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3

멀대, 동대산 쟁암당에서 가는 봄을 막아 서다!

멀대, 동대산 쟁암당에서 가는 봄을 막아 서다! 봄 기운이 막 몰려 올 때다. 겨울이 혼자 가지 않듯이 봄도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해마다 같이 다니는 아지랑이, 꽃들, 풀과 나무들과 새들이 도반이다. 봄은 늘 그들과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하고 함께 온다. 나도 봄의 허리를 부여 잡고 산 그림자와 함께 바람처럼 찾아 왔다. 영덕 동대산 기슭 아래 쟁암리! 마을 명패에 爭岩里라 쓰여져 있으니 바위를 다투는 곳이다. 혹은 다투는 바위들이 있는 마을로도 해석이 된다. 이름의 유래가 없지 않을 듯 싶지만 그걸 톺아보는 건 풍류를 모르는 한미한 서생이나 할 짓이다. 지금은 일상을 잠시 던져두고 온전히 봄기운에 취하려고 왔지 않는가? 금강산 구경이 식후경이라면 동대산 구경은 酒情에 취하고, 인정에 취하고나서다. 찰..

반성

반성 나는 늘 깨끗하다고 착각하며 살았다 평생 비리 없고 남을 속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 속으로 으쓱했다 부정 한 번 저지르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허나, 나는 때가 엄청 많은 몸이다 평소 자주 씻지 않으니 어찌 더럽지 않겠는가? 깨끗해봐야 얼마나 깨끗하겠는가? 몸뚱이 자체가 썩어 없어질 오물 덩어리인데! 2021. 4. 5. 23:11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아침 斷想

아침 斷想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험담과 곡해만 아니라면 일부 자신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비판이라 할지라도 다 그럴 만한 최소한의 근거는 있기에 그 나름으로는 소중합니다.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논쟁을 벌여도 오히려 자기 발전을 견인해준 상대를 고마워한 장자와 惠施를 생각해봅니다. 서로 치고받듯이 논쟁을 해도 그 자리를 끝내고 나갈 때는 서로 어깨동무 하는 모습이 좋다고 이야기 하신 이 방의 변종호 원장님의 말씀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마음 한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어야만 가능하겠죠. 사실, 우리 과거 학창시절 때는 말싸움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먹으로 치고받는 극한 "맞짱"을 뜨면서 그렇게 죽이네 살리네 해도 끝나면 종국엔 이긴 자와 진 자가 다 같이 웃으며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친..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적당히 살 걸…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적당히 살 걸… 이럴 줄 알았으면 부동산 투기해서 큰돈도 좀 만지고 떵떵 거리면서 사는 건데… 지금까지 내 주변에 부동산 좋은 거 있다고 나한테 권유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한 탕 해놓을 걸 그랬어! 돈이 없어 어렵게 살다가 병 치료 할 형편이 못 돼 눈 뜨고 죽어간 친구와 선후배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지금도 돈 없이 암 투병하는 내 친구와 선후배들이 한 두 명이 아닌데 말이야! 허리가 나무 가지처럼 휘어지도록 평생을 고생하고도 모자라 70이 돼도, 80이 돼도 죽지 못해 폐지나 고물 주어서 처참하게 사는 노인네들을 볼 때마다 비슷한 삶을 살다 가신 울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가슴이 따가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동대산의 봄

동대산의 봄 동대산자락 마디마디에 스며드는 봄 꽃을 피우려고 저토록 바쁘구나 님아 그렇게 허겁지겁 가지 말게 꽃인들 지고 싶어하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세월이 流水라네. 혼자서라도 느릿느릿 뒤로 걷는다 눈이 초롱초롱하던 시절 되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 어느덧 한 갑자도 더 돌았구나 뒤로 걸어도 닿지 않는 곳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왔다네. 꽃이여 지려거든 피지 마소 피려거든 느린 걸음으로 피소 세월아 가려거든 오지 마소 오려거든 소걸음으로 오소. 2021. 3. 23. 15:31 영덕 東大山 爭岩堂에서 雲靜 草稿

고 손동우 형 추모

追慕故孫東佑兄 登金仙寺億昔起 兄靜養而弟斷食 生者必滅爲必然 似笑似哭獨眠着 生死刹那也春靄 竚如淋春花碑峯 耳邊盤旋豪笑聽 回路雨絲紛紛久 고 손동우 형 추모 金仙寺에 오르니 지난 날 함께 한 기억이 되살아나네 형은 요양하고 나는 단식했었지 무릇 산 자는 모두 다 한 번은 가게 돼 있지만 넋은 어데 가고 웃는 듯 우는 듯 홀로 잠들어 있구나. 생과 사는 찰나요 봄날의 아지랑이라 비 맞아 피다만 봄꽃에 碑峯처럼 말없이 서있네 살아생전 호방한 웃음소리 귓전을 맴도는데 돌아서는 길엔 내내 빗발만 어지러이 뿌리는구나. 2021. 3. 21. 10:5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進兄酒 進兄酒一杯 冥土不無酒 但豈知音酒 然兄何所居 형에게 술 한 잔 올립니다 생전에 형이 좋아한 술을 한 잔 올립니다 저승에도 술이 없진 않겠지요 그..

둥지

둥지 산중턱 높은 나무 위 둥근 집 한 채 쌔근쌔근 아기가 잠들어 있는 해먹마냥 실바람에도 드레드레 너울대는 전매 없고 전세도 없는 단독주택이다. 아파트 한 채가 싼 것도 수억 넘는 ‘셔플’땅 분양권 딱지 한 장 없이도 혼자서 한입 두입 꿈으로 쌓아올린 집 온 나라가 땅으로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판에서 땡전 한 닢 안 들여 지은 보금자리 구파발 57-37번지 텃새네 둥지 내 오랜 이웃에는 친환경 목조 가옥 한 채가 감바리들 보란 듯 나볏이 서 있다 닮고 싶어도 이승엔 안 보이는 스승의 자태 의연히 살라는 말 없는 웅변이다. 2021. 2. 15. 16: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대만의 국보급 가수 등려군(덩리쥔) 묘소를 찾아서

대만의 국보급 가수 등려군(덩리쥔) 묘소를 찾아서 1995년 5월 8일, 대만 국립 政治대학 한 켠, 늦은 점심 후 기숙사 언덕 뒤로 펼쳐진 울창한 아열대 밀림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릴 듣고 있을 때 날카롭게 귀에 꼽히는 비보! 대만이 자랑하는 국민가수 등려군(鄧麗君, 1953~1995)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TV뉴스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앵커는 공연 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에 지병인 천식이 재발해 변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등려군은 늘 가지고 다니던 천식약을 그날따라 잊고 가져가지 못해서 황급히 병원으로 가던 중 차가 너무 막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승용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충격적인 뉴스였다. 이방인인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은 긴 며칠 동안, 전 대만 열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이 검찰총장 재직시에 그를 청와대로 불러서 "왜 총장은 부인과 장모를 기소하지 않는가? 사람과 조직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이 그렇게 법을 무시해도 되는 거요?"라고 일갈하면서 엄정한 지시를 내리기는커녕 권유도 한 마디 못했을까? 대통령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가 아니란 말인가? 과연 뭐가 두려워서 한 마디 말도 못했을까? 2021. 3. 11. 03:14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대권 주자 이낙연의 시대정신이 결여된 사면 주장

대권 주자 이낙연의 시대정신이 결여된 사면 주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등 누구 보다 엄하게 치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유력한 정치인이다. 이번에도 그는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또 다시 이명박근혜의 사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면은 정치적 득실, 정치인 개인의 이해관계나 유불리를 가지고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 수감자의 수감태도,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반성의 진정성, 건강상태나 인권적 고려 등이 우선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인이든 , 일반인이든 모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게 평등의 가치에 부합하는 정신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대선의 이해득실 셈법만 갖고 이춘풍반푼수의 사면을 논하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