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443

하이쿠 箕靑山

어제 처음으로 청하에 있는 자연식물원 기청산을 찾았습니다. 겨울과 봄 사이에 생명과 우주가 보였습니다. 식물원 이사장 이삼우 선생님이 가꾸신 필생의 노고가 감지됐습니다. 다음에는 동트는 새벽에 가서 조금 찬찬히 음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없는 생명체들에 대한 고마움과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경외감을 달리 표현할 길은 없고 해서 어줍잖지만 느낌을 하이쿠로 적어봤습니다. 箕靑山 箕靑山 宇宙抱き 人生きる 箕靑山 箕靑山 우주를 품고 사람이 산다 2017. 1. 31 淸河 箕靑山에서 雲靜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 신은 만들어졌다 아득히 먼 오래 전 이곳 캄보디아에도 지식과 정보를 독점한 자가 고안했었지 가루다 치솟고 아수라 널브러진 砂岩의 향연은 백성의 무지와 왕의 탐욕이 빚은 환영일 뿐 신전은 쥐 죽은 듯 비어 있고 불볕에 말라버린 신의 존재감이 인간들에게 垓子를 넘게 할 때 200만 원혼의 中陰神들은 구천을 떠돈다 신들도 학살된 킬·링·필·드 신의 도시라는 앙코르와트에는 신은 없고 신을 만든 자만 누워 있다 신의 나라 캄보디아에는 또 다시 신이 창조되고 있다 신들이 서로가 서로를 할퀴어대고 있다. 2017. 1. 24 앙코르와트에서 雲靜

한시 從弟失明

從弟失明 昨從弟勞中失明 骨折就再被膠接 失眼再也不能蘇 以一眼活過半生 吾雖病盡力執筆 刊書遲懲罰處分 吾自說我書不佳 讓辭被獪審評低 述眞率倒受屈辱 無比痛憤心至極 因不通孤心重多 大事積似如太山 精力費於些煩重 但想到從弟失明 此操碎心倒奢靡 雖不良而兩眼全 何時能看美天下 사촌 동생의 失明 어제 사촌 동생이 일과 중에 한 쪽 눈을 잃었다 뼈는 부러지면 다시 붙게 되지만 잃은 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반평생을 한쪽 눈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몸이 성치 않았음에도 저서집필에 열성을 다했지만 발간이 늦었다고 징계를 받았다 내 저서의 수준은 욕먹지 않을 정도라고 겸양을 말했더니 노회한 평심원들이 그말은 받아서 책을 낮게 평가해버린다 진솔함이 되려 흠이 돼 교활한 자들에게 굴욕당하니 분하다 근래 말이 통하지 않는 자가 많아져 ..

가을 客談

가을 客談 칸트와 헤겔은 어렵다 말로써 말을 짓는다 내가 볼 게 아니다 마르크스와 레닌은 쉽다 공자와 맹자는 더 쉽다 말로써 말을 죽인다 아주 아주 쉽다 반년이면 절로 깨쳐진다. 노을 지고 낙엽 지는 뜻을 알기란 칸트와 헤겔 이상이다 깨치는데 반평생 걸렸다 노을이 되고 낙엽이 되기란 관념과 말을 넘은 경계 노을은 노을이다 낙엽은 낙엽이다 내가 노을이고 노을이 나다 낙엽이 나고 내가 낙엽이다 나는 나다. 2016. 11. 15. 09:27 雲靜

정유년 새해 인사

정유년 새해 인사 꼬끼오! 정유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연말연시의 추임새가 조금 가라 앉았겠죠? 옛선인의 관찰에 따르면, 닭은 네 가지의 덕을 가지고 있답니다. (1) 새벽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2) 머리에 글을 상징하는 보관을 쓰고 있다. (3) 적에게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4) 먹는 것을 두고는 서로 싸우지 않고 조용히 먹는다. 저는 네번째에 제일 매력을 느낍니다. 암튼 이는 조소앙의 할아버지가 손자인 소앙에게 전해준 가르침이라고 하는데 조부의 닭에 대한 관찰이나 미물이라도 장점을 자신의 사상에 응용하는 손자의 지혜로움이 모두 예사롭지가 않네요. 三均주의로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인 조소앙은 조부의 이 가르침을 공화사상의 바탕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유년 한 해 국가적으로는 제발..

다 한 때라네

다 한 때라네 걱세게 대지를 딛고 서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심산유곡 청산에 누운 몸 마음은 구름 위를 노닌다. 비우면 평생 극락이요 비우지 못하면 나락이네 백년을 하루 같이 살고 하루를 백년 같이 살다 가세. 허공에 부숴질 희노애락애오욕 찰나에도 태산처럼 쌓이고 영겁에도 티끌되기 어렵나니 나볏이 두고 가세. 매미 허물 벗어던지듯 허무 위에 선 애증 다 내려두고 물 흐르듯 흘러가세 바람처럼 지나가세. 2017. 1. 12. 09:1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