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시작 2

역마살

역마살 태어나는 것 자체가 역마살이다 하행선으로 이 땅에 내려 왔다가 저 하늘로 올라가는 상행선을 타고 역마는 달린다 은하계 속으로 영원의 시공간에 티끌로 나투는 일 육도를 탈리 못해 自性 없이 돌고 돌아 다음에 설 역은 이름 모를 혹성 그 다음 역은 빅뱅 이전의 카오스일까? 어딘가에서 건너와 욕망에 끄둘리다 또 다시 無明處로 흘러 흘러가는 것 삶이란 특별한 뜻이 있는 게 아니야 거뭇거뭇하거나 알룩달룩한 무엇일뿐 바보 천치처럼 모르고 사는 게 약이지 하릴없이 지내다 다음 역으로 떠나야 해 반석겁과 찰나 사이로 펼쳐지는 白駒過隙의 수미산역 이 곳에까지 와서 잠시 머물다 가지만 더는, 더 이상은 미련없이 삼세에 드리워진 역마살을 끊어야지 2023. 11. 8. 13:41 서울발 포항행 KTX열차 안에서 雲静..

떠도는 바람

떠도는 바람 바람이 멎어설 데는 없다 곤고한 몸 눕힐 한 뼘의 땅도 없다 익명 사회의 광장에서도, 다툼 없고 언걸 없는 한적한 해변에서도, 심지어 인정이 도타울 고향에서도··· 바람만의 운명인가요? 막다른 골목 안에서 이는 회오리처럼 어제도 실성한 듯 저절로 돌았고 막차 끊어진 역사에 홀로 앉은 이 밤도 내일도, 다시 모레도 혼자 돌고 돌아야 할 터 세상에 안기지 못해 거친 들판을 서성이는 기의 응어리 어디서든 머물 곳이 없는 나는, 나는 명왕성의 지표를 떠도는 바람이다 겨울 눈꽃이 피면 가을바람은 잊어야 한다 이젠 잡아도 내가 거하고 싶잖은 바람이다. 2023. 11. 2. 00:22 전철 3호선 지축역에서 雲静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