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제도 이렇지는 않을 걸요!” : 46년 간 교류 지속해오는 한국과 대만의 태권도인들
46년 간 한결 같이 교류를 지속해오는 한국과 대만의 태권도인들이 있다. 한국의 '챔피언 체육관' 관장 최덕수 9단과 대만 태권도협회 회장을 역임한 신밍도장(新明道館) 관장 뤄신밍(羅新明, 현 대만 태권도9단협회 회장) 9단이 그 주인공들이다.
태권도 실력은 물론, 무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인품과 덕망을 두루 갖춘 두 태권도인은 벌써 20대 때 만나서 지금까지 46년이나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 원장이 대만을 가기도 하고 뤄 관장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忘年之交의 우정을 쌓아 왔다 .
두 태권도인은 올해도 만났다. 지난 7월 6일 최덕수 관장의 도장 개관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뤄 관장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대만에서 친구들과 함께 3명이 방한한 것이다. 뤄 관장과 대만에서 함께 온 陳선생과 葉선생 두 분도 이미 최 관장과는 오래 전부터 만나온 관계로 모두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나는 최덕수 관장을 내 친구를 통해서 알게 돼 올해로 13년이 넘는다. 그리고 뤄 관장은 최덕수 관장의 소개로 만난지가 올해로 7년째가 된다.
챔피언체육관은 최덕수 관장이 1964년 스물 셋의 젊은 나이에 개관하여 올해 꼭 60주년이 되었다. 신밍체육관 역시 뤄신밍 관장이 20대 초반 스물 한 살 때인 1978년에 개관해서 올해 46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한 분야에 40년 이상 중단 없이 매진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분은 평상시에도 자주 전화 통화도 하고 문자로 교신하지만, 이번에 만나서도 또 못 다한 얘기를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나도 첫날부터 공항에 가서 일행의 한국방문을 환영했으며, 그날 밤 당일 만찬을 열어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대만 분들이 5일 동안 있으면서 최덕수 관장과 나는 그들과 함께 거의 밤낮으로 같이 다녔다. 두 분은 상대가 찾아오면 언제든 열과 성의를 다해서 맞이한다. 이번 방한의 메인 이벤트는 역시 7월 6일 토요일 오후에 있었던 최관장의 도장 개관 60주년 기념행사!
기념행사에서는 개관을 축하하는 소프라노의 성악, 난타 공연, 각계 인사들의 축사 등등 다채로운 식전 행사가 이루어졌다. 본 행사에서는 각계 인사들의 축사에 이어 뤄신밍 관장이 체육관 60주년 개관을 축하하는 훌륭한 선물을 최덕수 관장에게 증정했다. 그리고 이어진 축사에서 뤄 관장은 최 관장과의 인연이 무려 46년이나 된다면서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은 형제보다 더한 정으로 만나왔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나도 최 관장의 요청에 따라 미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박동우 수석보좌관이 최 관장께 드리는 기념패를 대신 증정했다.
이어진 식순으로 최덕수 관장의 제자들로 이뤄진 태권도 유단자들의 태권도 품세 시범이 있었고, 최 관장이 직접 나와서 송판 격파 시범도 보였다. 최 관장은 지금까지 국내외 수많은 태권도 대회에서 격파 시범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격파 시합에서도 우승을 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갖춘 고수답게 이날도 격파 시범을 성공적으로 보여줘서 관중들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식전 행사와 선물 증정 등은 내가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아래 사진을 보면 더 실감나게 볼 수 있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공식 행사를 다 마치고 우리는 서울 근교와 성남 그리고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등지를 함께 돌아다니면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만 귀국 전 서울 체류 마지막 날 밤에는 시인, 음악가들이 많이 오는 시낭송 카페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그곳에 있는 한국인 손님들과 하나가 되어서 서로 노래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 마지막 친교의 밤을 보냈다.
최덕수 관장은 올해 여든 셋의 고령이지만 건강과 체력은 젊은 나보다 더 낫다. 평소 활동하시는 것을 보면 피곤을 모르시고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둘이서 같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보면 나보다 훨씬 쎄다. 평생을 해온 운동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집안 내력을 들으니 건강 체질의 유전인자를 타고나신 것 같다.
올해 일흔의 뤄신밍 관장은 여전히 건강하고 대만 굴지의 종합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면서 태권도 후학들을 기르기도 하고 대학에 강의도 나가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일조와 바람 덕분이겠지만 지난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대만이 태권도에서 금메달 하나를 땄다. 당시 나도 대만에 있었는데 대만섬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인 분위기였다. 건널목에서 신호등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나에게도 외국인 줄 모르고 말을 건넨 이가 있었을 정도였다. “인구 2000만 조금 넘는 이 조그만 섬나라가 금메달을 두 개나 따다니 정말 대단한 게 아닙니까!” 태권도 금메달 획득 소식에 아마도 누구보다 뤄신잉 관장이 기뻐했을 것이다.
뤄신밍 관장도 같이 술을 마셔보면 정말 술을 좋아하고 술도 쎄다. 성격도 좋고 시원시원하다. 한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나 내가 대만에 가면 그때마다 지인들을 불러서 나를 환영하는 저녁 만찬자리에 초대했는데 주량이 보통이 아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다음날 우리는 일행을 공항까지 배웅해서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그리 길게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뤄신밍 관장이 최 관장의 도장 개관 축하 기념식장에서 관중들에게 공언하기를 최 관장이 만약에 내년 3월 이전에 대만을 방문하지 않으면 앞으로 만날 일은 없는 걸로 하겠다고 하자, 최 관장도 반드시 대만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으니까! 뤄 관장은 호기롭게 몇 명이라도 좋으니 오시는 분들이 왕복 항공료와 호텔비 등 기본 경비만 준비해 오면 나머지 대만에서의 활동 경비와 교통 편의는 모두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머지 않아 내년 음력 설이 지나면 최덕수 관장 일행은 또 다시 대만에서 뤄신밍 관장, 그의 오랜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맛 볼 것이다.
2024. 8. 21. 16:4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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