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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 중국인 여자의 능청스러움

雲靜, 仰天 2024. 7. 19. 19:52

어떤 젊은 중국인 여자의 능청스러움


오늘 저녁 7시 조금 넘은 시각 9호선 전동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금요일 저녁 식사시간대여서 그랬는지 승객들이 많지 않아 차안은 붐비지 않았다. 차를 타고 내가 차입구 쪽에 서서 보니 경노석에 젊은 여성이 한 사람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노인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성 서너 명이 그 앞에 서서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나이가 10대 후반이나 많아봤자 스무 한 두 살 쯤 된 듯했다. 중국말이 들려서 중국에서 온 관광객인 것 같은데 옷차림이 수수하지 않은 걸로 봐서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학생들 같아 보였다.

아뭏든 내가 그들에게 손가락으로 그 자리는 경로석임을 알려주는 그림이 붙어 있는 표지를 가리키면서 중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예쁜 아가씨들, 여기 이 자리는 노약자나 임신부가 앉는 자리입니다”라고. 내 말을 들은 그들은 경로석 표지를 보고서도 일어나질 않았다. 그래서 내가 다시 중국의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고 물었더니 답을 하지 않았다. 다른 노인들이 서 계시는데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좋겠다고 해도 못 들은 체 했다.

그들은 내 말을 들은 척 만 척 하면서 자기들끼리 하던 얘길 계속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이러니 중국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서 예의가 없다는 비난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 이 차안 어디에 한국 젊은이들이 당신들처럼 경로석에 앉아 있는 이들이 있는지 한 번 보라고도 했다.

그랬더니 서 있는 아가씨들 두 명은 난처함을 피하려는 듯 옆 전동차로 가버렸다. 그리고 앉아 있던 그 젊은 여성이 무슨 참견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는 임신부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그래 임신 몇 개월 째냐고? 물었더니 그건 말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앉아서 일어서질 않았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당신들은 예의만 모르는 게 아니라 수치심도 없는 모양이네요. 예의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사람들은 인간 쓰레기와 같은 존재들이죠.”

이처럼 전철 안에서 보게 된 몇 사람을 갖고 중국 사람들 전체를, 특히 중국 젊은이들 전체를 예의 없다는 식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논리비약은 하고 싶지 않다. 중국에도 예의 바른 젊은이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도 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특정 나라 사람들을 평가할 때 다수의 이야기이자 보편적 성향을 두고 거론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까지 약 40년 정도의 긴 세월 동안 중국을 100번 이상 다니면서 여러 지역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바 중국 사람들은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다. 어느 곳이든 능청스럽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남을 속이려 드는 상인들이 정말 많다.

바꿔 말하면, 앞서 언급한 전철 안의 젊은 여성은 중국 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람들인 것이다. 전반적으로 중국인들은 그런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임기응변을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보지 않고 오히려 수완 좋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정신문화를 가지고 있다.

보통 웬만한 사람들 같으면 자기 나라의 존엄이나 체면이 구겨진다 싶은 말을 들으면 나라를 부끄럽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왜 내나라를 욕하냐는 반발을 하기도 한다. 전철에서 만난 그 젊은 중국 여성들은 정말 뻔뻔스럽기도 하고 중국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과 애국심도 없었다는 셈이다.

2024. 7. 19. 20:07
구파발 행 3호선 전철 안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