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3

꽃들처럼 살아라

꽃들처럼 살아라 자기보다 못 났다고 남을 무시하지 말라 자기보다 잘났다고 남을 험담하지 말라 못나면 못난 만큼 장점이 있고 잘나면 잘난 만큼 단점이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란 없다네. 꽃들처럼 살아라 장미가 호박이 못났다고 무시하던가? 호박이 장미가 잘났다고 험담하던가? 장미가 잘났다고 뻐기고 호박이 못났다고 비관하던가? 장미는 예쁘고 호박은 추하다는 건 인간의 편견일뿐 다들 고만고만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러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라. 잘났다고 뻐기는 자는 장미꽃을 보라 못났다고 자책하는 이는 호박꽃을 보라 잘난 사람 험담하는 자는 자기심사가 뒤틀렸다는 걸 알아차려라 못났다고 무시당하는 이는 왜 못나 보이는지 자신을 돌아보라. 2020. 7. 20. 09:34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1천 명 이상..

하이쿠 여름꽃

하이쿠 여름꽃 올해 들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혼자만의 과욕에서 친구가 쏟아내는 야비한 막말들과 갖가지 꼬이는 일들은 인생사가 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 넘기고 있다. 하지만 친한 친구와 선후배들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돌연사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건 정말 감당하기 어렵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몇 명째인가? 이 무슨 변고인가 싶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있는 이유다. 그 대신 “유랑” 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엔 아내와 함께 서울 시내에 있는 駱山에 갔더니 여름 꽃들이 만발해 있었는데, 그 중 바람에 일렁거리는 접시꽃들이 참으로 서글프게 느껴졌다. 나의 처지가 포개졌던 것일까? 해서, 하이쿠 2수를 지었다. 이 짧은 하이쿠에도 은연 중에 비통하게..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가는 것! 철이 들기 전 소싯적부터 내면 깊은 곳에 화석처럼 쌓여 있던 나의 마음인자였다. 상당 부분 타고난 천성이다.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니 지금도 늘 표층의식에서 맴돌고 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작동돼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지난 4월 중순이다. 붓을 놓은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완성해본 작품이다. 그림 중의 소년은 그 시절의 나 자신이리라. 어딜 가는지는 몰라도 늦가을 어느날 오후, 꿈이 많았던 소년은 석양이 지는 서쪽을 향해 마냥 걷고 있다. 서쪽은 무얼 뜻하는 걸까? 현세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상상의 세계, 이상세계의 극락인 서방정토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엔 혼자서 무작정 길을 떠난 그런 날이 적지 않았었다. 벌써 ..

정릉(貞陵)과 태조 이성계

정릉(貞陵)과 태조 이성계 어제는 정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기로 한 선배와 약속한 곳이 마침 그의 사무실이 있는 정릉이었다. 울적한 기분도 달랠 겸, 또 운동도 할 겸 해서 먼 길이지만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내려 걸어서 갔다. 정릉은 조선왕조를 개창한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神德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 능은 서울 경기 일원에 남아 있는 조선왕릉 40기 중의 하나로서 북한에 있는 2기의 조선왕릉과 함께 200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는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북한 땅에 있는 2개의 능은 태조의 첫 번째 부인 신의왕후의 능인 齊陵과 제2대 임금 정종 및 정안 왕비가 함께 묻힌 합장릉인 厚陵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정릉을 오가면서도 왕릉이 다 그런 거려니 하고 지나쳤던 貞陵에..

마젤란이 괌의 최초 “발견”자라고?

마젤란이 괌의 최초 “발견”자라고? 서태평양의 아름다운 진주! 마리아나 군도 중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이 군도 중에 가장 큰 섬! 대소 15개 섬으로 구성된 발바닥 모양의 이 섬은 길이 48㎞, 폭 최단 6㎞에서 최장 14㎞ 밖에 되지 않고 총 면적 546㎢로서 우리나라의 거제도만한 크기다. 어떤 섬인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가? 한 때, 한국, 일본, 대만인들의 신혼여행지로 최고 각광을 받았던 섬이라고 하면 바로 알 것이다. 괌도(Guam island)다. 주도는 하갓냐(Hagåtña, 또는 Agana)이지만 가장 큰 도시는 데데도(Dededo)이다. 괌도는 산업이라는 면에선 특이한 게 없다. 한 마디로 주민들이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곳이다. 인구라고 해봤자 20만 명(July 2018년 7월 시점에..

침략전쟁 패잔병이 “전쟁영웅”? : 28년간 숨어산 괌의 일본군

침략전쟁 패잔병이 “전쟁영웅”? : 28년간 숨어산 괌의 일본군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각기 투하된 원자폭탄 한 방으로 중국, 동남아, 태평양으로까지 전장을 넓혀 15년간 끈질기게 끌었던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이 끝났다. 주저 없이 연합군의 포츠담선언을 수락한다는 일왕의 “종전 조서”가 공표됐던 것이다. 해외 도처에서 집요하게 침략전쟁을 수행하던 수백만 명의 일왕 및 일제의 침략도구 일본군들은 자결하지 않으면 포로가 되거나 아니면 살아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도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적지”였던 서태평양의 괌도(Guam island)에 30년 가까이 숨어 살았던 일본군이 있었다. 요코이 쇼우이치(橫井庄一, 1915~1997)라는 일본 육군 ‘군소’(..

인간관계

인간관계 인간들의 관계는 초겨울에 언 살얼음 사소한 일로도 여지없이 바스라지고 만다 내동댕이쳐진 거울처럼 산산조각 나버린다. 정치견해가 다르다고 친구도 등 돌리는 세상 종교 다른 이를 꼭 자기종교로 개종시키려는 자 자기 전화 제때 받지 않았다고 연락 끊는 동기 꼴랑 돈 몇 푼에 양심까지 속이는 친구 자길 도와주지 않는 걸로 오인해 전화도 받지 않거나 난데없이 전화에다 미친 듯이 쌍욕 퍼붓는 친구 정말이지 사람간의 관계는 얼마나 취약한가? 흐르는 강물에 형체 없이 녹아버리는 진눈깨비 어떻게 대해줘야 관계가 바스라지지 않을까? 이기적인 자란 걸 알고도 친구가 된 내 탓이로고 남세스러워 남세스러워 터진 입이 닫히고 만다. 2020. 1. 18. 10:15 진눈깨비 흩날리는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변에서 雲靜

프라하의 밤

프라하의 밤 시차 여덟 시간의 체코 프라하 시간을 거슬러 와서 먼저 간 시간을 기다린다 끝내 날이 새지 않을 듯한 긴긴 밤 칠흑 속 오래된 환영들만 갈마든다. 예서 더 가면 더 과거로 거슬러가겠지 계속 가면 대서양 너머 미국이 나올테지 또 더 가면 태평양 너머 영일만이 나올테지 어무이 아부지가 잠들어 있는 그 바다 계속, 계속 더 가면 2008년이 나올까? 어무이 아부지 살아 계시던 그때 그 시절 2020. 1. 13. 02:57 체코 브르노의 호텔방에서 雲靜

할슈타트 호수

할슈타트 호수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단옷 차림의 할슈타트 호수 인형처럼 앙증맞은 호반의 집들 동화 속 나라가 여기가 아닐까? 전체 풍광은 달라 보여도 부분 부분은 한국에도 있는 것들이다. 바닥 보이는 맑은 호숫물은 백두산 천지에도 있고, 떼 지어 노니는 백조들은 주남저수지에도 있고, 쫄쫄 녹아내리는 얼음물은 설악동에도 있고, 맑고 푸른 쪽빛 하늘은 독도에도 있고, 물가 미니어처 같은 집들은 제주도에도 있다. 그런데 그런데 할슈타트 호수가 이리도 아름다운 까닭은 호수가 자신인양 자기운명과 동일시하는 사람, 자기 집처럼 가꾸며 사는 그 사람들 때문이리라. 2020. 1. 15. 09:17 오스트리아 할슈타트(Hallstatt) 호반에서 雲靜

성탄절

성탄절 한 해 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오늘은 생애 최고의 휴식과 위안이 되시길 축원 드립니다! tip!!! 구약에 의하면, 옛날 성탄절은 1월 6일이었다. 1월 1일에 천지창조된 후 6일째에 인간이 빚어졌다고 믿어졌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아르메니아 교회에선 1월 6일을 성탄절로 지낸다고 한다. 그 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날로 앞당겨졌다가 12월 25일 오늘을 성탄절로 정한 건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Councils of Nicaea)에서였다. 니케아 종교회의란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 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아리우스파(派)의 비난에 대응해서 당시 분열된 기독교 교리를 정리하기 위해 현재 튀르키예의 이즈니크로 이즈니크 호수가에 위치하고 있는 니케아에서 소집한 제1회 종교회의를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