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사죄
“엄마, 그만 자라 쫌! 앉기만 앉으면 조노?”
“아이 참, 버스 안이다 뻐스 안!”
세월이 흘러 타박하던 아들은
막노동 같은 것 하는 거 없이 편히 지낸다
그런데 오후만 되면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어디서든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다.
어무이 나이가 돼보니 이제야 알겠네요
356일 매일 서너 시간 밖에 못 주무시고
평생 시장판 중노동에 얼마나 곤하셨을까?
그때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파김치가 되도록 일만 하시다 중풍 맞아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장사를 하셨다
그러다 또 풍이 와서 자식도 몰라본 채 가셨다
이승에서 남기신 마지막 한 마디
“곱다!”
쉰 다 돼 장가 든 아들 며느리 손 잡고 하신 말씀
조시던 모습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따갑다
죄스럽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
이젠 계시는 그곳에서 원 없이 주무셔요.
2022. 4. 30. 21:2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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