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3

한시 何以想起君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행위입니다. 인생 공부든, 학문이든 글쓰기는 모든 공부의 바탕입니다. 울화가 가라앉고, 심리적으로 막힌 데가 뚫리는 카타르시스 기능도 있죠. 오늘도 생각하며 사는 하루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何以想起君 亂世忠賢多 雖寒松竹活 平時奸慝氾 暖但感月冷 不知如何過 秋暝突思汝 雪飛前欲知 君是否政客 왜 그대가 생각날까? 난세에는 충신과 현자들이 많아 추워도 소나무 대나무가 살지만 평소엔 간특한 자들이 넘쳐나니 날이 따뜻해도 달이 차게 느껴지는구나. 일생을 어찌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을 어스름에 돌연 자네가 생각날까? 눈발이 흩날리기 전에 알고 싶네 그대가 정치꾼인지 아닌지 말일세. 2017. 8. 23. 10:34 구파발 寓居에서 대선에 동원하기 위해 간악하게 기망한 정치권의 ..

한시 一場夏夢

一場夏夢 더위가 한 풀 꺾인 일요일입니다. 삼복에 지친 몸을 쉬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최근 내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곤하게 잠든 사이 갑작스런 기체 결함으로 중국 북경에까지 갔다가 황급히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온 회항사건을 겪자 사는 게 평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요. 물론 다른 비행기로 바꿔 타고 다시 북경엔 가긴 했지만, 그러한 황망한 심사 그리고 되돌아온 세상에 대한 푸념을 한시로 적어 봤습니다. 一場夏夢 人命在天自嘗悟 在醉中昏困睡間 近到冥府門檻上 蘇回塵世仍無人 一場夏夢 인명은 재천이란 걸 몸소 겪어봤네. 숙취로 혼곤히 한 숨 자는 사이 저승 문턱에까지 갔다 왔단다. 다시 온 이승, 여전히 사람은 없구나. 전통시대와 달리 현대사회는 사람의 운명이 왕왕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전개될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

開琴에서 開琴의 의미를 생각하다

開琴에서 開琴의 의미를 생각하다 오늘 4월 11일, 급한 일로 이른 아침 새벽차를 타고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개금이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지인들을 만나기 전 막간의 시간이 있어 찻집을 찾다가 보니 개금이 한자로 開琴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됐습니다. “거문고를 연다”는 뜻이죠. “거문고를 뜯기 시작하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겠죠. 거문고를 뜯기 시작하는 것이라? 예인(藝人)에게 거문고를 뜯는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또 거문고로 스스로는 왜 예인이어야 하는지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인하고, 동시에 거문고의 곡을 듣는 이들에게는 각자의 삶을 현실에서 한 걸음 이격시켜 생각하게 하는 성찰의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문고를 뜯는 이와 거문고를 듣..

詩와 散文 사이 : 박복한 삶, 그래도 고맙다!

詩와 散文 사이 : 박복한 삶, 그래도 고맙다! 세상 어디를 다녀 봐도, 누구를 만나 봐도 나만큼 때 묻지 않은 사람 흔치 않고, 나만큼 마음 비우고 사는 사람 보지 못했다네. 출세하려고 이 눈치 저 눈치 본 바 없고 이익을 쫓거나 기회를 잡으려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 적 없었네. 감투 쓰는 거 좋아하지 않아 쓰라는 감투 마다 한 게 여러 자리였고, 자리에 연연해하지도 않았으며, 부러질지언정 의롭지 않는 일에 낭창낭창 휘감긴 적도 없었네. 나만큼 세상 욕심 내지 않고, 나만큼 보이지 않게 상대를 배려하며 사는 사람도 드물더라. 무슨 상 하나 받으려고 꼼수 부릴 생각은 애시 당초 없었다네. 남들이 출세하고 힘 있고 돈 자랑하는 친구 쫓아다닐 때 나는 못 배우고 힘없고 못 사는 친구 찾아가 같이 술..

한시 暴雨中的臺北

暴雨中的臺北 隔六年再尋臺北 狂風中暴雨如注 天震蕩天地漆黑 是熟悉之舊風光 到處山崩水氾濫 在此地憶卷激浪 雨爲靈肉逢之淚 欲速天怒息而晴 2017. 6. 3. 16:37 雲靜於臺北國立臺灣大學 폭우 속 타이뻬이 6년 만에 다시 찾은 타이뻬이 광풍이 휘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하늘이 요동치고 천지가 칠흑인 게 오래 전의 낯익은 풍광이구나 도처에 산이 붕괴되고, 물이 범람하니 지난 세월 이곳에서의 기억이 격랑에 휩쓸린다 비는 영과 육이 만난 해후의 눈물 어서 하늘의 노기가 가라앉고 해가 났으면 2017. 6. 3. 16:37 폭우가 쏟아지는 타이뻬이 國立臺灣大學에서 雲靜

한시 再逢北京老友

再逢北京老友 繁花白絮舞繽紛 北京首爾皆春色 久逢朋皺深鬢霜 靈動活潑趨深沉 歲月流逝終不回 春光難唤韶華歸 故友相逢始覺老 哦京春直走向秋 다시 만난 북경의 옛 친구 흰 꽃가루들이 춤추듯 흩날리는 북경 봄기운은 서울과 다를 바 없지만 간만에 본 친구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엔 서리가 내렸네 활달하던 그가 이제는 말도 느릿해졌구려 세월은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법 봄볕은 옛적 호시절을 불러 오지 못하는데 옛친구를 만나니 나이 듦을 느끼겠네 아! 북경의 봄은 바로 가을로 가는 모양이구나. 2017. 4. 15. 07:48 草稿 4. 16. 02:31推敲 雲靜於北京重逢友于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