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5

한시 渡黃海思念丁汝昌提督

渡黃海思念丁汝昌提督 西渡黃海此幾度乎? 海霧弊陽春風也止 霧中吾船無聲航進 似聽甲午戰喊殺聲 禹廷之孤魂何處去 在海中否或已昇天 今日本又走向覇道 安倍亦悖歷史順流 提督魂魄何能回歸 爾未克日寇而毒盡 千秋之恨痛切哀裁! 2014年3月16日午前7時28分 雲靜於渡黃海的船上 黃海를 건너면서 丁汝昌 제독을 생각하다 황해를 건너는 게 이번이 몇 번째더냐? 아침해는 해무에 가려 있고 봄바람도 멎었구려 나를 태운 배는 소리 없이 해무 속으로 나아가는데 청일 해전 아비규환의 외침들이 들려오는 듯하구나 禹廷의 외로운 혼은 어디로 갔을꼬? 바다 속에 있을까? 승천했을까? 일본이 또 다시 패도로 나아가고 아베도 역사의 순류를 거스르고 있으니 제독의 혼과 백이 용케 분리돼 제 갈 데나 갔겠는가? 왜구를 쳐내지 못해 음독으로 생을 마감한 그대여 ..

한시 異國鄕愁

異國鄕愁 仲秋不變又重來 滿月掛着夜空亮 雖懷志而赴異國 思鄕念朋無厓處 雖欲回因學不了 沒返沒逅豈止孤 候鳥嘎嘎飛往北 惟凄蟲之聲斷腸 1994年9月5日零時50分 於臺北國立政治大學宿舍隅 이국 향수 한가위가 어김없이 찾아드니 보름달이 밤하늘에 동그마니 걸려 빛나네 뜻한 바 있어 찾아온 이국땅이지만 고향이 그립고 친구 생각이 끝이 없구나 돌아가고 싶어도 펼쳐야 할 학업이 구만리라네 못 가고 못 보니 그 어찌 외롭기만 하겠는가? 끼룩끼룩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 소리에 처량한 풀벌레 소리가 애를 끊게 하는구나! 1994. 9. 5. 00:50 臺北國立政治大學 기숙사에서 雲靜 초고 2017. 10. 24. 11:36 구파발 집에서 가필

가을 길목

가을 길목 살점이 칼에 베이듯 가을이 내 마음 깊은 곳을 지나간다 아른아른 아지랑이 파릇파릇 새싹 돋는 춘삼월은 되돌아 갈 수 없는 영혼의 노스탤지어 꿈꾸던 홍안 소년은 온데 간 데 없고 봄날 소생의 환희에 흥겨워 술 취해 울던 일도 옛이야기 이제는 흩날리는 낙엽 따라 들어선 西山落日의 황혼길 牛步長天 여로에 풀벌레 소리 정겹구나! 2013. 10. 22 오후 삼각지 연구실 꿈 같은 단잠 속에서 雲靜

한시 溫古知新

溫古知新 釋孔孟之說 未必合現實 時合時不合 適用隔於今 盲信固然愚 而不信亦驕 必要能分別 古新的慧眼 석가 공자 맹자의 말씀이라고 해서 다 현실에 들어맞는 건 아닐세 때로는 합당하지만 때로는 맞지 않고 지금에 적용하기엔 동떨어진 것도 있지 성현 말씀을 무턱대고 믿는 것도 어리석지만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교만이라네 말씀이 옳고 그른지 분별할 수 있는 온고지신의 지혜로운 눈이 필요할 뿐! 2013. 10. 10 雲靜 출근 길 전철 안에서 옛 성인들의 말씀과 가르침을 판에 박힌 듯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 친구에게 보낸 문자

눈물

눈물 화사한 봄날 천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쉬워 나도 모르게 와락 눈물이 쏟아집니다. 뙤약볕 여름날 쩌렁대는 매미 소릴 들으면 까닭 없이 소싯적 친구들이 생각나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고즈넉한 가을날 석양을 등진 억새풀을 보면 산다는 게 고마워 참으려고 애써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동토의 겨울날 처마 밑 꽝꽝 언 고드름을 보면 이 우주의 아름다움에 못 이겨 푼수 없이 막 울어 제낍니다.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이 사내는 사시사철 눈물로 살아서 늘 가슴이 촉촉하고 때론 먹먹합니다. 눈물 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용서하지 못할 게 없습니다. 눈물 나는 맘으로 인간을 보면 측은치 않는 이가 없습니다. 인생이 본시 울며 태어나 눈물 흘리다 가는 거란 걸 알면 인간사 본면목이 보이..

여보게 친구야 잘 가시게!

여보게 친구야 잘 가시게! 여보게 친구야 우예 그래 가시나? 어제 아레만 해도 사람 사는 거처럼 활수롭게 인생 뭐 있나 하듯 호기롭게 살더니만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나 십대엔 반항심으로 살던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뭘 모르고 얼떨결에 훌쩍 지나간 이십대였었네 삼십대엔 몸에 붙은 관성대로 살았고 “그래도 낸데” 하는 체면과 “그렇게 살 걸”하는 아쉬움이 교차된 상태가 사십대라네 오십대엔 그래 이제라도 사는 것 같이 사는가 싶더니만 한순간 거품처럼 사그라지는구나 여보게 친구야 살아서 엊그제 그대와 나눈 찰나 같은 ‘두장무이’ 그 삶을 산 적 없는 자들이야 알 턱이 없겠지만 지천명 넘어 즐긴 그 한나절이 봄날의 아지랑이 같구려 여보게 친구야 본시 산다는 게 그러네 잠시 왔다가는 소풍 같은 삶이..

한시 百潭寺紀行

百潭寺紀行 三次才訪百潭寺 세 번째서야 겨우 백담사에 들렀구나 溪淸水流至東海 맑은 계곡 물은 쉼 없이 흘러 동해에 이르고 萬海禪師迎吾等 만해선사께서 우리들을 맞으시니 花江水與我一如 도처의 꽃과 물이 나와 하나가 되도다 桃園無處此則是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여기가 바로 그길세 2012. 7. 1 일요일 오전 친구 종군, 대성, 갑호, 태욱이와 함께 찾은 백담사에서 雲靜 그 전 해와 2년 전에 백담사는 두번이나 갔으나 겨울이라 입구에서 출입이 제한돼 들어가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내부 경내를 볼 수 있었다.

한시 夫士, 不可隱居也

夫士, 不可隱居也 古說亂政不居也 爲政悖惡至爲極 目難忍見其弊政 不出師何能謂士 선비란 은둔해선 안 될 일이로다 옛말에 어지러운 정국엔 벼슬하지 말라 했지만 기득 위정자들의 삿된 소행이 도를 넘고 그로 인한 폐정이 극에 달했구나! 그럼에도 출사치 않는다면 어찌 선비랄 수 있는가? 2011. 9. 5. 11:19 雲靜 서울시장 선거상황을 보고 가까운 후배에게 보낸 문자메시지