몇 번은 더 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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