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2

임자 만난 목소리로 다시 듣는 낙화유수

임자 만난 목소리로 다시 듣는 낙화유수 오늘 오전, 친구하고 노래 부른 것을 녹음해서 서로 주고받은 것을 몇몇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그 중에 한 분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해서 보내왔다. 이 분은 전직 대학 교수로서 독문학을 전공하신 분이다. 본인이 실명과 전직 소속을 밝히시길 고사해서 이 글에선 무명으로 쓴다. 아무튼 나와는 오래 전에 인연이 되어 벌써 20년 가까이 교류해오고 있는 분이다. 우리는 자주 서로 안부를 묻거나 때로 직접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다. 게다가 참으로 인정이 많고 국가관과 사회에 대한 정의감도 투철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시면서 많은 견문을 쌓아오신 분이다. 지금도 예전처럼 학구열이 대단해 현역 시절 못지 않게 지적이고 젠틀한 삶을 가꾸는데 ..

음치의 대거리

음치의 대거리 오늘 아침, 멀리 해뜨는 동녘에서 친구가 육성으로 노래를 불러서 보내왔다. 봄기운이 가득한 봄꽃도 사진을 찍어서 함께 보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펴들었다. 친구가 한 소절만 불러서 아쉽지만, 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낙화유수'다. 일제 말기, 고복수와 함께 당대 최고의 미성 가수 남인수가 불러 공전의 히트가 된 이 곡은 선친께서 젊은 시절에 자주 부르셔서 추억과 회한이 봄날 아지랭이처럼 묻어나는 노래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이 노래를 음미하거나 부르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 심사 속엔 내가 걸어온 인생사의 일단에 대한 회한과도 매치가 되어서 歌我一體가 되곤 한다. 물아일체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노래보다 아버지와 어머니 살아 계실 적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멀..

근년에 그린 그림들

근년에 그린 그림들 한동안 쉬었다가 작년부터 틈틈이 그림을 조금씩 그려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에 집에는 제법 이곳저곳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캔바스들이 늘어난다. 앞으로도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올 9월 하순에 개인전을 열 생각으로 틈 날 때마다 그리다 보니 벌써 유화가 40점 정도가 된다. 그려오고 있는 게 있으니 계속 그리면 8월 말까지는 대략 50점 쯤 완성될 것이다. 오늘은 우선 지금까지 완성된 작품들 중에 일부지만 몇 작품들을 사진 찍어 올린다. 사진은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에 화상도가 높지는 않지만 지인들에게 감상하도록 해주고 싶다. 질이 좋은 사진은 6월부터 착수할 전시용 칼라로그 제작시에 찍을 전문가 수준의 사진이 나오면 다시 올리겠다. 2022. 3. 27. 05:25 북한산 淸..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오늘은 새벽부터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떠오른다. 그 중의 한 사람.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순간 눈물이 팍 쏟아진다. 바깥은 봄비에 초목과 산야가 촉촉히 젖어 있고... 강진에서 멀리 흑산도 쪽으로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본 다산 정약용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다. 그 섬은 유배 간 형 약전이 사는 절해의 고도였다. 그땐 바닷길에 막혀 못 갔지만, 지금은 역병에 막혀 있다. 오늘 이 땅엔 오늘 하루만 해도 35만 명이나 확진됐다. 내가 나고 자란 포항엔 형이 살고 있다. 외롭게 사는 형이 자주 처연하게 부르는 노래 '동백꽃 피는 항구', 나는 오전 내내 이 노래만 하염 없이 듣고 또 듣는다. 2022. 3. 13. 10:2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위 생각을 아래와 같이 시..

'뽕짝'은 '클래식'이 될 수 없나? : '동백꽃 피는 항구'

'뽕짝'은 '클래식'이 될 수 없나? : '동백꽃 피는 항구' '클래식'(classic)이라는 말, 고상하고 품위를 느끼게 해주는 단어다. 한글 사전엔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으로서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쓴다”고 풀이돼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이 말이 그런 의미로 고착된 지 오래다. 그래서 음악의 장르만 넘어서면 클래식을 그저 “고전”이라고 옮기기엔 아귀가 맞지 않는 또 하나의 현실이 존재한다. 음악에선 클래식이라면 그것이 가리키는 영역이 고정돼 있지만 문학에선 고전문학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이가 드물 듯이 말이다. 서양에서도 클래식은 팝송 같은 대중음악이 아닌 말 그대로 고전음악을 가리킨다. 악기나 연주기법이 확연히 다른 음악의 장르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랑

사랑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맞아요?”이따금씩 은근슬쩍 투정 부리는 아내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난 “I love you”를 입에 달고 사는 양키가 아니거든!꼭 사랑한다고 말해야만 사랑하는 줄 아나?사랑은 사랑한다는 말이 다가 아녀! 연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엄동설한베란다에 널린 아내의 옷들이 으스스 떨고 있다몽땅 거둬서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넣는다밖에서 일하는 아내가 한파에 몸이 얼면 안 되지몸이 얼면 마음도 얼어버릴건데······. 2022. 2. 8. 09:32구파발 우거 거실에서 착상국회의사당역행 전철 안에서 초고雲靜

꿈결의 신라 천년

꿈결의 신라 천년 해돋는 토함산자락에 데칸고원의 정적이 들면 남산 석벽엔 불심의 눈물이 지고 고고한 반월성터에 신라낭도의 함성이 일면 계림숲에 은빛 백마가 비상한다. 고향을 그리다 꾼 꿈 새벽녘 눈 떠보니 포석정 천년 영화는 홀연듯 간 곳 없고 말없이 흐르는 서천만이 도도하구나. 1994. 1. 1 새벽 타이완 타이페이 政治大學 기숙사에서 雲靜 습작 *시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에 수록된 시의 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