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 —청산의 그림자—
얼마 전 지방 순시 중
그는 세상에 믿을 자 하나 없다는 듯
배신당한 외로운 지도자인 것처럼
“人不負靑山, 靑山定不負人”*을 읊었다.
인간이 푸른 산을 배신하지 않으면
청산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며
키워줬는데 자기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총리의 돌연사조차
그가 쳐놓은 덫에 걸린 것이었음을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부끄러움이 말라붙은 세상,
그기나 여기나,
배신, 도덕과 양심 운운이 가소롭다.
보들레르가 말했었지.
자신의 사악함을 아는 자는
그나마 구제받을 수 있는 자라고.**
초여름 천둥소리에
다시금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키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묵은 체증은 뚫릴 기미가 없다.
2025. 6. 21. 17:2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静
* 이 말은 중국 전통문화에서 전래돼 내려오는 격언, 금언인데 시진핑이 이를 사용한 것이다. 이런 식의 사유는 중국 고전의 천인감응, 인과·보응 사상과 연결되는 것이지만, 정통 고전(논어, 맹자, 사서삼경, 사대부 시문 등)에 나오는 건 아니다.
**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중 '인간과 도덕' 관련 사유를 인용 또는 변용했다. 즉, “자신의 사악함을 인지하는 것이 인간의 유일한 구제 가능성이다”라는 보들레르적 자기 인식의 사유를 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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