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미국여행

雲靜, 仰天 2020. 11. 7. 12:18

미국여행

 
 
네 곳이 바다였다는 뜨막한 네바다에서
5억 년 전 대로망을 본다
태곳적 시간이 미래의 갈피에 접혀 있고
언어가 사라진 정적의 세계
갈등과 투쟁이 생겨나기 전
오직 생존과 삶만 있던 곳
 
암벽에 새겨진 인디언의 상형문자
그들의 꿈과 사랑과 삶은
울프의 울음소리에 달로 뜨고
풀들이 눕는 산들바람에 별로 진다.
 
16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대지
아메리칸드림이 사막처럼 말라버리거나
사보텐꽃으로도 피는 곳
 
천국과 지옥이 서로 입 맞추고
성실과 나태가 뒤엉켜 있는 곳
정의는 음모와 탐욕의 화려한 포장지일뿐
오만한 마천루 속에 초점 풀린 노숙자의 동공
부실한 코커와 햄버거가 먹이처럼 팔려나가고
뉴욕의 하루해가 핏기 없이 쓰러진다.
 
내가 본 곳은 동부 남부 서부
내가 갈 곳은 서부 남부 동부
집이 없어 미국이지만 집 있어도 미국인 미국
 
미국여행은 버리고 찾기다
오직 버리고 찾기만 있을 뿐
나의 미국여행은 한 알의 기억재생제다
과거를 딛고 미래를 품는 환각재다.
 
2020. 11. 2. 07:50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雲靜
 

5억 년 전엔 이곳 사막지대는 바다였다고 한다. 이곳에 오기 전 오래 전부터 나는 네바다주의 명칭 중 네바다라는 이름이 인디언 말로 '네 개의 바다'라는 말이며, 그것은 우리말과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여기에 와서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게 된 수확을 거뒀다.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  (0) 2020.12.15
과보  (0) 2020.12.09
꽃들처럼 살아라  (0) 2020.07.20
하이쿠 여름꽃  (0) 2020.07.18
인간관계  (0) 202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