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11

떠도는 바람

떠도는 바람 바람이 멎어설 데는 없다 곤고한 몸 눕힐 한 뼘의 땅도 없다 익명 사회의 광장에서도, 다툼 없고 언걸 없는 한적한 해변에서도, 심지어 인정이 도타울 고향에서도··· 바람만의 운명인가요? 막다른 골목 안에서 이는 회오리처럼 어제도 실성한 듯 저절로 돌았고 막차 끊어진 역사에 홀로 앉은 이 밤도 내일도, 다시 모레도 혼자 돌고 돌아야 할 터 세상에 안기지 못해 거친 들판을 서성이는 기의 응어리 어디서든 머물 곳이 없는 나는, 나는 명왕성의 지표를 떠도는 바람이다 겨울 눈꽃이 피면 가을바람은 잊어야 한다 이젠 잡아도 내가 거하고 싶잖은 바람이다. 2023. 11. 2. 00:22 전철 3호선 지축역에서 雲静 초고

한시 初雪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온통 천지가 백설로 덮여 있다.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서설이길 바라면서 오랫만에 한시 한 수 읊어봤다. 初雪 昨夜初雪覆山野 雪花紛紛鳥不飛 不坐於頭降於心 又長一歲心依舊 年盡而應來音無 朚亦因雪阻不来 雖天地連適上天 吾欲在地誦心經 첫눈 간밤에 내린 첫눈에 산야가 뒤덮였네 눈꽃은 휘날리고 새들은 날지 않구나 머리에 앉지 말고 마음에 내릴 것이지 한 살을 더 먹어도 마음은 여전하다네. 한 해가 저물어도 와야 할 소식이 없구나 내일도 눈길에 막혀 못 오시려나? 하늘과 땅이 붙어서 천상에 오르기 좋아도 나는 이 지상에서 반야경을 읊으련다. 2022. 12. 21. 08:58 북한산 淸勝齋에서 눈 덮힌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며 雲靜 초고

남미의 아리랑 엘 콘도 파사

남미의 아리랑 엘 콘도 파사 남미인들에게 엘 콘도 파사는 눈물이다. 그리스인에게 엘레지가 있다면, 배달민족에게 아리랑이 있다면, 인디오의 후손들에겐 엘 콘도 파사가 있다. 창공을 나는 검독수리 백옥의 뭉게구름 몽실몽실 뱀처럼 흐르는 아마존 강 대지에 걸린 색동 무지개 하늘로 이어지는 끝없는 산길 아즈텍 신전에 매달린 옥수수 다발 푸른 호수에 비친 붉은 홍시 하나 나팔꽃잎에 반짝이는 영롱한 이슬 늙은 인디오의 깊게 패인 주름살 아낙네 얼굴에 비치는 따사한 은빛 햇살 암갈색 소년의 먹물 눈망울 나의 혼과 백이 영생하는 곳 잘 있지 잉카여! 언제 가보나 마야여! 남미의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철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2018. 11. 8. 10:07 雲靜

제1회 개인전(서울 온화랑)

제1회 개인전(서울 온화랑) 추석 후, 9월 17일부터 5일간 서울에서 그림 작품전을 엽니다. 개인전입니다. 모바일 초대장에 구체적인 일정소개와 취지 그리고 전시될 작품들을 수록해 놓았습니다. 참여할 사정이 안 되시는 분은 지면으로 그림을 감상하셔도 좋습니다. 혹시 참석하고자 하시는 분은 미리 참관날짜를 알려주시면 전시준비에 참고가 되겠습니다. https://online.flipbuilder.com/suhbeing/hogc/ 운정 서상문 작품전 초대장서상문 작품전 초대장online.flipbuil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