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대단한 가문

雲靜, 仰天 2022. 8. 28. 04:13

대단한 가문



뉘집인진 모르겠다만 대단한 가문이다
후손들이 저리도 조상을 잘 모시니.

중시조인 듯 봉분묘가 맨 위에 자리하고
그 아래로 차례차례 후대 조상 비석들이
묘들과 함께 빼곡히 들어서 있다
땅속 파고들다 만 벙커버스터 미사일처럼
여러 기가 산자락 곳곳에 꼿혀 있다.

공명도 좋고 人死留名도 좋다지만
혈이 뚫린 땅이 아프지 않을까?
말 없는 신음 소린 듣지 못하는가?

세월 지나면 다른 후손 묘비들은 어쩌나?
산자락 아래 마을에까지 앉히려나?
참으로 대단한 집안이다.

누구나 남기고 가는 한 줌 가루
동해바다에 뿌린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따라 누울 자리도 그곳이다.

2022. 8. 27. 15시경 직관
8. 28. 04:02 옮겨씀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 위 졸시는『純粹文學』2023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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