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네 곳이 바다였다는 뜨막한 네바다에서
5억 년 전 대로망을 본다
태곳적 시간이 미래의 갈피에 접혀 있고
언어가 사라진 정적의 세계
갈등과 투쟁이 생겨나기 전
오직 생존과 삶만 있던 곳
암벽에 새겨진 인디언의 상형문자
그들의 꿈과 사랑과 삶은
울프의 울음소리에 달로 뜨고
풀들이 눕는 산들바람에 별로 진다.
16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대지
아메리칸드림이 사막처럼 말라버리거나
사보텐꽃으로도 피는 곳
천국과 지옥이 서로 입 맞추고
성실과 나태가 뒤엉켜 있는 곳
정의는 음모와 탐욕의 화려한 포장지일뿐
오만한 마천루 속에 초점 풀린 노숙자의 동공
부실한 코커와 햄버거가 먹이처럼 팔려나가고
뉴욕의 하루해가 핏기 없이 쓰러진다.
내가 본 곳은 동부 남부 서부
내가 갈 곳은 서부 남부 동부
집이 없어 미국이지만 집 있어도 미국인 미국
미국여행은 버리고 찾기다
오직 버리고 찾기만 있을 뿐
나의 미국여행은 한 알의 기억재생제다
과거를 딛고 미래를 품는 환각재다.
2020. 11. 2. 07:50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