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2

감은사지 석탑

감은사지 석탑 좌우 대칭의 3층 석탑이여 뼈만 앙상하게 드러난 상륜부 제 살로 번뇌를 태웠구나! 천년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가을 들녘에 선 허수아비마냥 야윌대로 야윈 불심만 남았네. 허물 벗어 들숨날숨 삼매에 빠져 육신의 거죽 태워 빛나는 샛별처럼 은하의 기를 온몸으로 받아서 찬연히 빛날 무구광정대다라니여, 효심이 발원한 대왕의 호국 感恩이여 이 땅을 영원히 고르게 비출지어다. 2022. 7. 8. 23:4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다중 속의 고독

다중 속의 고독 인정이란 비정한 마취제다 리즈 먼이 갈파했듯이 그게 인간사인걸 한국인은 특히나 배고픈 건 참아도 남 잘 돼서 배 아픈 건 참지 못한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잘났다 싶으면 눈 뜨고 못 보는 이가 대부분인 세상사 끼리끼리 험담하면서 자기위안으로 삼지 성격이 좋아서 웃거나 말 없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자존감이 없거나 순정치 못한 탓일 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니 그런가벼 자주 뒷통수 맞아도 살아내야 하다 보니 동기나 동향인들에게라도 정 붙여볼까 했었지 배가 고픈지 아픈지 알 수 없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 어디서든 안길 데 없는 날 저문 밤의 해처럼 몸 눕혀 마음 붙일 곳 없는 낮달처럼 갈대들은 함께해도 늘 적막강산에 혼자인걸 홀로 피어 야멸찬 비를 맞는 백합이여, 아파하지 마라 한 떨기 ..

을사늑약 체결의 역사 현장 중명전 참관

을사늑약 체결의 역사 현장 중명전 참관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압적으로 조약을 체결한 을사늑약(제2차 한일협약)을 들어보지 못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을사늑약에 황제의 국새를 찍어준 이완용(1858~1926)을 위시한 다섯 명의 이른바 ‘을사오적’이라는 친일파 매국노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을사늑약이 어느 곳에서 체결되었는지 아는 이는 드물어 보인다. 서울 중구 덕수궁 뒤편의 중명전(重明殿, 사적 제124호)이 바로 을사늑약이 조인된 역사의 현장이다. 오늘 오후, 국제펜한국본부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문학기행에 참여해서 중명전을 찾게 됐다. 코스는 덕수궁, 퇴계의 옛 집터, 김장생 생가터,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터, 배재학당박물관, 아펜젤러가 세운 ..

덧없는 사죄

덧없는 사죄 “엄마, 그만 자라 쫌! 앉기만 앉으면 조노?” “아이 참, 버스 안이다 뻐스 안!” 세월이 흘러 타박하던 아들은 막노동 같은 것 하는 거 없이 편히 지낸다 그런데 오후만 되면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어디서든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다. 어무이 나이가 돼보니 이제야 알겠네요 356일 매일 서너 시간 밖에 못 주무시고 평생 시장판 중노동에 얼마나 곤하셨을까? 그때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파김치가 되도록 일만 하시다 중풍 맞아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장사를 하셨다 그러다 또 풍이 와서 자식도 몰라본 채 가셨다 이승에서 남기신 마지막 한 마디 “곱다!” 쉰 다 돼 장가 든 아들 며느리 손 잡고 하신 말씀 조시던 모습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따갑다 죄스럽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 이젠 계시는 그..

인연 Ⅳ

인연 Ⅳ 인연이란 마음에 새겨진 마음의 도장인 모양이다. 마음속에 인주로 선명하게 찍혀 있기 때문일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인연이 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지는 것만 인연이라고 할 순 없다. 특히 이성 간의 인연은 만남의 지속이나 결혼의 성사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몸은 서로 떨어져도 마음이 끊어지지 않으면 그 또한 인연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인연의 대상이란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나 진폭이 다른 주관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나에겐 인연이 있다거나, 인연이 없다거나 할 때 그것은 성사에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다. 인과 연 그 자체를 말할 뿐이다. 지금까지 나를 거쳤거나, 아니면 스쳐 지나갔거나 한 수많은 인연들 중에 나는 한 인연을 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

茶山의 유배시 '獨坐'에 답하다

茶山의 유배시 '獨坐'에 답하다 獨坐 旅館蕭寥獨坐時 竹陰不動日遲遲 鄕愁欲起須仍壓 詩句將圓可遂推 乍去復來鶯有信 方言忽噤燕何思 只饒一事堪追悔 枉學東坡不學棋 裊娜煙絲寂歷中 春眠起後野濛濛 山雲遠出强如月 林葉自搖非有風 眼向綠陰芳草注 心將槁木死灰同 縱然放我還家去 只作如斯一老翁 홀로 앉아서 쓸쓸한 빈 여관에 홀로 앉아 있는데 대나무 그늘은 꼼짝 않고 해는 더디네 향수가 도지려는 걸 억지로 눌러놓고 지어놓은 싯구들을 다듬는다. 잠시 갔다 다시 오니 꾀꼬리는 소식이 있는데 제비는 무슨 생각인지 입을 다물어버리는구나 두고 두고 후회가 되는 한 가지는 소동파를 배우느라 바둑을 못 배운 거라네. 늘어진 버들가지는 적막 속에 있는데 봄잠에서 깨고보니 들빛이 어둑 어둑하고 먼 산에 구름이 걷혀서 달이 뜬 듯 환하구나 나뭇잎이 절..

茶山의 유배시 獨笑

茶山의 유배시 獨笑 茶山 정약용(1762~1836)은 조선조 500년을 통털어 최고 수준의 지식인이자 지성인이었다. 재주가 출중했던 만큼 鴻志도 작지 않았고, 가슴에 품은 한 또한 많았다. 다산이 만약 조선의 여느 사대부처럼 벼슬길이 평탄했다면 절대 최상급의 수많은 역저들을 내면서 최고 지성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선비를 선비답게 만들었고, 문인으로서 시적 재능이 한껏 만개될 수 있었으며, 지식이 지성으로 승화된 까닭은 환난고초의 기나긴 유배 때문이었다. 유배가 없었다면 그는 결코 조선 지성사에서 선연히 빛나는 큰 별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서양과는 다른, 사마천이 그랬던 것처럼 동양 고금의 지성사에서 보이는 찬술의 반전, 역설의 전형이다. 1801년부터 시작된 다산의 유배는 18년 쯤 지속돼 181..

살아있는 현존 정치인을 숭배하는 지식인은 어떤 자들인가?

살아있는 현존 정치인을 숭배하는 지식인은 누구인가? 이 땅의 많은 지식인들과 문인들이 과연 좌우를 넘어서서, 진보와 보수라는 터무니 없는 경계를 넘어서서 이 사회 전체, 이 나라 전체, 이 민족 전체, 이 역사 전체의 운명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산소호흡기가 될 수 있을까? 지도자 복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는 지난 대선에서 등장한 모든 후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자신의 실정이나 자신의 비리를 비판한다고 그 비판자들을 비판, 응징하는 정도가 당수준에서 집단적으로 2차 가해를 받도록 만들어버리질 않나 심지어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사람까지 죽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는 자를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떠드는 지식인과 문인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인가? 그들은 이재명을 지지하는 ..

어느 외교관이 본 한국언론

어느 외교관이 본 한국언론 한 외교관이 한국언론의 왜곡 행태를 빗대어 문자 메시지로 보낸 '유머'글, 촌철살인의 정곡을 찌릅니다. 01. 예수가 "죄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발언하면, 한국언론은 라거나 라고 쓴다. 02. 예수가 위선적 바리새인들에게 분개하여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꾸짖은 데에 대해, 한국언론은 이라고 한다. 03. 석가가 구도의 길을 떠나자, 한국언론은 라고 쓴다. 04. 석가모니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대해 한국언론에서는 라고 쓴다. 05.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 라고 하면 한국언론은 이라고 한다. 06. 시저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고 하자 한국언론은 라고 쓴다. 07. 이순신 장군이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하면, 한국언론은 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