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습작의 현장 : 하이쿠에서 한글시로

雲靜, 仰天 2021. 1. 28. 11:35

습작의 현장 : 하이쿠에서 한글시로

 

구텐모르겐!

 

2016년 9월의 초가을, 베트남 하노이 대학 주최 한베 학술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한 뒤 같이 간 일행들과 함께 하노이 인근의 攀龍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가는 곳마다 경승지도 멋졌지만, 일행들과의 담소와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그 중 에피소드 한 토막! 얘기를 나누던 중 어떤 나이 지긋이 드신 분이 과거 자신의 인생역정을 얘기하면서 빵 터지는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자신은 뭐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았지만 그런 경험을 영화로 찍겠다고 하면서 제목은 이것도 인생이야라고 짓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젊은 시절 건달 생활을 했다는 그 분이 말씀하신 앞뒤 맥락을 생략해버려서 퍼뜩 실감이 나진 않겠지만, 암튼 이 표현이 재미가 있어 즉석에서 이를 주제로 하이쿠 두 수를 지어봤다.

 

하이쿠는 아시다시피 짧은 3행시로서 일본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라고 자랑하는 것이다. 작시에서는 엄격한 틀을 지켜야 하는데, 반드시 각 행이 5. 7. 5자를 넘어선 안 되는 것이다. 과거에 하이쿠를 쓴 다른 주제는 하이쿠가 한글보다 더 맛이 났는데 이번 경우엔 하이쿠로는 맛이 떨어지네요. 아마도 아무리 궁리해도 5. 7. 5자가 맞춰지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게다가 계절을 나타내는 낱말로서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할 계절어(季語, 일본어로 기고로 발음됨)도 빠져 있어 하이쿠라고도 볼 수 없었다. 단지 3행의 형식만 빌린 것이었다. 그래서 2016년에 초고를 쓴 뒤 노트북 한쪽에 팽개쳐 놨다.

 

그랬다가 오늘 우연히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이걸 다시 보고, 재차 자수를 맞춰보기도 하고 기고를 넣어보는 등 이리저리 주물러 봤지만 역시 신통치 않다. 계절어 사용은 차치하고 우선 글자 수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나의 하이쿠 작시능력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그래서 퍼뜩 스치고 간 생각에 원래 써놓은 아래의 하이쿠 두 수를 합치고 몇 마디 더 붙여서 한글시로 만들어봤다. 습작이니 흠이 될 게 아니다 싶어 올린다.

 

 

これも人生だよ

 

たぬ

ルーザーとないで

これも人

 

이것도 인생이야

 

출세 못했어

루저로는 보지마

이것도 인생이야

 

2016. 9. 6. 16:40

雲靜

 

 

人生

 

よただった

てくれ

これも人

 

인생

 

건달이었어

사람으로 봐줘

이것도 인생이야

 

2016. 9. 6. 16:46

雲靜

 

 

이것도 인생이야

 

 

출세 못했어

그래도 루저로는 보지마

이것도 인생이야

 

건달로 살았었지만

사람으로 봐줘

이것도 인생이야

 

나도 산다고 살았어

위선 그득한 이 험한 세상에서

못 살아도 남 해코지 않고

이만큼 산 것도 용하지 않나?

나도 사람이야 사람!

나도 인간이야 인간이라고!

 

2021. 1. 28. 10:27

북한산 淸勝齋에서

창밖으로 휘날리는 폭설을 보며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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