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자작시 41

冬の以心傳心(겨울의 이심전심)

冬の以心傳心 赤城山からの荒いおろし 我が身に北漢山の嵐で吹きこむ 外は照りの乾いた冬 ミイラで咲く心 懐かしさが淚に散ちってしまう。 겨울의 이심전심 아까기산에서 불어오는 거친 산골 바람 내몸에 북한산의 황량한 폭풍으로 스며든다 바깥은 볕이 말라버린 겨울 미이라에서 피어나는 마음 그리움이 눈물로 지고만다. 2015. 12. 7. 19:38 전철 안에서 雲靜

暮れ落ちる迎日灣の海(해지는 영일만 바다)

暮れ落ちる迎日灣の海 船艙街で眺める靑黑い迎日灣 秋の落照にチカチカする水鱗 肉親が寢靜まっている海だぞ。 해지는 영일만 바다 선창가에서 바라보는 검푸른 영일만 가을 낙조에 반짝이는 물비늘 육친이 잠들어 있는 바다이지 2015. 11. 20. 16:47 포항항 포구에서 雲靜 ☆영일만 바다는 雲靜이 뿌린, 수 년 전에 돌아가신 양친의 粉骨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ふるさとの秋の海(고향의 가을 바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주말이 있는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제는 고향 영일만 바닷가를 유령 처럼 배회했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 푸른 바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에 감흥이 일고 결국 가만 있질 못해 몇 자 적었습니다. 내용을 표현하는데는 한국어 보다는 일본어가 더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일본어로 썼습니다. ふるさとの秋の海 季節はずれのうみべ 空っぽの海水浴場 靑ぞら高く飛ぶかもめ 고향의 가을 바다 철 지난 바닷가 인적 끊긴 텅빈 해수욕장 푸른 하늘 높게 나는 갈매기 2015. 11. 20. 15:43 늦가을 고향바닷가에서 雲靜

광복 70년

광복 70년 광복 70년 일제가 패망하던 그 날 빛을 다시 봐서 좋긴 좋았다만 히로히토가 사과는커녕 패전을 애석해하고 그놈의 ‘玉音’방송도 ‘무조건항복’이 아니었건만 외세가 선사한 환희와 감격의 눈물로 희망과 태극기가 출렁인 삼천리강토에 한 순간 빛에 취해 이성이 잠든 사이 악마가 길게 천년의 똬리를 틀었다 광복 70년 강산이 일곱 번씩이나 바뀌는 동안 빛이 어둠을 몰아내지 못하고 정의가 불의의 농간에 당하자 독립유공자들이 이름뿐인 광영과 자존에 주린 배 움켜쥐고 병든 채 골방에서 죽어갈 때 친일파들 뱃떼지에 기름치가 올라붙고 그 후손들이 물고기 물 만난 듯 희희낙락 나라를 난도질 한 거 밖에 더 있소? 광복 70년이라지만 일제강점시대 마냥 다시 찾아든 한숨과 절망과 분노 속에 앙상한 빛 밖에 더 남았느..

야속한 春情

야속한 春情 서상문 한 번은 가야 할 저승길 무엇이 바빠 그리도 걸음을 재촉했더냐 극락천당 저승이 좋다한들 一場春夢 현생 보다 달겠는가 그토록 휑하니 서둘러 갈 거라면 後嗣나 남기지 말지 어엿한 동자가 된 아들이 그대마냥 웃을 때 내 가슴은 아려오지만 그대는 핏줄을 보듬는 손길 한 번 내밀지 않는구나 그렇게 도도하게 청산에 누워 말없이 있으려거들랑 내 마음에 도려 낼 수 없는 기억까지 거둬가시게 끊기 어려운 곰삭은 정 마저 모두 가져가시게 그대와 맺은 도타운 이승 인연이 엊그제 같거늘 어느덧 속절없이 강산이 한 번 바뀌었구려 生者必滅이 자연사 이치라지만 강산이 돌고 돌아도 꿈결엔들 잊겠는가 春四月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그대 幻影 붙들래야 붙들 수 없고 불러도 回響이 없는데 또 다시 꽃 피고 새 우는 春情..

가을 마누라

가을 마누라 마누라와 같이 간 김천 直指寺 허파로 들어오는 쪽빛 하늘 후회 없이 핀 滿山紅葉은 천녀의 드레스 샛노란 은행잎은 프랑스 훈장 레종 도뇌르 直指라고 하길래 봉긋한 마누라 얼굴을 바로 봤더니 조잘대는 은행잎이더라 촐랑촐랑 걸어가는 단풍이더라 사찰 뜨락에 저만치 가을을 묻어놓고 오니 샛노란 은행 한 잎이 어느새 절간 가듯이 구파발 내 집으로 조잘대며 촐랑촐랑 걸어들어 온다. 2014. 11. 2 밤 구파발에서 雲靜

혼자서 가라

혼자서 가라 갑돌이 믿지 마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을순이에게 기대지 마라 믿었던 이의 배신은 더없이 쓰리지 않던가?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래도 믿어라 진리와 정의를 그래도 기대라 인간에게 믿고 안 믿고, 기대고 안 기댈지는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기대라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듯이 태양이 스스로 비추듯이 우주가 스스로 존재하듯이 2014. 10. 29. 08:24 출근길 전철 안에서 雲靜

바람

바람 화가는 바람을 그릴 수 있을까요? 지휘자는 바람을 연주할 수 있을까요? 시인은 바람을 노래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바람을 만질 수 있을까요? 화가는 바람을 그리는데 바람에 하늘대는 연꽃을 그렸다. 바람에는 붓길도 닿지 않았다. 지휘자는 바람을 연주하는데 바람에 우는 문풍지 소릴 들었다. 바람에는 지휘봉도 닿지 않았다. 시인은 바람을 시로 쓰는데 바람에 일렁이는 허공을 봤다. 바람에는 눈길도 닿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바람을 만져보기 위해 두 손을 벌렸다. 바람에는 손길도 닿지 않았다. 모두 바람은 보지 못하고 연꽃과 문풍지와 허공만 봤다. 바람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었습니다. 그윽이 있었습니다. 2014. 6. 28. 05:37 초여름 새벽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 소릴 듣고 雲靜

가을 길목

가을 길목 살점이 칼에 베이듯 가을이 내 마음 깊은 곳을 지나간다 아른아른 아지랑이 파릇파릇 새싹 돋는 춘삼월은 되돌아 갈 수 없는 영혼의 노스탤지어 꿈꾸던 홍안 소년은 온데 간 데 없고 봄날 소생의 환희에 흥겨워 술 취해 울던 일도 옛이야기 이제는 흩날리는 낙엽 따라 들어선 西山落日의 황혼길 牛步長天 여로에 풀벌레 소리 정겹구나! 2013. 10. 22 오후 삼각지 연구실 꿈 같은 단잠 속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