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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문학작가협회 레당환 시인과 환담

베트남문학작가협회 레당환 시인과 환담 중국-베트남 전쟁(1979년) 연구에 필요한 전적지 답사차 베트남 방문 중 하노이에서 베트남문학작가협회 소속 시인 레당환 박사에게 멀대의 시집과 수필집을 전달하고 베트남 문학과 역사에 관해 환담과 의견교환을 했습니다. 올해 꼭 여든이 됐다는 레 선생은 젊은 시절 러시아에 유학해서 금속(야금)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인테리겐차"로서 평양에서도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레 선생은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도종환 등등 이름난 한국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베트남에 소개한 바 있는 저명한 작가입니다. 지금도 한국시 소개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문학이 해외에 더 많이 알려져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길 바라마지 않는 한 사람의 한국 ..

登幸州山城而讚忠莊公(행주산성에 올라 권율 장군을 기리다)

登幸州山城而讚忠莊公壬辰亂累卵危時君逃却忠臣救國海有舜臣陸有慄幸州城瑞氣中矎男追義何競功名*勵卒此語公精神忠臣稀奸者得勢望公忠義成師表행주산성에 올라 권율장군을 기리다누란처럼 나라가 무너질 임진난 위기에임금은 도망쳤는데 충신이 나라를 구했지바다에 이순신이 있었다면 뭍엔 권율이 있었네청사에 빛날 행주산성이 瑞氣에 눈부시구나!남아는 의로움을 쫓지 어찌 공명을 다투겠는가?병사들 독려한 이 말이 공의 정신이거늘예나 지금이나 충신은 드물고 간자가 득세하는데공의 충정과 의기가 만고에 사표가 될지어다.2023. 1. 17. 오후 행주산성에서 착상1. 18. 05: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작성*위 졸시 중 제5행의 男追義何競功名은 행주대첩 당시인 1593년 2월 권율 장군(1537~1599)이 행주산성에서 왜군과 대적하던 ..

학문을 위한 자세 : 진실 혹은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전제

학문을 위한 자세 : 진실 혹은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전제 현재 한국사회는 엄청난 혼돈의 늪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사물과 사안에 대해 진리와 진실을 사유하는 힘이 부족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몰라서 본질은 멀리서 우리를 비웃고 있고, 허위와 억지와 정치 논리만 판을 치고 있다. 진리와 진실이 가려지거나 실종된 결과 위선과 거짓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을 간취할 사유능력이 약하니까 언저리나 일부의 사실만 가지고 설왕설래, 이전투구의 권력싸움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바른 사유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진리 혹은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진리, 진실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모든 면에서 관통 되어야 할 가치나 덕목이지만 그것은 특히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 분야에는 필..

여운과 여백 있는 연말이 되길!

꾸루모닝구! 이제 내일이면 이 해가 넘어가는 마지막날이다. 해는 겨울 "망개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지듯이 떨어진다. 이런 저런 생각에 새벽녘이 돼도 잠이 오지 않아서 뭔가 눈앞에 이미지가 떠오르는 대로 끌적거리다 보니 하이꾸(俳句) 몇 수가 지어졌다. 일본의 하이꾸는 반드시 계절을 알리는 단어('季語'라고 함)를 넣어 3행의 총 17자(각 행은 5•7•5자)로만 써야 하는데 짧기가 세계 최고인 정형 단시다. 생각의 여운과 여백미가 생명인 하이꾸 졸시들을 감상하시면서 마지막 해가 넘어감에 여백이 남길 바라는 소박한 마음에서 올린다. 季語는 冬, 枯れ野原, 年の暮れ, 乙子月, 吹雪 등을 사용했다. 冬の夜 夜泣きする▶よなきする 宿無の猫▶やどなしのねこ 冬が眠る▶ふゆがねる 겨울 밤 밤울음 우는 집 없는 고양이 겨..

중국정부, 코로나봉쇄 해제 결정!

중국정부, 코로나봉쇄 해제 결정! 희소식 한 가지 전합니다! 드디어 시진핑 정부에서 어제부로 "코로나제로" 정책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공고를 발표했습니다. 그간 시진핑이 주도해온 코로나 제로 정책을 지속할 것인가, 해제할 것인가를 두고 신구 권력(현 총리 리커창 vs 신임 총리 취임 예정자 리창과 그 배후의 시진핑) 간에 격렬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리커창의 국무원령으로 해제를 공표한 것을 보면 모종의 정치적 타협이 있은 결과로 보이지만 권력적 측면에선 결말이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되기도 하네요. 이제 외국인들이 마음 놓고 중국에 들어갈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중국인민들이 워낙 많이 감염돼놔서 조심은 해야겠죠. (중공에서 감염자수를 부풀려서 공표한 것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

시진핑의 3연임의 의미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관전평

시진핑의 3연임의 의미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관전평 지난 주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도 겸직) 3연임을 공식화한 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소식을 요점만 단신으로 전해드린 바 있다. 그간 작동돼오던 중공의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시진핑의 3연임은 향후 중국 국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국제정세는 물론, 미중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중국 내 더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매크로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중공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발점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가 시진핑의 3연임과 독주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그래서 격월간지 [코리안드림] 11월호에 커버스토리 특집으..

상어야 미안하다

상어야 미안하다 상어는 부레가 없어 지느러미로 쉼 없이 헤엄친다 그래야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다. 바다에 버려진 상어는 지느러미만 모두 떼이고 고통스럽게 흐느적대다 이내 죽고 만다 그렇게 죽어가서 지금 멸종위기다. 상어들이 비명도 없이 죽어갈 때 인간들은 값비싼 '샥스핀' 요리를 즐긴다 스프에 쳐진 양념 맛인 줄도 모르고 지느러미 맛이 아니란 걸 모른 채 상어멸종이 자기와 뭔 상관이란 듯이. 상어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한 때 모르고 나도 샥스핀을 맛있게 먹었어. 2022. 9. 8. 12:1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 위 졸시는『純粹文學』2023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대단한 가문

대단한 가문 뉘집인진 모르겠다만 대단한 가문이다 후손들이 저리도 조상을 잘 모시니. 중시조인 듯 봉분묘가 맨 위에 자리하고 그 아래로 차례차례 후대 조상 비석들이 묘들과 함께 빼곡히 들어서 있다 땅속 파고들다 만 벙커버스터 미사일처럼 여러 기가 산자락 곳곳에 꼿혀 있다. 공명도 좋고 人死留名도 좋다지만 혈이 뚫린 땅이 아프지 않을까? 말 없는 신음 소린 듣지 못하는가? 세월 지나면 다른 후손 묘비들은 어쩌나? 산자락 아래 마을에까지 앉히려나? 참으로 대단한 집안이다. 누구나 남기고 가는 한 줌 가루 동해바다에 뿌린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따라 누울 자리도 그곳이다. 2022. 8. 27. 15시경 직관 8. 28. 04:02 옮겨씀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 위 졸시는『純粹文學』2023년 6월호에 ..

북한산 가을소풍

북한산 가을소풍 이 우주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들을 수 없는 엄청나게 거대한 굉음이 비단절적으로 울리고 있다. 자연에는 인간의 청력으로는 토끼처럼 귀를 곧추 세우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미미한 풀벌레들의 소리도 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소리도 적당해야 들린다. 옛부터 뭣이든 적당한 게 좋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8월 말, 북한산의 풀벌레들은 소리로 우주의 굉음과 교신한다. 본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 초월적 굉음과 등잔불 아래에서나 들릴 초가을 소리는 이 끝과 저끝이다. 이 끝도 아니고 저 끝도 아닌 나는 술 한 잔으로 두 끝이 하나처럼 존재하는 우주와 교감하고자 하지만 그 소리는 영혼으로만 들린다. 카리브해나 몰디브에서나 볼 수 있는 컴포우즈 블루(compose blue)를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