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68

진해의 순애보 : 10년 이상 아내 간병해오는 노신사와의 짧은 해후

진해의 순애보 : 10년 이상 아내 간병해오는 노신사와의 짧은 해후 젊은 시절부터 초로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금슬 좋던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이 중풍을 맞아 쓰러진 뒤로 남편이 7순이 다 돼가는 나이임에도 근 10년이나 병간호와 수발을 들고 있다. 이 노신사는 해군역사기록단장직을 끝으로 40년 가까운 군대 생활을 마친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나와는 10여년 전인 2006년 쯤 군에서 인연이 되면서 호형호제하기로 한 사이다. 그런데 나는 형수님이 쓰러지고 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찾아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마음 속에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물론 가끔씩 전화나 카톡으로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그걸로 죄송스러움이 상쇄되는 건 아니다. 그럴 마음도 없다. 인연이 닿고서도 전역 후엔 멀리..

우리가 자랄 때는요...

우리가 자랄 때는요...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대략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말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얼추 같은 세대로서 자랄 때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엄밀한 잣대는 아니지만 동류의 세대로 묶을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옛적 우리가 경험하고 공유한 추억들을 되살려 줄 사진들을 올린다. 이 사진들 가운데는 지금의 어린이들에겐 상상도 되지 않는 놀이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놀이들은 다 사라지고 없어진지 오래 됐다. 지속이 되고 있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들은 거의 모두 자연친화적이거나 사람과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들이다. 그 중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남긴 놀이도 많다. 하지만 교육적으로 인성, 덕성의 발육이나..

임진강 황복에서 시작된 친구들과의 복어 이야기

임진강 황복에서 시작된 친구들과의 복어 이야기 성호도 육군 제1사단에 근무했었지만 나도 같은 1사단 포병단에 정화와 같은 작전과 벙커에서 근무했었다. 그래서 사단 방어지역 안을 흐르는 임진강에 황복이 잡힌다는 소리를 일찍부터 들었어.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딱 두 곳, 임진강 외에 금강 하구에도 나는 모양이야.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 황복의 학명이 후쿠(Fuku)나 타끼후쿠(Takifuku)라는 일본어로 명명돼 있고, 임진강과 금강 외에 한강에도 서식하는 한반도 고유종이더라고. 영어로는 학명은 아니지만 River Puffer라고 하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일본어로는 ふぐ로 쓰고 발음은 ‘후쿠’와 ‘fugu’가 아니라 ‘후구’(hugu)라고 읽는데, 학명이 잘못 표기된 것이다. 한자로는 河豚이라고 쓰는데..

구세군 동산영문 초청 일요예배 참석

구세군 동산영문 초청 일요예배 참석 예수님의 희생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목자와 성도들이 있는 곳, 경주시 천북면 구세군 동산영문! '영문'은 그곳 교회 김영문 담임사관의 이름이 아니라 구세군에서 교회를 뜻하는 명칭이다. 영문은 靈門(the Gate of soul)이 아닐까 추측했는데, 그게 아니고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구세군에선 죄와 영적 전쟁을 벌이는 부대라는 의미에서 營門(corps, 軍團)으로 지칭한다고 한다. 그곳 영문의 담임사관으로 있는 친구가 초청을 해줘서 참으로 오랜만에 교회에 가서 하느님 말씀을 접했다. 친구의 설교도 들어보고, 성도들과 함께 집에서 어쩌다가 몇 년에 한 번씩 부르던 찬송가도 현장에서 불러봤다. 아~ 참 작년 이 맘 때엔 집에서 혼자서 찬송가를 하루 종일 부른 ..

억지 쓰는 중국인들을 제어한 대응 사례

억지 쓰는 중국인들을 제어한 대응 사례 며칠 전, 지인들에게 서해에서 불법으로 어로작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퇴치 방안을 소개한 졸문을 보냈더니 몇몇 반응들이 있었다. 이어서 내가 예전에 실제로 중국에서 공개적인 석상에서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중국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던 경험을 소개한 졸문을 보냈더니 더 많은 호응이 있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국가의 품격을 올린 논리의 승리"라는 식의 여러 찬사와 격려들이었다. 또 그 졸문을 주변 지인들에게만 보게 할 게 아니라 널리 읽게 해서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한다거나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는 권유도 있었다. 고마운 격려다. 그래서 이참에 그 글속의 실제 인물들과 소속을 익명 처리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청하 화산불 전몰 호국영령 위령제 참석

청하 화산불 전몰 호국영령 위령제 참석 현충일, 나는 청하 화산불에서 거행된 위령제에 참석했다. 그 전 4월에 이곳에 들러 현충일에 위령제를 연다는 소릴 듣고 그 때 다시 내려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뒤로 숲이 우거진 초여름의 분위기였다. 현장에는 초여름 비가 조금씩 뿌리고 있었지만 행사는 인근 지역 주민들과 유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경건한 분위기에서 잘 치러졌다. 포항에서도 참석한 분들이 보였다. 나도 식순에 맞춰 향을 사르고 호국 영령들에 대한 고마움과 영면을 마음 속으로 빌었다. 이러한 위령제는 지역 마다 많이 거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절몰 호국 영령들이 편히 쉴 것임은 물론, 남겨진 주민들도 국가와 순국선열들에 대한 마음 가짐을 새로 할 수..

가슴 먹먹한 오후 : 시인 나태주 부부의 애절한 간구

가슴 먹먹한 오후 : 시인 나태주 부부의 애절한 간구 나는 지금 엉엉 소리 내 울면서 아래의 시를 올립니다. 시를 다 읽고난 뒤가 아니라 남편의 시에 화답한 부인의 시를 보면서부터 바로 봇물이 터지듯이 눈물이 쏟아지네요. 이젠 나이가 조금 드니 주위 눈치도 보질 않습니다. 소리 내어 울어도 마침 혼자 있어 흉볼 이도 없고요... 남편이 의사로부터 시한부 삶을 선고 받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중병을 앓고 있을 때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하는 아내가 안스러워 썼다는 詩로, 제목은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랍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경자년을 보내면서 다시 끄집어내는 인도이야기

경자년을 보내면서 다시 끄집어내는 인도이야기 이 해의 마지막 날, 덕담 보다 현실의 아픔, 그중에서도 빈곤과 빈부격차 그리고 인간들의 위선을 얘기하는 게 영 세모 분위기에 맞지 않아서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내 이웃의 가난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그것은 곧 세계 인류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와 인류는 인드라의 그물망처럼 서로 연기적으로 얽혀있고, 유한한 자원과 생산 환경에서 富란 제로섬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이 한 겨울에 노숙자들이 눈앞에 있는데, 자신이 누리는 안온함이, 부족함 없음이, 그것이 행복이라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이런 저런 생각의 일부가 들어있는 졸고를 올리는 걸로 홀로 위안을 삼는다. 작년 2019년 8월, 두 번째로 간 인도에서 대롱으로 본 그곳 인도 ..

강남역 미화원 할머니 추모 : 사회적 약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정의감의 다른 표현!

강남역 미화원 할머니 추모 : 사회적 약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정의감의 다른 표현! 강남역 지하도를 걷던 중이었다. 무심하게 앞만 보고 가다가 지하 상가들이 있는 곳의 작은 계단 주위에 행인들이 여러 명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계단에는 어떤 미화원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그마한 추모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장갑, 방한모자, 초코렐, 박카스, 바나나 우유 등의 음료수들, 작은 꽃다발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돌아가신 할머니로 보이는 분의 사진을 넣은 영정과 그 가족들이 쓴 편지도 함께 놓여 있었다. 날짜를 보니 사진 속 할머니는 태어나신 연도가 없어 연세는 알 수 없지만 돌아가신 날은 아마도 약 10여 일 전인 지난 12월 8일이었던 모양이다. 사진 속 할머니 모습을 보니 이쪽 지하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