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
자지러지듯 터져나오는 비명들
으~악~
아이고~~엄마~아
어~어~억
소리만 들어도 오금 저리는 내 차례
보기만 해도 수시로운 30센티 긴 장침
먼저 목 뒷덜미 우에서 좌로 관통한다
이어서 정수리 두피 곳곳이 뚫리고
어깨, 등짝, 양팔, 양 손톱 밑까지 찔리고
복부, 단전, 다리, 발로 전신에 꼽히면
100여 군데서 붉은 피가 줄줄이 흘러내린다.
마지막 대미로
양 비익과 인중을 뚫고 쑤욱 들어온다
머릿속 肉塊를 헤집고 쑤욱 쑥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20센티 굵은 대침 세 개가 뇌 속을 저민다.
평생을 몸뚱이 아끼지 않고 살았던 과보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어금니를 문다
왜정 때 모진 고문에 횡사한 독립지사 떠올라
내가 세상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다고
간간이 뱉어지는 신음소리조차 부끄러워
흡, 쓰ㅇㅡㅂ
누운 채 1분 쯤 흐른 뒤
상반신 일으키면서 대침을 스르렁 빼면
두 콧구멍으로 터져 나오는 선혈
한 움큼 붉은 화근 덩어리
친구들 벌써 적잖게 먼저 가고
나는 지금 복 받은 과보를 받고 있다
고문으로 죽어간 선열들 보기 부끄러워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달게 받는다
흡족하게
아주 달게
2020. 12. 8. 18:48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