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琴에서 開琴의 의미를 생각하다
오늘 4월 11일, 급한 일로 이른 아침 새벽차를 타고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개금이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지인들을 만나기 전 막간의 시간이 있어 찻집을 찾다가 보니 개금이 한자로 開琴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됐습니다. “거문고를 연다”는 뜻이죠. “거문고를 뜯기 시작하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겠죠.
거문고를 뜯기 시작하는 것이라? 예인(藝人)에게 거문고를 뜯는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또 거문고로 스스로는 왜 예인이어야 하는지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인하고, 동시에 거문고의 곡을 듣는 이들에게는 각자의 삶을 현실에서 한 걸음 이격시켜 생각하게 하는 성찰의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문고를 뜯는 이와 거문고를 듣는 이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질 때, 또 그 곡을 통해 그 곡은 단순히 악기의 음이 아니라, 또 흘려들을 수 있는 소리를 넘어 민중의 소리, 하늘의 소리로 승화될 수도 있고요. 가야금을 여는 이가 가야금을 여는 목적을 혼자만 즐기는 음의 세계에 머물러 희열을 느끼는 것에만 둔다면, 그래서 혼자만의 거문고소리, 개인의 소리에 그치고 만다면, 그것은 결코 民의 소리, 天의 소리가 되지 못하겠죠. 듣는 청중들의 범위를 무한 확대코자 할 때 그것은 비로소 民의 소리, 天의 소리로 化합니다.
하늘이시여,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인 내게 과연 어떤 가야금을 주시겠나이까? 어떤 소리를 준비하게 하시겠나이까? 오늘 이곳 개금에서 民을 위한 순정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유장하게 가야금을 열고 싶습니다. 새삼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仰天!
2017. 4. 11. 12:21
雲靜於開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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