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3

한 편의 웅혼한 博物誌, 그랜드 캐니언을 마음에 심다!

한 편의 웅혼한 博物誌, 그랜드 캐니언을 마음에 심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을 마음에 담게 됐다. 이곳까지 힘 안 들이고 찾아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이민 온 지 40년이 넘는 소싯적 동네친구 덕분이다. 친구 부부는 일부러 나를 위해 온전히 오늘 하루를 시간 내서 승용차로 이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아침 일찍부터 라스베이거스의 집을 나선 우리는 후버(Hoover) 댐을 지나 킹맨(Kingman)에서 40번 국도로 갈아타고 약 3시간을 더 달려 윌리엄스(Williams)라는 곳에서 다시 좌측 64번 지방도로로 꺾어서 상상 속의 天界 그랜드 캐니언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평상시 때는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는 국도가 관광버스로 밀리는 ..

독립투사의 아들로 태어나 요절한 천재 가수 배호의 일생

독립투사의 아들로 태어나 요절한 천재 가수 배호의 일생 내가 현대 한국의 그 많은 가수들 중에 첫손가락 엄지로 꼽는 이가 있다. 여자 가수로는 이미자요, 남자 가수로는 배호다. 이 평가는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긋한 나이의 트롯트 팬이라면 남자나 여자나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오늘로서 어느덧 49주기가 되는 배호의 사망일을 또 다시 맞으니 29세라는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요절이 새삼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그의 노래들이 늘 애절하게 들리는 심리적 이유다. 나는 원래 젊은 시절부터 애늙은이나 된 듯이 배호 노래를 좋아했다. 생애 두 번째로 취직이 돼 일한 곳이 마침 용산의 삼각지였다. 그곳엔 배호 노래비가 세워져 있어 출퇴근길에 오가면서 그를 자주 떠올리곤 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미국여행

미국여행 네 곳이 바다였다는 뜨막한 네바다에서 5억 년 전 대로망을 본다 태곳적 시간이 미래의 갈피에 접혀 있고 언어가 사라진 정적의 세계 갈등과 투쟁이 생겨나기 전 오직 생존과 삶만 있던 곳 암벽에 새겨진 인디언의 상형문자 그들의 꿈과 사랑과 삶은 울프의 울음소리에 달로 뜨고 풀들이 눕는 산들바람에 별로 진다. 16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대지 아메리칸드림이 사막처럼 말라버리거나 사보텐꽃으로도 피는 곳 천국과 지옥이 서로 입 맞추고 성실과 나태가 뒤엉켜 있는 곳 정의는 음모와 탐욕의 화려한 포장지일뿐 오만한 마천루 속에 초점 풀린 노숙자의 동공 부실한 코커와 햄버거가 먹이처럼 팔려나가고 뉴욕의 하루해가 핏기 없이 쓰러진다. 내가 본 곳은 동부 남부 서부 내가 갈 곳은 서부 남부 동부 집이 없어 미국이..

蘭皐先生 김삿갓을 찾아서

蘭皐先生 김삿갓을 찾아서 방랑시인 김삿갓! 김씨 성에 본명이 炳淵(1807~1863)이란 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호가 蘭皐란 걸 아는 이는 드문데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오. 아무튼 내가 김삿갓이란 이름을 안지는 반세기 이상이나 흘렀구랴. 그런데 오늘에야 일부라도 직접 그 족적을 보게 되니 만시지탄감이 일지만 그렇다고 감흥이 돋지 않는 건 아니외다. 천하가 아는 雲水歌人 김삿갓이 아니오.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김삿갓!", "김삿갓!" 하지는 않겠죠. 풍류와 해학으로 당대를 풍미했다 하니 그 곡절과 정신이 뭔가 해서 한미한 이 소생이 먼 곳에서 蘭皐선생의 芳香에 끌려 선생을 찾아왔소이다. 山紫水明한 영월 땅에 秋色이 돌기 시작한 풍광부터 예사롭지가 않구나! 절세의 풍류객 蘭皐선생을 찬미한 여러 詩碑들..

영월 淸泠浦에서 단종을 생각하다

영월 淸泠浦에서 단종을 생각하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귀에 익은 것이리라. 한시냐고? 아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기억하고 있듯이 나도 중딩 때 역사시간에 이걸 외우면서 단종이라는 왕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얼마 뒤 고딩 시절엔 일제 시기 경향신문에 연재된 1928~29년의 당시로선 스테디셀러 격인 春園 이광수의 걸작 소설『端宗哀史』를 통해 다시 한 번 단종의 왕호를 각인시켰지. 근 반세기가 지나 단종애사를 지금 다시 보니 간혹 작중 인물들 중 누가 누구인지 불명확하게 묘사한 걸로 봐선 博覽强記형의 당대 조선 최고의 지식인이었다는 춘원의 명성은 조금 부풀려 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인다. 그런데 말이야 한국사 전공자도 아닌 내가 단..

영월 서부시장의 포항집

영월 서부시장의 포항집 세상이 전례 없이 어수선하지만, 늘 건강하시고 한가위 명절 잘 쇠시기 바랍니다. 쇤네는 발길 닿는 대로 강원도 여행을 왔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영월 읍내를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김삿갓의 “방랑시장”이 눈에 확 들어와서 망설임 없이 바로 들어갔습니다. 김삿갓은 단종과 함께 영월이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은 맞지만 김삿갓의 이 방랑 시장에는 별로 볼 것도 없고 요기꺼리도 없어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서부시장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랬더니 또 한 번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습니다. “포항집”이라는 좌판 가게가 아니겠습니까? 명절엔 고향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머나 먼 강원도 땅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게 고향사람을 만나다니! 바로 자리에 앉아서 포항 송도가 고향인데 이곳에 ..

고 백선엽 장군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고 백선엽 장군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백선엽 장군이 사망했다. 죽자말자 그는 나라를 구한 구국영웅인지 아니면 친일파에 불과한 인물인지 드센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한 답은 전문적인 연구를 거치지 않고는 쉽게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멀지 않아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현재로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칭 타칭 영웅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가공뿐만 아니라 그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읽어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남들에게 자기 일인 듯이 옮겨댄다는 사실이다."--서상문 2020. 8. 25. 08:30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백선엽의 영웅만들기를 뒤집는 저서의 집필 노트 중 일부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의 차이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의 차이 지혜로운 사람은 자칭 타칭 영웅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가공뿐만 아니라 그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읽어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남들에게 자기 일인 듯이 옮겨대기까지 한다. 2020. 8. 25. 08:30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백선엽 장군의 영웅만들기를 되짚어보는 저서의 집필 노트 중에서

오늘의 명언 : 파스칼의 말 되감아 보기

오늘의 명언 : 파스칼의 말 되감아 보기 “자기에게 이로울 때만 남에게 친절하고 어질게 대하지 말라. 지혜로운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진 마음으로 대한다. 왜냐하면 어진 마음 자체가 나에게 따스한 체온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결점이 그리 많지는 않다. 결점이 여러 가지인 것으로 보이지만 근원은 하나다. 한 가지 나쁜 버릇을 고치면 다른 버릇도 고쳐진다. 한 가지 나쁜 버릇은 열 가지 나쁜 버릇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잊지 말라.”--블레즈 파스칼,『명상록』에서 위 말은 블레즈 파스칼(1623년에 태어나서 1662년 8월 19일 오늘, 39세의 나이에 세상 떠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이 한 것이다. 조건 없이 대하는 어진 마음은 파스칼의 말대로 “어진 마음 자체가 나에게 따스..

잉어의 생명감과 사군자의 고결함!

잉어의 생명감과 사군자의 고결함! 잉어의 생명감과 사군자의 고결함은 서로 통한다. 사군자의 고결함은 잉어의 생명감을 잉태시키고 잉어의 생명감은 사군자의 바탕이다! 각자 그런 성징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의의가 없는 죽은 생명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생태의 공간이 달라 서로 떨어져 살아도 그 기운은 서로 주고 받는다. 잉어는 자연 속에서 살아서 속기가 묻지 않은 영물이다. 梅蘭菊竹 역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도 홀로 때묻지 않고 고결하다. 무릇 자연 속의 꽃과 나무들은 제각기 때묻지 않고 고결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별히 내가 둘 다 좋아하는 이유다. 잉어는 내가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재물이 생기는 날이면 늘 새벽녁 꿈에 나타난 영물이었고, 사군자는 學人이 되기 전부터도 자주 그린 畵題였으니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